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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아줌마에서 공연 예술가로 성장한 난타 팀 ‘금난아’
글 : 배지영(시민기자) / okbjy@hanmail.net
2013.10.01 15:10:22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전자는 카를 마르크스가 한 말이고, 후자는 우리 엄마 조팔뚝 여사가 한 말이다.  둘 다 별로다.  “대충, 재밌게 살면 안 되냐고요?”라고 하면서 삐딱해지고 싶다.  그러나 유난히 밥벌이가 고달픈 날이나 열 살 차이 두 아들이 육탄전을 벌여 내 속을 뒤집는 날, 가만히 웅크리고 있으면 기분은 점점 구겨진다.  몸을 일으켜서 뭐라도 해야 산뜻해진다.

 

확실하게 육체를 쓰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녀들은 신명나게 북을 두드리는 사람들, 정신적인 고통 따위가 얼쩡거릴 수 없겠다.  이름은 금난아(난타를 사랑하는 금호타운 아줌마들 모임), 뽑는 기준은 오로지 미모 하나! 나는 바로 인정했다.  북 치고 장구 치는 것에 완전히 몰입한 순간, 그녀들의 무표정은 아름다웠으니까.

 

금난아는 3년 전에 만들어졌다.  군산시에서 지원한 나운2동 금호타운 평생학습 마을 만들기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3개월 동안 교육비가 지원됐다.  그만큼의 시간이면, 재미 붙인 사람들은 포기하지 못한다.  금난아는 자생을 결정, 진포문화예술원 박양기 원장님의 제자가 되었다.  그리고는 평범한 아줌마들에서 공연하는 아마추어 예술가들로 성장했다. 

 

첫 공연은 시청 지하 강당에서 한 평생학습 발표회였다.  무대 울렁증을 물었더니 김미순님은 “아줌마가 무서운 게 어디 있어요? 없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큰북을 치는 유호자님은 긴장 좀 한단다.  ‘빨리 끝내고 내려가 버리자’ 이런 마음이 들 때는 박자가 빨라진단다.  금난아는 작년에 8번, 올해는 3번 공연했다.  소아암 돕기 공연 봉사도 했다.

 

기쁨이나 행복, 후회나 부끄러움은 회상의 감정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는 성질이 있다.  그래서 되짚게 되고, “그 때 참 좋았는데...” “아, 내가 왜 그랬지?” 하게 된다.  그러나 금난아 단원들은 항상 ‘현재형’이다.  함께 연습하는 ‘지금’이 너무 너무 좋다고만 했다.  그 누구도 공연 중에 북채를 떨어뜨리거나 리듬을 까먹은 것은 마음에 두지 않고 있었다.

 

 


 

지금까지 세 벌의 공연 의상도 마련했다.  화려해야 한다.  그렇지만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는가를 치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무엇보다 저렴하면서도 기품이 있어야 한다.  처음에는 8천 원짜리 반팔 티셔츠를 사서 소매를 없애고, 반짝이를 달았다. 

하지만 세 번째에는 바지와 티, 반짝이 카디건, 3종 세트를 2만 8천원에 구입하는 쾌거를 이루어 냈다.

 

단군 신화에 나오는 웅녀도, 곰에서 여인이 될 때 위기를 겪었다.  금난아도 마찬가지, 처음 시작한 14명이 팍 줄었다.  지금은 금호타운에 살지 않는 사람도 뽑아서 3기 연습생까지 17명, 공연장까지 악기를 전문적으로 옮겨주는 회원도 있다.  연령대가 다양한데도 그녀들 사이엔 자매애가 싹트고, 남편이나 애들 얘기까지 터놓고 할 수 있는 사이가 됐다.

 

 


 

그녀들은 모두 살림하는 아줌마, 아이들과 남편 뒷바라지를 한다.  봉사를 다니고, 파트타임 일을 한다. 공방을 혼자 꾸리거나 남편과 둘이 치킨집도 한다.  그러니 시간을 쪼개서 오는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연습 시간은 귀하다.  무대에 오를 때처럼 뜨겁게 할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이 긴소매 옷을 입는 가을에도, 여름옷을 입고 땀 흘리며 북을 두드린다. 

 

 

  

 

구경만 하는데도, 그녀들이 만들어내는 북소리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아득한 먼 옛날 사람들은 북소리에 마법이 깃든다고 믿기도 했다.  정성껏 몸을 치장하고 북을 치면, 신과 만날 수 있다고 여겼다.  셀 수 없이 살육을 해야 했던, 셀 수 없는 숱한 전쟁.  오줌을 지리기도 하는 병사들에게 용기를 밀어 넣을 때도, 누군가는 북을 치고 있었다. 

 

나는 금난아의 북소리를 들으면서, 소설가 공선옥의 책에 나오는, 지지리 고생만 한 엄마들을 생각했다.  시집살이 하고, 농사짓고, 줄줄이 새끼들을 낳아 기른 엄마들.  1년에 한 번은 한복 입고, 장구 치고, 꽃전에 막걸리를 먹었다.  얌전한 엄마도, 술 못하는 엄마도, 그날만큼은 동네 뒷산에서 발악적으로 놀았다.  그때 엄마들이 금난아를 알았다면 어땠을까.

 

난타 연습이 끝나도 그녀들은 가지 않았다.  오현주님이 싸온 김치찌개와 밥을 먹었다.  작아진 아이들 옷을 서로 물려주고, 인터넷에도 없는, 안 짜면서도 무르지 않는 간장게장 레시피를 돌려봤다.  불과 1년 전 사진을 보면서, “그 때는 지금보다 팔뚝이 가늘었네” 라며 속상해했다.  온몸으로 북을 쳐도, 둘러앉아 먹다보니 살은 더 찐다는 귀여운 실토가 나왔다.

 

“어른들도 사는데 재미가 있어요?”

얼마 전, 열다섯 살 중2 남학생이 내게 물었다.  아이들의 눈으로 보는 어른은, 좋은 시절 다 가버린 사람일 수도 있다.  나도 그랬다.  고등학교 ‘야자’ 시간에 떡볶이 먹으러 나왔는데 옆 테이블에 앉은 아줌마(또는 노처녀)가 너무 너무 사랑해서 헤어진다고 큰소리로 울었다.  저 나이에도 사랑 때문에 우는 건가.  그게 무척 인상적어서 오래도록 남아있었다.

 

어느새 나도 ‘나이 먹은’ 사람이 되었다.  살아가는 일은 힘이 들 때가 많다는 것을 알지만 어느 날은 별 거 아닌 일로 기쁘고 평온하다.  그러다가 다시 심드렁해지는 게 인생이다.  그럴 때는,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지하에 모여 연습하는, 신문지 깔고 밥 먹으면서도 행복하고 재미있다는, 금난아를 생각해 보시라.  북소리가 들리거든 몸도 움직여 보시기를.

 

난타팀 금난아

나운2동 금호2단지상가 지하1층

진포문화예술원

010-7151-2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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