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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이들이 평등하게 출발하려면, 가난의 대물림을 막아야 해요
글 : 배지영(시민기자) / okbjy@hanmail.net
2013.10.01 14:45:14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할머니들은 손주가 태어나면 ‘우리 강아지교’라는 종교에 심취한다.  더러는 광신도가 되기도 하는데 우리 엄마 조팔뚝 여사가 그렇다.  일터에 나갈 때도 다섯 살 된 우리 꽃차남 사진에 대고 “할머니 갔다 오께이~”라는 말을 한다.  (관심도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당신 손주가 한 말과 ‘예쁜 짓’을 수십 번씩 반복하며 전하면서, 늘 똑같은 대목에서 빵빵 터진다.

 

꽃차남이 “할머니는 내가 무슨 말만 하면 웃네”라고 지적해도 좋기만 하다.  우리 엄마는 집 밖에서 만나는 모든 아기들을 당신의 손주인 양 본다.  감탄하고 예뻐한다.  그래서일까.  꽃차남이 아장아장 걷기 시작할 때부터 월명공원에 데려갔는데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  모르는 할머니들 앞에서도 일단 한 번 선다.  그 분들이 “아이, 예뻐라” 소리를 해야 움직였다.

 

‘내 강아지교’는 전염성이 있다.  사람들은 내 손주가, 내 조카가, 내 아기가 아니어도, 사랑이 담긴 눈으로 타인의 아기들을 본다.  예뻐하고, 경탄하고, 격려의 눈길을 보낸다.  아기들은 제 식구뿐만 아니라 익명의 사람들에게도 사랑 받는 존재다.  그래서 가난한 집에 아기가 태어나도, ‘제 밥그릇은 제가 갖고 태어난다’라는 초긍정의 말로 축하해 주었다.

 

 


 

그러나 아기들은 아무 것도 움켜쥐지 않고 태어난다.  갓 태어난 송아지는 어미 소가 핥아주기만 해도 곧바로 혼자 걷는데 아기들이 자기 삶을 혼자 꾸리기 위해서는 20-30년의 세월이 걸린다.  그 긴 시간 동안은 부모의 밥벌이가 아이의 밥그릇이다.  모든 부모가 안정적인 월급을 받고, 온 힘을 다해 아기를 키우지 못하기 때문에 <시소와 그네>가 생겨났다.

 

시소와 그네는 영유아통합지원센터다.  0세부터 7세까지 저소득, 기초수급자(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이 있는 분), 차상위계층(기초생활수급자 보다 형편이 조금 나은 분, 잠재적 빈곤층)의 영유아들을 보호대상가족으로 삼는다.  군산시에는 약 3,700명의 아기가 해당된다.  작년에 시소와 그네의 건강, 가족여가, 문화체험 등의 혜택을 받은 영유아는 500명 선이었다.

 

그런데 가족여가가 뭐예요?

시소와 그네가 하는 일을 조곤조곤, 그러나 뜨겁게 말하는 박성아 센터장에게 나는 정말 바보 같은 질문을 했다.  영유아 보호대상가족 부모들은 주말에도 돈벌러 나가거나 아니면, 텔레비전 보는 것이 전부라고 한다.  은파 같은 동네 공원에 가는 것도 해 보지 않았다고.  돈이 많이 들 것 같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산단다.

 

먼저 대상가족 영유아 부모들에게 도시락과 돗자리를 선물한다.  함께 모여 김밥을 싸고, 동네 바닥 분수에 간다.  뛰어 노는 아기들한테 눈을 맞추어주는 것만으로 서로 환해진다.  차가 없어서 아무데도 못 간다고 생각해서 가족여행을 해본 적 없는 이들과 1박 2일 여행을 간다.  밤에는 시소와 그네 선생님이 아기들을 봐 주고, 살기 바빴던 부부는 손잡고 산책한다.

 

 


 

박성아 센터장은 “빈곤의 세습을 방지하고, 아기들이 평등한 출발을 지원하기 위해서 시소와 그네가 꼭 필요해요”라고 했다.  가난한 아기일수록 저신장, 저체중이 많다.  시소와 그네는 아기, 아기엄마와 같이 병원에 가서 예방주사 맞는 것을 확인하고, 우유와 영양제를 지원한다.  겨울에는 두꺼운 옷을, 학교 갈 나이가 가까워지면, 학습지원을 한다.

 

이 아기들이 태어나 처음 먹는 이유식이 ‘물에 만 밥’이라는 얘기를 들을 때는 잠깐 목이 메었다.  낯선 세계에 뚝 떨어진 다문화 엄마들, 청소년기에 아기 엄마가 된 미혼모들, 작은 방에서 적은 돈으로 아기 키우면서 무기력하고 산후우울증이 있는 엄마들을 불러 모아 마음부터 추스르게 한다.  그리고는 월령에 맞는 이유식을 어떻게 만드는지, 함께 해 본다.

 

 


 

시소와 그네가 지원한 가을이(가명)이네 집을 보면 이렇다.  가을이네는 차상위계층, 다자녀가정이다.  가을이는 발달장애를 앓고 있어서 지속적인 재활치료가 필요한 상황, 아빠는 계약직이라 고용상태가 늘 불안정하다.  엄마는 가을이를 포함한 아이 네 명을 키우는 것이 힘겹다.  더구나 엄마는 가을이가 발달장애를 앓는 것이 자신의 탓이라고 여겼다.

 

시소와 그네는 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외출이 힘들기 때문에 꾸준한 가정방문을 통한 격려와 교육 상담을 했다.  엄마는 가슴 속 응어리를 조금씩 풀어내며, 자존감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헬프나우’와 연계를 해서 매월 초에 가을이와 겨울이에게 기저귀를 직접 전해 주었다.  가을이네 가정에 작지만 큰 도움을 주었다.

 

겨울이는 또래보다 저신장, 저체중이라 우유지원과 선택예방접종 지원을, 곧 초등학생이 되는 여름이에게는 학습지 지원을, 가을이에게는 꾸준한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군산장애인종합복지관에 연계해 주었다.  가을이네 식구들은 시소와 그네를 통해서 확실히 밝아졌다.  가을이네보다 더 힘든 가정에 힘을 주는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을 할 정도로 성장했다.

 

육아전문가들은 아기는 최소한 36개월까지는 집에서 키우라고 한다.  그러나 저소득, 기초수급, 차상위계층 가정의 아기들은 오히려 어린이집에 일찍 보내는 게 좋다고 한다.  정부 보조금으로 나오는 양육비를 받고서 집에서 정성껏 키우려는 마음은,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시시때때로 흔들린다.  아기들과 잘 놀아주지 못하고, 골고루 먹이지 못하고 만다. 

 

각종 육아서들은 아기들을 부족하게 키우라고 한다.  ‘결핍’을 알아야만 자립할 힘이 커진단다.  그러나 한 쪽에서는 결핍이 일상인 아기들이 있다.  그런 아기들을 위해 5년 전 생겨난 군산 시소와 그네. 1년 예산 6억은 사랑의 열매(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전액 지원으로 시작했다.  올해와 내년은 군산시와 모금회가 돈을 절반씩 부담하지만 2015년부터는 불투명하다.

 

아이들이 다양한 꿈을 꿀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다.  우리 식구만 잘 살고, 내 아기만 잘 자라는 사회는 안전하지 않다.  내 가난이 내 아이에게 직결되는 사회는 불행하다.  사람들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공동체의식이 더 필요하다.  출발선 밖으로 떠밀려 버리는 보호대상가족 아기들을 껴안아주는, 시소와 그네가 있어야 할 절대적 이유다.

 

시소와 그네

주소  전북 군산시 선양동 208-1

전화  445-5640 / 445-5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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