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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금강산 동자보살
글 : 온승조(컬럼니스트) / gsforum@hanmail.net
2014.01.01 13:32:36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그냥 살림집처럼 생긴 그 집에 들어서면 휘~~익, 휘~~익 휘파람소리가 난다.  동자보살이 접신을 하면서 내는 소리다. 보살이라고 하니 으레 나이가 지긋하거나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라 예상하지만 이제 갓 스물이 넘은 아직 앳된 얼굴이다.  이건 뭐지?  어린 여학생이 점을 본다고?  순간 박예진과 임창정이 출연했던 ‘청담보살’이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미녀보살이 자기 사주 때문에 한 남자를 만난다는 이야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던 걸로 기억한다.  그동안 목사님, 스님, 신부님의 기사가 많았던 매거진군산에 뜬금없이 점쟁이 기사라니!  ‘이건 뭐지?’ 하는 분도 계시겠지.  그러나 단언컨대 이 글은 미신을 조장하는 게 아니다.  그저 즐겁게 휘~~익, 휘~~익 읽으면 그만이다.  이 작은 사연을 통해 한해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라는 의미로 받아들이시길.

 

LTE 광대역이 되느니 마느니, 빅 데이터가 어쩌고 하는 첨단의 시대에도 아직 많은 사람들이 토정비결을 본다거나 점을 쳐본다.  우리 조상들은 예전부터 설날이 오면 오행점, 윷점, 토정비결 등을 보며 그 해 길흉을 보곤 했다지.  20세기를 넘기며 점차 과학문명이 발달하고, 종교의 세력이 커지면서, 점(占)은 미신이라는 오명이 씌워졌고 전혀 믿지 않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반면 어쩌다 한 번 길흉을 맞히면 숭배하다시피 따르는 이들도 있다. 점에 관한 자세한 이해나 명제 등은 저명하신 분들이 연구를 많이 하셨을 테니 상세한 설명은 패스.  이 글은 그저 한 군산사람의 이야기다.  물론 종교적 신념이나 이상에 관한 깊은 논란은 개인의 몫으로 남겨둔다.

 

‘제가 열한 살 때부터 신병(神病)을 앓았어요’

대뜸 언제부터 이 일을 시작했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어린 시절 이야기를 꺼낸다. "제가 열한 살 때부터 신병을 앓은 것 같아요.  너무 아파서 잠도 못 자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학교도 거의 못 다녔었어요." 동자보살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그녀의 어머니는 아이가 중학교 2학년 반 편성 후 너무 아파 학교에 다니지 못할 정도였고, 병원에 가면 오래 살지 못 할 것이라 했다. 그래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전국 유명하다는 무속인들을 찾아다니며 방법을 물었는데, 한 무속인이 “이 집은 부모의 공줄이 세서 어머니가 신을 받았어야 하는데 그것을 피하다 보니 딸에게 온 것이다”라고 하더란다.  그래서 엄마가 당장 신내림을 받고 딸아이는 피하게 하려고 했다.  엄마한테 신내림을 해 줄 수 있다는 무속인을 찾아 굿을 하였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딸아이가 신내림을 받게 되어버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제대로 걷지도, 먹지도 못하던 아이가 온 동네를 뛰어다닐 정도로 몸이 회복되었다. 결국 엄마가 신내림 받을 시기를 놓쳐 버려 딸에게 전승되었고, 그렇게도 아팠던 딸은 어쩔 수 없이 본격적인 무속인의 길을 걷게 되었다. 부모 된 입장에서 어린 딸을 먼저 저 세상에 보낼 뻔 했는데 이렇게 살아나니 그 무엇보다 감사한 게 있었을까. 그 어떤 일을 하든지 죽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이 길을 허락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그녀는 무속인이 되어 벌써 7년 넘게 이 일을 해왔으니 나름 베테랑급 보살이 된 것이다.

 

 


 

‘산이나 바다로 기도를 다니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신명도 더욱 맑아지니’

동자보살에게 또래 친구들처럼 공부하고 싶지 않냐, 친구들과 놀고 싶지 않는 질문을 던졌다.  돌아온 대답은 ‘이미 내가 갈 길도, 할 일도 정해져 있는데 이제 와서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한다.  물론 여느 아가씨들처럼 놀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산이나 바다로 기도를 다니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신명도 더욱 맑아지니 본인에게는 그것이 노는 것보다 더욱 유익한 것이다.

 

그녀의 부모는 딸의 신내림 이후 조심스럽게 다시 학교에 복학하는 것을 권유하였으나 동자보살은 “나는 신을 모셔놓고 다른 일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의 경우와는 다르기 때문에 학교를 포기하겠어요.  온전히 나의 길을 가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라고 하는 것이다.  하는 수없이 딸이 건강과 웃음을 되찾은 것에 만족하기로 하고 뜻에 따르기로 했다.

 

하루에 보통 몇 명 정도나 손님을 만나느냐는 질문에 “정확한 숫자를 가름하기는 어렵죠.  많을 때는 아침에 시작해서 저녁 늦게까지 자리를 비우지 못할 정도로 많은 손님이 오고, 없을 때는 겨우 대여섯 명 올 때도 있어요.”  어림잡아 하루 평균 7명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어 계산해보니 1만 7천명이 넘는 숫자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오간 곳이니 이제는 명소라고 불러도 될 듯.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특히 기억나는 사람도 있을 터, 에피소드를 물었더니, “매일 수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대부분 신기(神氣)로 사람을 만나니 머릿속에 떠오르는 일도 사람의 형상도 남아있지 않아요.”라고.  아마도 ‘고객정보 보호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았을까?  한번은 마음씨 착해 보이는 중년부부가 찾아와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내더란다.  경제적으로 부족함 없이 사회적으로도 남부럽지 않게 성공한 부부였다.  금슬이 좋아 부부사이도 무척 원만했다고.  그러나 그들 사이에는 10년 넘게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시댁의 눈총에 그렇게 좋던 사이도 금이 가기 시작하는 절박한 상황에 몰렸고, 결국 그녀를 찾아오게 되었다 한다.  사정이 딱해 그녀는 지극정성을 다해 등(燈)을 올리고, 혼신의 힘을 다해 기도를 했다. 기도 후에는 기력이 빠져 며칠을 누워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몇 달 지나지 않아 그 부부에게서 임신소식이 들려왔다. 부부가 함께 찾아와 눈물을 흘리며 감사하다는 이야기에 그녀도 같이 울어버렸다고.

 

또 한 번은 방송에서 ‘얼짱무속인 찾기’라는 프로그램에서 연락이 왔다. 주위의 권유로 출연을 결심했다. 하지만 출연 직전 그녀와 함께 하는 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명인이 되어 그녀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 다시 몸이 아플 거라는. 그녀는 결국 출연을 포기하게 되고 그 기회는 많은 아쉬움으로 아직까지 마음에 자리 잡고 있다.

 

한사람이라도 더 좋은 일이 생길 수 있도록 조언

동자보살은 “저를 찾는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사연과 안타까운 고민을 가지고 찾아옵니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신제자로서 조언을 드리는 것이 저의 할 일 인 것 같아요.”라며 말을 이었다. 이런 일에 관해 세상 사람들이 혹 색안경을 끼고 볼지도 모르지만 정작 본인은 어려서 아픈 몸 때문에 이 직업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통해 인생을 한결 수월하게 풀어나가는 사람들을 볼 때면 그녀는 많은 보람을 느낀다. 그녀를 만나는 한사람이라도 더 좋은 일이 생길 수 있도록 조언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진정으로 행복한 순간이란다.  끝으로 자신이 가진 작은 능력으로나마 많은 사람들에게서 어둠을 밝혀주는 밝은 태양처럼 빛을 주는 무속인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남기고 인터뷰를 마쳤다.

 

증명되지 아니하는 영(靈)의 세계를 놓고 과학인지 허구인지 논란도 많고 종교적 관점에서 기피할 수도 있다. 구태라는 낡은 오명을 뒤집어쓰고 저 구석으로 내몰린 우리 토속신앙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이 무속(巫俗)은 수천 년에 걸친 우리 전래문화의 큰 줄기로서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나름의 무속 신앙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점술을 통해 아프고 피곤한 심신을 힐링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마음의 플라시보 효과가 되어 긍정의 힘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세상 그 모든 어떤 것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듯 말이다.

보은암 선녀보살

군산시 성산면 보암리 615-19

010-3191-8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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