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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 형제들, ‘노조미’에서 라멘으로 희망을 쓴다
글 : 이춘우(특별기고) / kinkyfly@naver.com
2014.12.01 09:39:39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개복동, 예전 국도극장 앞을 지나 말랭이 고개 쪽으로 가다 보면 오른쪽 모퉁이에 일본어로 간판에 ‘노조미’라고 씌어 있는 음식점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일본식 라멘집이다.  판자를 이어 붙여 만든 일본식 처마며, 출입구 위에 걸려있는 라멘이라 쓰여 있는 노렌, 입구 양 옆으로 나란히 걸린 가타가나로 역시 라멘이라 적힌 빨간 일본식 종이등까지,  이 조그만 가게만 보고 있자면 마치 도쿄 키치죠지의 한 골목어귀에 와 있는 듯하다.

 

밀가루 음식을 평소 좋아하기도 하고 매거진군산 사옥과도 가까운 곳에 있어 오고가다 가끔 들러 라멘을 몇 번 먹었는데 이 곳 라멘 맛이 생각보다 기가 막히다.  몇 번 방문한 탓에 어느 정도 안면이 있다고 생각하고 주인장과 말을 섞어 보려했지만 (필자가 방문 했을 때마다 물론 바쁘기도 했다) ‘혹시 일본인인가’ 싶을 정도로 영 말 수가 적었다.  지난주에 방문했을 땐 마침 한가하여 간단한 인사와 이런 저런 일을 하는 사람이란 본인 소개를 한 후 매거진 군산이란 잡지에 인터뷰를 싣고 싶단 말을 하니 몇 번의 고사 끝에 ‘정 그러면 여기(개복동) 보단 월명동에 오픈한 가게에서 인터뷰를 할까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약속한 날에 진 편집장을 대동하고 월명동 한일교회 앞에 새로 오픈한 가게로 들어갔다. 그 곳엔 개복동에서 본 조남근 사장과 그날 처음 보는 그의 형 조남현 사장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아, 이 형제들... 포스의 클래스가 다르다.’ 라멘 한 그릇 후루룩 먹고 ‘우마이’ 혹은 ‘오이시이’를 외치지 않는다면 당신의 왼쪽 새끼손가락하나 정도는 내놓고 와야 할 분위기다. 이곳은 과연 ‘조폭떡볶이’ 저리가라한 ‘야쿠자라멘’인가? 아무튼 평소와는 다르게 매우 공손하고 순종적인 자세로 인터뷰 시작한다.

 

라멘가게는 얼마나 하셨나요?

개복동에선 5개월 좀 넘었는데 그곳엔 손님을 받는데 한계가 있어서 확장본점 개념으로 11월 4일에 오픈했습니다.

 

라면, 라멘? 라면에 대해 제가 아는 거라곤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이 전분데 우리가 아는 라면과 라멘 대체 어떤 차이가 있나요?

라멘은 라면의 일본식 발음입니다. 근데 한국에선 라멘이라고 하면 보통 일본라면이라고 알고 계실 거애요. 일본에선 ‘신라면’같은 인스턴트 라면도 라멘이라 부르니 라면과 라멘은 같은 말이에요. 편의상 라면은 한국에서 흔히 드시는 인스턴트면, 라멘은 저희 같은 일본식 라면집에서 만드는 걸로 설명 드리겠습니다. 일단 일본 라멘과 인스턴트 라면과의 차이는 튀기지 않은 숙성된 생면을 사용하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국물은 분말스프를 사용하지 않고 뼈를 직접 우려낸 육수를 사용하고요.

 

일본식 라멘의 종류는 크게 돈코츠, 쇼유, 미소, 시오, 이렇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돈코츠는 돼지뼈를 우려낸 사골육수를 사용하고 쇼유는 간장, 미소는 된장, 시오는 소금을 가지고 만든 라멘입니다. 이렇게 기본 네 가지에서 파생해서 수백 가지의 라멘 종류가 있습니다. 저희 노조미에서는 돈코츠, 쇼유, 카라(매운)미소 이렇게 세 가지를 메뉴에 올리고 있고 현재 새로운 메뉴를 개발 중인데 가장 한국적이고 노조미만의 특징을 잘 살릴 수 있는 라멘을 곧 공개할 계획입니다.

 

제 본가가 전북 익산 금마인 관계로 육수는 금마에 계시는 저희 어머니께서 큰 대형 가마솥에서 48시간 동안 끓입니다.  그 육수를 개복동 본점과 월명동 확장본점에 공급해 주십니다.

 

육수는 가마솥에서 우리시고 그럼 면은 어떻게 만드세요?

원래는 면까지 저희가 제면을 하는 게 맞는데, 직접 제면을 하게 되면 워낙에 많은 양을 만들어야 돼요. 업소가 두 개인 현 상황에서 제면까지 하게 되면 가격을 맞추기가 좀 힘든 상황이 발생합니다. 차후에 3호점 4호점까지 늘어나면 그 땐 제면도 직접 할 계획입니다.  현재 면은 제 일본 스승님이 생면을 공급해 주고 계십니다.

 

 


 

고향이 금마라면 왜 굳이 익산이 아니고 이곳 군산에서 사업을 하게 되셨나요?

제가 라멘가게 오픈하기 전에 다른 일을 5년 정도 군산에서 했어요.  5년 전부터 이미 군산 사람이죠. 그리고 요즘 군산 관광산업의 큰 축인 근대역사문화와 라멘이란 일본음식이 잘 어울린단 생각도 했고요.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개복동이 너무 좋았던 것도 이유 중의 하나이고요.

 

스승님이 일본분이라고 하셨는데 그럼 일본엔 라면을 배우러 가신건가요?

얘기가 좀 길어지는데……, 제가 사진에 관심이 많습니다. 취미를 넘어 프로와 아마의 경계에 있는 ‘프로츄어’라고들 하는데, 가끔 사진을 판매도 하는 정도요. 사진 한참 할 때 이국적인 분위기의 사진을 찍고 싶어 일본엘 자주 다녔어요. 일본에 다니며 일본 라멘을 먹다 보니까 맛에 길들여지고 또 배워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무작정 매달렸어요. 가르쳐 달라고.

 

그럼 원래 일본어를 잘 하시나 봐요. 일어를 배운 계기가 있으세요?

뭐 특별한 계기라면……, 전에 사귀던 여자 친구가 일본인이었어요.

 

 


 

근데 일어를 한다손 처도 라멘 기술을 쉽사리 가르쳐 주진 않을 것 같은데요...

네, 제가 기술을 배운 곳이 오사카에서 약간 떨어져있는 미나미란 곳인데요.  우연히 그곳을 지나는데 연세가 많은 주인이 혼자 운영하는 작은 가게를 봤어요. 골목 분위기는 지금 제가 하고 있는 개복동과 무척 비슷했어요. 먹어보니 맛도 기존의 프렌차이즈 라멘집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맛있었어요. 그래서 제자로 받아달라고 매달렸죠. 물론 쉽진 않았죠. 처음 가서 거절당하고 아마 서너 번은 더 갔을 거애요. 일본에 갈 때 마다 찾아 간 것 같아요.  그 후에 오케이를 받고 총 2년에 걸쳐 기술을 전수 받았습니다.

 

라멘을 만들기 전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컴퓨터, 전산용품 판매 납품 일을 했습니다.

 

 

전업을 한다는 게 힘드셨을 텐데요.

 

예, 라멘이 좋고 직업으로도 하고 싶은 열망은 있는데 기존에 하던 일이 어느 정도 자리도 잡은 상태였고 거래처도 확보된 상태여서 고민이 좀 많았습니다.  그러다 더는 늦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그래서 결단을 하고 시작하게 됐습니다.

 

개복동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 같아요. 오고가다 보면 항상 사람들이 앉아서 라멘  드시고 있더라고요. 속으로 이 동네 사람도 많이 안 사는 곳인데 어디서들 와서 먹나 했어요. 여기(월명동)는 어떻게 관리하세요? 

여긴 저희 형님이 운영하십니다. 형님이 저한테 기술을 전수 받아서 맛은 개복동하고 99프로 이상 같다고 봅니다.

 

개복동과 월명동 손님 층은 어때요?

아무래도 개복동은 군산 토박이 분들이 많이 오시고 월명동은 타지에서 오신 관광객들이 많습니다. 월명동엔 얼마 전 미국 UFC 선수들도 와서 드시고 갔어요. 라멘이란 메뉴가 월명동의 근대문화유산과 잘 맞는 것 같아요. 월명동을 생각하고 있던 차에 개복동가게에 군산시 공무원분들이 오셔서 월명동에도 오픈하는 게 어떠냐고도 했고요. 월명동 간판사업의 일환으로 시에서 간판도 지원해 줘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존 인스턴트 라면이나 프렌차이즈 라멘과 비교했을 때 노조미만의 자랑이 있다면요?

하나를 꼽자면 육수를 직접 만든다는 거죠. 48시간동안 가마솥에서 우려낸 육수가 자랑입니다. 돼지 뼈 특유의 잡냄새를 잡는 기술은 일본사람들이 쉽게 알려주지 않는데 전 다행히 잘 전승을 받아서 맛있는 육수를 공급합니다.

 

<가게를 하면서 하루에 라멘을 두 그릇 이상 먹는다는 조남현 사장과의 미니 인터뷰다.>

 

 

사장님은 전에 어떤 일을 하셨나요?

전 중학교 때부터 제과 일을 흔히 시다바리라고하는 보조일 부터 시작했어요. 그러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제과점으로 취업을 나가면서 제과 일을 본격적으로 했죠. 몇 개월 전까지 어언 20여년 했네요.

 

20여년 하신 일을 그만두시고 전업을 한다는 게 어려웠을 텐데 어떠셨어요? 

동생이 일본에 왔다 갔다 한 것도 봤고, 그동안 열심히 하는 것도 봤죠. 개복동 가게가 잘 되는 것도 봤고요. 그러던 차에 동생이 제안을 하게 됐고 고민 끝에 동생과 함께 하게 됐습니다. 사실 아이들도 이제 중학생이고 해서 고민을 엄청 했어요. 경제적으로 가장이니까 쉽게 결정하기 힘들었죠. 며칠 고민해보니 경제적으로도 가능성이 있었고, 뭐니 뭐니 해도 아우가 추구하는 그 꿈이 매우 강했어요. 결국 그 꿈에 저도 동참하게 되더라고요. 

 

 


 

동생하고 같이 일을 하시는 게 어떠세요?

어려서부터 제가 숙소(제과점) 생활을 하니까 서울이나 주로 타지에서 살았어요. 동생하고 처음으로 이렇게 붙어사는 거애요. 생각해 보니 동생이 나를 찍어준 건 있어도 같이 찍은 사진도 없는데 오늘 이렇게 같이 찍으니까 많이 어색하네요. 술도 요즘 들어서야 처음으로 같이 마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 기분이 너무 좋아요. 서로 일 끝나고 술 한잔하면서 “아우님 오늘 얼마 벌었어?” “형님 오늘 몇 그릇 파셨어요?” 이런 소소한 얘기 나눌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합니다.  

 

 


 

마지막으로 두 분 앞으로 꿈이 뭔가요?

더 많은 분들이 저희가 만든 라멘을 드시게 하는 거죠.  딱히 체인점은 생각하지 않는데 가족들이 힘을 합쳐 운영할 수 있는 분점을 몇 개 더 하고 싶어요. 군산에 이어 익산, 전주 등 오직 전라북도에서만 드실 수 있는 ‘노조미라멘’을 만드는 겁니다.

 

긴 인터뷰 감사드리고 조만간 매거진군산 식구들과 같이 회식 한 번 하러 오겠습니다.  앞으로도 군산시민여러분께 더욱 맛있는 라멘 끓여주세요. 아 참, 두 분 겉모습과는 다르게 무척 친절하세요.

감사합니다. 매거진군산도 더욱 재밌고 유익한 책 만들어 주세요. 그리고 기자님도 한 인상하시는데 보기보다 다정 다감 하십니다.(웃음)

 

업소 명 ‘노조미’는 일본어로 ‘희망’이란다. 그래서 희망을 갖고 개업을 했고, 노조미에 오셔서 식사 하시는 모든 분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좋은 일만 생기란 의미로 작명했단다.

 

오늘 필자는 노조미란 이름처럼 조 씨 형제의 라멘집에서, 개복동 원도심에서, 내 고향 군산에서 희망을 꿈꾼다.  남현, 남근 형제의 노력과 근성으로 분명 전라북도 아니 전국에서 가장 맛있는 라멘을 노조미에서 맛 볼 수 있을 거란 희망을 봤고, 사람 없어 장사 못해먹겠단 원도심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조남근 사장의 노조미를 보며 개복동 원도심에도 한 줄기 희망을 점쳐본다. 일제강점기 이후 줄 곳 쇠퇴의 길을 걷던 내 고향 군산, 아픈 과거를 발판삼아 전국에서 가장 매력적인 도시가 되는 희망의 날을 다시 한 번 간절히 꿈꿔본다.

 

마지막으로 몇 마디 부연하자면 필자는 일본이란 나라가 정말 싫다. 아니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일본정부, 그 정부를 대표한다는 말도 되지 않는 억지를 부리는 몇몇 정치인들과 집단 최면에 걸려있는 극우주의자들은 정말이지 죽기보다 싫다. 하지만 일본을 무턱대고 미워하고 부정하는 게 해답일까? 그 일본에도 분명 좋은 사람들도 있을 테고, 남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심과 남에게 피해 주지 않으려는 국민성 또한 충분히 배울 부분이 있는 나라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면 매력적인 문화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이젠 우리도 좀 약아져야 할 때다. 그간 우린 그들을 철천지원수로 여기고 ‘용서도 못하고 잊지도 않았다’면 이젠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특히 군산은 (아픈 흔적이지만)일본의 잔재가 많은 도시인만큼 경제적으로 또 교육적으로 일본을 이용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개복동에 노조미를 처음 오픈하고 가게 입구에 염산테러를 당했다는 조남근 사장의 말이 생각나 주제넘게 몇 마디 피력해본다.

 

노조미

군산시 월명동 5-10

063-445-3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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