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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흥동에 있는 채만식문학관, 원도심권으로 이전해야"
글 : 조종안(시민기자) / chongani@hitel.net
2013.11.01 09:39:53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군산 원도심권에는 일반 가옥을 비롯해 관공서 상가 등 170여 개의 근대 건축유산이 남아있다. 군산시는 이들을 최대한 활용, 관광 자원화하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군산시간여행축제- 근대, 현대 그리고 미래가 소통하는 한마당’(10월 18일~20일)을 성황리에 마쳤다. 이번 행사는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을 중심으로 월명동·영화동 일원에서 진행했다. 

 

군산시 관계자는 "해마다 봄철이면 벚꽃을 주제로 다양한 축제와 문화행사를 개최해왔으나 내용이 일치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며 "군산만의 새로운 고유 축제를 검토하던 중 최근 준공된 근대 산업유산 예술창작 벨트화 사업지구와 월명동 근대문화유산 경관지구 방문객이 느는 등 반응이 예상보다 뜨거워 이 모두를 자원으로 포함했다"고 전했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어우러지는 행사장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한편으로 허전함이 밀려왔다. 이만한 잔치에 <탁류>의 초봉이, 정주사, 고태수, 장형보 등이 빠졌기 때문. 군산 도보여행 클럽(구불길) 회원들의 '탁류길' 걷기 프로도 있었고, 거리 곳곳에 <탁류> 소설비가 세워져 있다. 하지만, 빈자리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으로, 이몽룡과 춘향이가 없는 <춘향전>을 감상하는 기분이 들었다. 

 

외곽에 있는 채만식문학관, 원도심권으로 이전해야

군산시 임피면 출신 백릉(白菱) 채만식(蔡萬植)은 일제 수탈이 극에 달하던 1930년대 군산의 사회상을 풍자와 해학으로 예리하게 파헤치는 <탁류>를 집필한 불세출의 작가로 알려졌다. 그는 1937년 10월부터 1938년 5월까지 조선일보에 <탁류>를 연재했고, 1996년 서울대학이 선정한 동·서양 고전 현대 우수작 200선에 뽑히면서 군산을 '탁류의 고장'으로 만들었다. 

 

<탁류>가 주목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구 조선은행을 비롯해 미두(米豆)로 가산을 탕진한 정주사가 신세를 한탄하며 자살을 떠올렸던 째보선창, 한참봉 쌀가게, 금호병원, 제중당약국, 미두장, 둔뱀이, 해망굴, 스래(경포), 콩나물고개 등 소설의 배경이 됐던 지명과 건물·도로 등이 지금도 존재하거나 통용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군산시 내흥동에 있는 채만식문학관을 돌아보고 시내와 멀리 떨어져 있어 불편하다며 불만을 표출하는 사람을 종종 만난다. 원도심권의 건축물들을 활용한 근대역사 경관 조성에 이어 근대산업유산 예술창작벨트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6월 이후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그들의 목소리는 하나같이 어느 곳을 먼저 방문해야 좋을지 헷갈린다는 것.  

 

시민들 생각도 달라진 것을 느낀다. 예전에는 시내에서 너무 먼 곳에 자리 잡았다며 푸념으로 끝났는데, 요즘엔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변했기 때문. 그들이 내세우는 채만식문학관 후보지는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 군산시청 제3청사, 구 한국전력 군산지점(명진토건) 등등. 조금 멀어도 좋으니 임피면 읍내리 생가나 묘소 근처도 좋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누가 뭐래도 군산은 '탁류의 도시'입니다. <탁류>는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거울이기도 하지요. 그럼에도 채만식문학관이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금강하굿둑 근처에 있어 접근성도 떨어지고, 관리도 제대로 안 되는 등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민족의 수난과 일제 만행을 확인하고 기억하는 교육의 장으로 거듭날 근대산업유산 예술창작벨트 전체가 <탁류>의 배경이니 이곳으로 이전해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시간여행 축제 현장에서 만난 군산시의회 박정희 의원(마선거구)의 의견이다. 그는 "소설의 중심 무대인 미두장(米豆場) 복원은 채만식 선생 유품 이상으로 가치가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개인 소유로 되어 있지만, 가능하면 복원해서 호남의 쌀 수탈과 함께 농촌자본을 몰락시킨 일제의 간악한 식민정책을 고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계획이라도 세우고 있어야 한다는 게 박 의원의 소견. 

 

채만식은 <탁류>를 집필한 후 민족문학의 암흑기인 1940년대에 친일소설로 알려지는 <아름다운 새벽>(1942) <여인전기>(1945) 등을 발표한다. 해방 후에는 자전적 성격의 단편 <민족의 죄인>(1947)을 통해 자신의 행위를 고백하고 자책하면서 처음으로 친일행위를 인정한 작가로 알려진다. 이러한 자료들을 좀 더 다양하게 수집해 채만식문학관에 전시하자는 것이다. 

 

 

 

[채만식문학관 후보지①] 군산시청 제3청사 

 

군산시청 제3청사는 철근콘크리트 2층 건물로 일제강점기(1930년대) 신축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제 초기 서양의 고전적 경향을 모방하던 양식에서 모더니즘 경향으로 변화하던 과도기적인 단계의 건축양식을 보여준다. 건물 앞부분은 1994년 중축됐고, 창호와 내부도 수리되고 교체됐으나 형태 및 평면 구조 등은 초기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기록에 의하면 1950년대 외자청(부흥부장관 소속)이 입주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는 군산시 사회단체들이 입주해 있으며 최근에는 영화 <화려한 휴가> 촬영지가 되기도 하였다. 1980년 5월 당시 무장한 군인들이 시위대를 폭력으로 진압하는 장면을 촬영했는데, 제3청사는 '이주일 쇼'를 공연하는 문화극장으로 나온다.  

 

 

 

[채만식문학관 후보지②] 구 한국전력 군산지점

 

구 한국전력 군산지점은 제3청사와 동시대 건축물로 규모와 외형이 비슷하다. 위치는 군산시 월명동으로 근대문화유산 경관지구와 가깝고 구불 6-1길(탁류길)이 지나는 곳이어서 채만식문학관으로 적합하다는 의견이 두 번째로 많은 건물이다. 탁류길은 군산의 원도심을 중심으로 역사와 흔적을 통해 선조들의 삶의 애환을 경험하며 과거를 되돌아보는 길이다.

 

 

 

[채만식문학관 후보지③]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등록문화재 제374호)은 일제의 식민지 지배를 위한 대표적인 금융시설이다. 일인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헤이'(中村興資平) 설계로 1922년 건립됐다. 소설 <탁류>에서는 초봉이와 혼인하는 고태수 직장으로 나오며 군산 세관, 나가사키18은행 등과 함께 일제강점기 군산을 대표하는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힌다. 

 

조적조 2층 건물이지만 4층 높이에 준하며, 전체적으로 서양 건축양식을 따랐다. 대지면적 2036.4㎡, 건축면적 1023.9㎡로 당시 경성 이남에서는 이처럼 형식과 미관이 뛰어난 웅장한 건물이 없었다 한다. 도로를 경계로 미두장(米豆場)과 마주보고 있고, 소설 <탁류>가 시작되는 장소여서 그런지 채만식문학관 후보지로 꼽는 사람이 제일 많았다.  

 

그러나 복원 후 공회당, 구 군산역 등 군산의 근대 건축물들 모형을 전시해놓은 '군산 근대건축관'으로 사용되고 있어 뜻있는 이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인터넷 검색창에서 '구 조선은행'을 검색하면 '소설 탁류'와 '고태수가 다니는 은행' 대목이 꼭 들어갔는데, 6월 이후 건축관 소개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탁류>가 이대로 잊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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