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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그림’처럼 잘 드러나지 않는 사람
글 : 배지영(특별기고) / kso9226@hanmai.net
2013.07.01 11:19:48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아무리 쉬운 ‘숨은 그림 찾기’라도 마지막 한두 개는 애를 태운다.  그림을 꼼꼼하게 볼수록 긴가민가 헷갈린다.  감자밭에서 배숙진 씨를 찾을 때가 그랬다.  챙 넓은 모자를 쓰고, 일 바지(몸빼 바지)를 입은 수십 명의 사람들은 모두 쭈그려 앉아서 감자를 캐고 있었다.  그들 모두는 그녀 같기도 하면서 또 아닌 것 같았다.

 

사흘 전에 그녀를 만나서 감자 얘기를 들었다.  올해 3월 15일, 그녀는 사람들과 함께 밭을 일구고, 비닐을 씌워서, 감자를 심었다.  한 달에 두세 번은 동사무소 직원들과 함께 감자밭에 갔다.  새순이 올라오고 비닐을 터주면서 농사짓는 재미를 조금 알게 됐다.  무섭게 올라와 있는 잡초를 뽑으면서 농사일이 녹록치 않다는 것도 알았다.

 

 


 

그녀는 농부가 아니다.  올해로 20년차인 사회복지사, 나운 2동 배숙진 계장이다.  그녀는 작년 5월에 나운 2동 동사무소에 발령받아 왔다.  13개의 아파트 단지로만 이루어진 동네를 가만 들여다보면 군산시 수급자중 20%가 나운2동에 거주한다.  1700세대 정도는 형편이 어렵다.  그래서 사회복지사 일도 다른 지역 보다 더 많다.  그녀는 거기에 농사일까지 끌어들였다.

 

 


 

농사에는 땅이 필수, 그러나 나운 2동은 ‘놀고 있는 땅’이 없다.  그녀는 이전에 근무하던 곳에서 알게 된 통장님을 통해 미룡동에 있는 휴경지를 무료로 임대 받았다.  감자를 심었다.  상품으로 팔 수 있는 감자 200상자만 나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그 돈을 밑천 삼아 겨울에는 독거노인과 장애인들에게 김장 김치를 담가 줘야겠다는 꿈을 가지고.  

 

감자는 100일 동안 땅 속에서 자랐다.  나운2동 부녀회와 통장, 노인일자리 사업, 군산 자활 사람들은 막중한 임무를 가진 감자가 상처 입지 않게 조심스럽게 호미질을 했다.  오, 맙소사!  감자알이 생각만큼 굵지 않았다.  견딜만한 더위도 갑자기 폭염으로 느껴졌다.  흙 묻은 감자를 털어 햇볕에 말리면서 기쁘기만 할 줄 알았는데…….

 

수확량도 예상을 빗나갔다.  200상자에 훨씬 못 미치는 115상자.  올해는 감자 시세마저 대폭락.  배숙진 계장은 감자를 캐느라 온 삭신을 쓴 몸보다 속이 먼저 상한다고 했다.  나와 똑같이 일하는 엄마면서 아들 둘인 처지.  그 중에 한 명은 지지리도 말을 안 듣는 ‘중2’ 라는 사실에 연대의식을 느낀 나는, 그녀가 옆에 있으면 안아주고 싶었다.

 

생각해 보면, 감자는 슬픈 구석이 있다.  밥 대신 먹은 구황작물, 수시로 받아온 못생겼다는  지적, 약이 오르면 너도나도 주먹을 들어서 먹이던 것.  그래도 배숙진 계장은 다시 감자 밭에 갈 것이다.  거기에 배추와 무를 심어서 김장을 하겠지.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과 마음이 더해지는 그 거대한 일, 그 때도 나는 숨어있는 배숙진 계장을 금방 못 찾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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