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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을 굽는 사람들_지적장애인 제과점 ‘베이커리 쉐어카페’
글 : 신인혜(자유기고가) / uh1986@naver.com
2013.05.01 13:23:05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함께 쓰다, 공유하다’라는 뜻을 지닌 영단어 ‘Share’가 빵을 만드는 사람들과 만났다.  군산시 서흥남동 한 주택가에 위치한 ‘베이커리 쉐어카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베이커리 쉐어카페’는 지적장애인과 지역사회가 함께 정을 나누고 행복을 나누는 빵을 굽고 있다.  그들이 빚어낸 빵은 어떤 맛일까.  ‘베이커리 쉐어카페’의 직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자립’을 준비하다

“어떻게 여기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셨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왔어요. 취직이 안 돼서요.”  베이커리 쉐어카페의 막내인 양귀숙 씨(20)는 인터뷰가 낯선 듯 조그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귀숙 씨는 현재 베이커리 쉐어카페에서 훈련생으로 근무하고 있다.  귀숙 씨를 포함해 다섯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베이커리 쉐어카페는 군산시 옥구읍에 위치한 지적장애인 거주시설 ‘나눔의 집’에서 시작됐다.  “저희 직원들 모두가 2급, 3급의 지적장애인입니다.  지적장애인은 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해도 취업을 하거나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게 어렵습니다.  그래서 직업재활프로그램으로 2011년에 나눔의 집에서 제빵 과정을 시작했습니다.  매장은 교육 2년째가 되던 2012년 4월 14일에 오픈했고요.” 베이커리 쉐어카페 강경무 팀장의 설명이다.

 

 


 

직원들에게 베이커리 쉐어카페는 단순한 일자리가 아니다.  스스로의 ‘자립’을 준비하는 공간이다.  베이커리 쉐어카페의 직원들은 오전 7시와 9시, 두 파트로 나누어 출근한다.  당일 판매할 빵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빵을 굽는 과정은 대부분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에 마무리 된다.  이후에는 경제교육 프로그램, 사회적응 프로그램 등의 자립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자립 프로그램은 대체로 오후 5시 까지 진행된다.  강경무 팀장은 자립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유에 대해 베이커리 쉐어카페의 가장 큰 목표가 지적장애인의 ‘자립’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친구들이 기술 교육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자립할 수 있는 경제교육, 자산관리 등에 대한 부분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급여를 많이 받는다고 해도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자립이 어렵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크림빵’을 굽는다는 것

“베이커리 쉐어카페에서는 어떤 빵이 제일 맛있나요?”

“...... 다 맛있어요.”

“그래도 한 가지만 골라주신다면요?”

“음...... 크림빵이요.”

하얀 조리복과 조리모를 착용한 전영민 씨(26)는 가장 맛있는 빵을 묻는 질문에 잠시 망설였다.  모든 메뉴가 맛있어서 어떤 메뉴를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한참의 고민 끝에 영민 씨는 ‘크림빵’을 추천했다.  베이커리 쉐어카페에서는 크림빵 외에도 단팥빵, 식빵, 모카번, 브라우니, 머핀 등 20여 가지의 빵과 쿠키를 판매하고 있다.  모든 메뉴는 반죽에서부터 포장까지 직원들이 직접 준비한다.  “처음에는 주문이 들어오면 사회복지사 선생님들 중심으로 준비하곤 했었는데요.  요즘에는 저희 친구들이 함께 조율하면서 스스로 진행할 수 있도록 물러서서 지켜봐 주고 있습니다.”  베이커리 쉐어카페 임백수 사회복지사의 설명이다.

 

“오븐이 빵이 잘 못나왔을 때가 힘들어요. 빵을 오븐에 넣어 놓고 잠깐 어디 갔다 오면 시간을 못 맞추거든요.”

“어떨 때 시간을 못 맞추시는데요?”

“선생님들(사회복지사)이 안 계실 땐 우리만 있는데 빵을 넣어놓고 손님 오시면 빵을 못 보니까요. 오븐에 빵을 넣어 놓고 안보면 시간이 넘어가서 타버리고 그러거든요. 불도 잘 맞춰줘야 하고요.”

베이커리 쉐어카페의 직원들은 각각 계량 및 반죽, 제과, 제빵, 오븐 등을 담당하고 있다.  오븐을 담당하고 있는 이희진 씨(24)는 빵을 구울 때 어떤 부분을 조심해야 하는지, 무엇이 힘든지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수줍어하던 인터뷰 초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두 눈은 이채로 빛나고 얼굴에는 활기가 가득했다.  맡은 일에 대한 희진 씨의 열정과 책임감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맛있고 예쁜 ‘애플파이’

“새로운 빵을 만들고 싶어요.”

“어떤 빵을 만들고 싶으신데요?”

“애플파이요.”

“애플파이요?”

“네. 빵이 맛있고, 모양도 예뻐요.”

베이커리 쉐어카페가 오픈한지 1년.  직원들은 새로운 메뉴에 대한 관심이 높다.  김지혜 씨(23) 또한 그렇다.  지혜 씨에게 새로운 빵을 배운다는 것은 무척 신나는 일이지만, 제일 힘든 과정이기도 하다.

 

“저희가 기존에 있는 빵을 만드는 건 그렇게 힘들지 않은데 새로운 빵을 배우는 건 힘들어요.  새로운 빵을 만들려면 계속 반복해서 연습해야 되는데 (새로운 빵을) 연습하다가 기존의 제품을 만들다 보면 새로운 것들을 기억하기가 좀 힘들거든요.”  지혜 씨와 함께 근무하고 있는 이희영 씨(26)의 설명이다.  지혜 씨와 희영 씨는 서해대학교 호텔조리학과를 졸업했다.  빵에 대한 감각이 좋아 각각 제빵과 제과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다른 제과점을 보면 메뉴가 풍성하잖아요.  저희는 만들 수 있는 것들을 만드니까(메뉴가 적어요)...... 더 맛있는 빵을 많이 만들고 싶어요.”

 

베이커리 쉐어카페 임백수 사회복지사는 다양한 메뉴에 대한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전문 인력을 충원할 계획임을 밝혔다.  “지금까지는 저희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이 제과제빵사 자격증을 취득해서 친구들을 교육하고, 메뉴 교육도 했었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전문 제과제빵사가 아니다 보니까 아무래도 한계가 있더라고요.  전문 제과제빵사 선생님이 오시면 유기농 빵이나 쌀로 만드는 빵 등도 가능해 질 것 같아요.”

 

 


 

‘Share', 함께 그리고 같이

“희영씨, 베이커리 쉐어카페에서 일하면서 언제가 가장 좋으세요?”

“빵을 팔 때요.  사람들이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오신 분들이 다시 오실 때가 정말 좋고 행복해요.”

베이커리 쉐어카페의 활동이 계속되면서 관심과 지지를 보내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일부러 베이커리 쉐어카페를 찾아오는 고객도 적지 않다.  하지만 지적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아직까지도 상당부분 존재한다.  “저희 친구들이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제품의 품질을 낮게 평가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어요.  지역 사회 내에서 지적장애인의 활동에 대한 공감대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강경무 팀장은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활동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지역에 축제가 많이 있잖아요.  저희가 부스를 맡아서 운영한다던가, 이동식 차량으로 지역 시민 분들과 만나면서 지적장애인 친구들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꿈은 뭔가요?”

“계속 빵을 만들고 사람들을 만나고 하다 보니까 어떻게 하면 제가 훌륭한 제빵사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빵을 맛있게 만들어서 이웃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요.”

질문에 대답하는 희영 씨의 얼굴은 미소로 가득했다.  동그란 두 눈은 까맣게 빛나고, 양 볼은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희영 씨의 모습에서 알 수 있었다.  ‘장애’란 가로막히고 거리껴지는 것(障:가로막을 장, 碍:거리낄 애)이 아니라 오랫동안 깊게 사랑하는 열정(長:길 장 愛:사랑 애)이라는 것을.

 

베이커리 쉐어카페

군산시 서흥남동 816-11

(063)464-9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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