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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년 전 졸업앨범, 참 감각적이네
글 : 조종안(시민기자) / chongani@hitel.net
2012.09.01 10:32:15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모교 강당에서 열린 제 25차 총동문회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군산 문창초등학교(교장 한상영) 총동문회(회장 문희주)는 지난 8월 15일 오전 11시 모교에서 제25차 정기총회 및 체육대회를 개최했다.  강당에서 열린 정기총회에서는 문희주(18회) 회장과 반희철(19회) 신임회장의 이·취임식과 학교 명예를 빛낸 박유성(23회) 동문에게 문창대상 감사패가 수여됐다.  이날 전국 각지에서 달려온 동문은 500여명. 1회 졸업생 문수남(81) 초대 동창회장도 참석해서 자리를 빛내주었다.

 

임기를 마치는 문희주 회장은 “문창초등학교 총동문회는 ‘모교애·동문애·동기애의 확산’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25년 전 결성되어 처음엔 어려움이 많았으나 요즘엔 전국에서 단합이 잘 되는 동창회로 모범이 되고 있다”며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2005년 개최한 개교 60주년 행사 때는 학교 밖에까지 인파로 넘쳤단다.  인기탤런트 김성환(18회)도 동문으로 그와 친한 송대관, 주현미, 백일섭, 사미자, 김수미 등 연예인 12명이 참여했었다고.

 

 

선배들과 축구 경기하는 동기들에게 응원하는 모습

 

문동신(6회) 군산 시장도 문창초등학교 출신. 문 시장도 참석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전전날 밤 집중 폭우로 비상이 걸려 참석하지 못했다.  궂은 날씨에도 많은 동문이 모여 운동장은 잔칫집 분위기였으며 하늘에서 펄럭이는 만국기는 추억여행을 떠나게 했다.  운동장에서는 선·후배의 친목과 우정을 다지는 축구시합이 펼쳐졌고 응원 열기도 대단했다. 

 

여성 동문과 기념촬영 하는 탤런트 김성환

 

오전 11시 30분쯤 탤런트 김성환이 운동장에 얼굴을 내밀었다.  그는 활짝 웃는 얼굴로 선후배들을 찾아다니며 인사를 나누었다.  ‘손박자’와 ‘거시기’는 그의 키워드.  만능 엔터테이너로 코미디언 이상의 입담과 구성진 창법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김성환은 남녀 선·후배들과 기념촬영을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어떤 여성 동문은 반가움에 어깨를 껴안기도. 

 

 

​문창초등학교 제3회 졸업앨범 표지

 

"공부대신 아주까리나 송진을 따러 댕겼지" 

문창초등학교 전신은 1924년 10월 당시 일제가 '불이농촌(不二農村)'으로 이주한 일본농민들 자녀 교육을 위해 설립한 '불이공립고등소학교'이며 1945년 11월 문창국민학교로 개칭된다.  이렇게 일제가 설립한 초등학교 총동문회 체육대회를 광복절에 개최한다고 해서 구경 갔다가 귀물을 만났다.  귀물의 주인공은 문창초등학교 3회 졸업앨범과 1회 졸업장.  단기(檀紀) 4281년(1948년) 6월, 가로 22cm, 세로 14cm(표지까지 13쪽)로 제작된 앨범은 두께가 초등학생 공책보다 얇지만 수많은 사연과 의미가 담겨 있을 것 같았다.  특히 누렇게 바랜 표지에 그려진 책과 꽃다발, 특히 남녀가 춤추는 그림은 당시 큰 세간의 이목을 끌었을 법했다.

 

 

이의 귀여운 얼굴처럼 느껴졌던 태극기와 애국가

 

책장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넘기는 데 익숙해서 그런지 앨범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기려니까 어색했다.  표지를 넘기니 예쁘고 앙증맞게 그려진 태극기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정부 출범 전이어서 그런지 태극기의 4괘 자리와 애국가 1절 가사가 요즘과 다른 부분이 많았다. '마르고 닳도록'은 '말으고 달토록'으로, '하느님'은 '하나님'으로, '보우하사'는 '보호하사'로 '삼천리'는 '삼철리'로, '보전하세'는 '보존하세'로 적혀 있었다.  오기(誤記)는 아닐 터이고 맞춤법이 지금과 달랐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태평양전쟁 말기 놋수저 하나까지 공출로 빼앗아 갔던 일제는 군산·옥구지역 지역의 초등학교 학생들에게도 집에 가면 부모에게 일본말을 가르치라고 지시를 내렸다.  또한, 일본인 농가 모심기와 방공호 파기에 동원되었고, 방공연습과 위문편지 쓰기 등으로 수업을 채웠다고 한다. 

 

 

 

 

기관장 임명장을 떠오르게 하는 문창초등학교 1호 졸업장

 

문수남(81) 초대 동창회장은 "그 옛날 문창초등학교는 일본인 자녀와 일제에 협조하는 조선인 자녀만 다닐 수 있었다"며 "나도 멀리 떨어진 미룡초등학교에 다니다가 해방 후 학구제 개편으로 옮겨와 1년쯤 다니고 졸업했다"고 말했다.  문 회장은 군수 임명장 같은 졸업장을 보여주며 "공부 대신 피마자(아주까리)나 송진을 따러 댕겼고, 일본 헌병들이 타는 말에게 먹일 풀을 베러 댕겼다"며 어려웠던 시절을 회상했다.  1호로 발급된 그의 졸업장에서 당시엔 초등학교 졸업식을 6월에 치렀음을 알 수 있었다.  

 

 

어수선했던 정국과 달리 편하게 느껴지는 선생님 단체사진

 

격세지감 느꼈던 선생님과 졸업생 단체사진

교장 선생님 사진도 흥미를 끌었다.  지면이 부족해서 그랬겠지만, 교장실에서 근무하는 모습을 찍은 근엄한 사진 한 장만 들어가는 요즘과 달리 교장과 교감이 야외에서 촬영한 상반신 사진을 모교 전경과 함께 대각선으로 배치해놨기 때문이다. 선생님들 단체사진은 38선으로 한반도 허리가 잘리고, 좌우대립으로 사회가 혼란스러웠던 시국임에도 표정과 패션이 자유분방해 부담을 덜어준다.  사진은 전체적으로 활기가 넘쳤다. 여선생님 두 분은 파마머리에 무명 치마저고리 차림.  남자 선생님 열네 분은 양복, 노동복 등 다양하다.  앞줄 맨 오른쪽 선생님은 짧은 바지 사이로 내복이 보이고, 하이칼라 머리에 검정고무신을 신고 있어 씁쓸한 미소를 짓게 한다.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의 농촌 학교임에도 차림새와 표정이 궁색하지 않아 여유가 느껴진다.  65년 전 사진이니 지금쯤은 팔순을 넘긴 노인이 됐을 학생도 있을 터.  이름을 사진에 일일이 적어놓아 당시엔 어떤 이름이 유행했는지 확인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단체사진 뒤로 화단의 나무와 교실, 창문 등이 보이는데, 판자를 생선 비늘처럼 켜켜이 덧댄 판자벽은 일본식 건물임을 확인해주는 듯하다. 

 

 

졸업생들 수업광경(아래)과 자치회의 모습(위)

 

학생들 수업광경과 자치회 사진은 칠판의 메모를 통해 단기 4281년 4월 16일에 찍혔음을 알 수 있었다.  학생들이 자습, 아니면 복습하는 모습을 촬영한 모양인데, 중학생도 풀기 어려운 '방정식'을 풀고 있어 놀라웠다.  일제가 이상향으로 꿈꿨던 농촌의 일본인 자녀들이 다닌 학교여서 그런지 널찍한 교실에는 난로가 놓여 있고, 벽에는 안내방송용 스피커도 달려 있다.  1950~1960년대 콩나물 교실에서 고생하며 공부했던 필자에게 넉넉한 책걸상은 질투심을 느낄 정도로 풍족하게 보였다.  앨범을 보여준 한상영 교장은 "지금도 이 학교에 다녔던 일본인이 가끔 방문하고 있으며 1960년대까지만 해도 본관 건물 뒤편에 일인들이 조성한 정원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규모는 작지만, 잔디가 좋아 학생은 물론 주민들 쉼터로 사용되다가 건물을 중축하면서 사라졌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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