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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종구의 독서칼럼: 책과 사람 그리고 세상 이야기
글 : 공진구 / kong@kunsan.ac.kr
2024.02.20 16:39:31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황석영. <해질 무렵>. (문학동네, 2015)

 

한국 근대화의 이면과 그늘

 


 

공종구(군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해질 무렵>은 한국과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작가로 돌올한 황석영이 2015년 문학동네에서 출판한 경장편 소설이다. 이 작품의 서사가 닻을 드리우는 지점은 압축 성장으로 표상되는 한국 근대화의 외설적 이면과 그늘이다. 한국 근대화의 외설적 이면과 그늘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한국 단편의 백미로 평가받는 삼포가는 길의 적자를 자임한다. 영달, 백화, 정씨 세 사람 뜨내기 인생의 인생유전과 신산이 서사를 추동하는 삼포 가는 길또한 그 이면에 한국 근대화의 그늘을 짙게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황석영은 도대체 왜 반복강박의 양상을 보일 정도로 한국 근대화의 그늘에 대한 탐색과 천착을 반복하고 있는 것일까?

 

황석영은 이 작품을 통해 압축성장으로 표상되는 한국 근대화가 남긴 부정적 유산의 증상을 반영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 작품은 숱한 파행과 폭력, 불법과 비리로 얼룩진 한국 근대화 과정의 알레고리적 축도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진행된 근대화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비약적인 성장과 도약에 성공한 국가이다. 하지만 바로 그 비정상적일 정도로 빠른 속도. 그리고 노동자와 농민들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일방적인 희생과 헌신을 담보로 한 정책들로 인해 한국의 근대화는 적지 않은 문제를 낳기도 한다. 하여, 지속가능한 한국의 미래를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각종 문제들. 기후 위기, 환경과 생태계 파괴, 저출산 고령화, 청년과 노인 문제, 불평등과 양극화, 혐오와 차별의 정동, 지역소멸, 팬데믹 등 이 모든 문제들의 책임으로부터 한국 근대화 과정의 부정적 유산은 결코 자유롭지 않다. 특히 청년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합계 출산률 0.7마저도 무너지기 직전에 있는 초저출산 문제는 외국에서까지도 적지 않은 관심을 보일 정도로 심각하다. 실제로 미국의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섯은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한국의 인구 감소 속도가 흑사병 창궐로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유럽보다 더 빠를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한국 근대화 과정의 부정적 유산에 대한 황석영의 문제의식은 이 작품의 서술자로 등장하는 박민우와 정우희를 비롯한 인물들의 불행한 운명에 반영되고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한결같이 그리고 또 하나같이 불행한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유일한 마음의 안식처이자 의지가지였던 외아들 김민우의 참척 이후 술을 벗삼아 마음의 지옥을 악착으로 버티던 박민우의 첫사랑 차순아는 신산과 굴곡으로 점철된 이승의 삶을 고독사로 마감하고, 죽마고우 건설업자인 윤병구는 암 수술 후 혼수상태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대동건설의 임회장은 횡령배임의 혐의로 구속되어 감옥에 갈 처지에 놓여 있으며 태권도장 사범과 토막이는 재명이 형제의 폭력에 의해 동네 바깥으로 추방당한다. 그리고 청년세대의 전형으로 등장하는 정우희와 김민우의 처지는 더욱 참담하다. 전문대학 졸업 후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고시원에서 몸을 부리는 고단한 삶을 연명하던 김민우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덧없는 화양연화를 서둘러 마감한다. 반지하 월세의 열악한 공간에서 생활하며 존재감이 거의 없는 연극 연출가와 극작가로 활동하는 한편 편의점의 심야 알바로 젊음을 소모적으로 탕진하는 정우희의 처지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세속적으로 출세했다고 할 수 있는 건축가 박민우조차도 가족 해체에 직면하여 자조적인 회한만을 반추하며 배회방황하는 처지이다.

강아지풀이라는 상징을 통해 희망의 단초를 열어놓고는 있지만 이 작품의 전체적인 기운은 해질 무렵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무겁고도 어둡다. 미국의 문화비평가인 프레드릭 제임슨은 자본주의의 종말을 기대하는 것보다는 인류 역사의 종말을 기대하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이다라는 묵시록적 전망을 제기한 바 있다. 자본주의의 바깥은 없다면,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근대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라는 질문으로 이 글을 매조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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