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gun 홈페이지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메인 메뉴


콘텐츠

홈 > ARTICLE > 사회
현대판 이색 별주부전 ‘김형순 씨 가족의 휴먼 다큐’
글 : 오성렬 / poi3275@naver.com
2023.12.22 16:00:41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시 낭송가이자 문화해설사, 숲해설사로서 가정과 사회생활 모두 열심인 형순 씨, 평소 남다른 부부 금슬에 무슨 말에나 조용한 미소로 단아함을 보이던 그녀에게 지난 9, 예기치 않은 일이 닥쳤다. 운명처럼 맞닥뜨린 그 일로 그녀는 아직도 주체할 수 없는 감동에 젖어 있다. 어쩌면 이 감동은 그녀 부부가 생을 다하는 날까지 같이 할 터이다. 죽음 직전의 친정 남동생에게 형순 씨 남편이 기꺼이 장기()를 이식, 새 생명의 길을 터주었기 때문이다.

 

형순 씨의 남편 최태근(54)씨는 개인택시 모범운전자이면서 농부이기도 하다. 택시 쉬는 날엔 김제에 내려가 농사일 하는 와중에도 야생화를 좋아하는 아내 형순 씨와 때로 산야로 나가 들꽃 탐방을 할 정도로 이들 부부애는 정평이 나 있다. 그렇게 평온하게 지내던 이들 부부에게

지난 9월 인천에서 거주 중인 형순 씨 남동생 (김상국/50)으로부터 다급한 연락이 왔다. 4년 전 정기건강검진에서 발견 된 간암이 10여 차례 시술 치료에도 불구하고 악화됨으로써 당장 간 이식 수술을 하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는 주치의의 강력한 권고를 들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간 이식 공여자를 찾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적합성 여부는 혈액형부터 맞아야 했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환자인 형순 씨의 남동생 김상국(50) 씨와 매형인 태근 씨는 우연찮게도 같은 혈액형이었다. 그래서 검사 결과 이식 적합 판정을 받고 수술이 결정되었다. 절망에 빠져있던 상국 씨에게 실낱같은 희망이 된 셈이다. 사실 친형제자매도 아닌 관계에서 내 장기를 선뜻 누군가에가 떼어 준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태근 씨로서도 잠깐의 결정 순간이 있었겠지만 처남의 애처로운 모습을 보며 용단을 내렸다. 그것은 자신의 삶에는 집사람이 전부라고 말할 정도로 극진한 아내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이기도 했다. 이 모습을 보며 태근 씨의 형님들은 동생의 판단을 믿는다.’며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었다.

 

이윽고 913일 주치의와의 면담에서 수술 전과정과 예후를 설명 듣고 917일 그간 치료받았던 인천성모병원에 입원했다. 다음날 아침 7시 환자가 먼저 수술실에 올라가 수술이 시작되고 공여자인 태근 씨는 수술 4시간 만에 회복실로, 처남인 상국 씨는 10시간 만에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병실에서 나와 이들이 맨 먼저 각자의 아내에게 한 말은 처남의 상태는?” “매형의 상태는?”이었다. 자신보다도 상대의 상태를 먼저 걱정한 것이다. 이후 두 사람은 빠르게 회복세를 보여 태근 씨는 1주일 만에 퇴원하게 되고 상국 씨는 격리병실에 있다가 3주 후에 퇴원, 현재는 모두 일상으로 돌아와 자택에서 회복 중이다.

 

태근 씨는 자신으로 인해 처남이 건강해져서 기쁘고 감사하다며 스스로의 판단에 후회는 없다고 들려준다. 오히려 다이어트에 성공한 것같은 느낌이 들고 다만 소화능력이 예전에 비해 다소 떨어지지만 곧 좋아질 것으로 믿고 있으며 자신도 처남도 건강하게 오랫동안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제일 힘들었던 건 수술 후 1주일이었다. 병상에 누워 창밖으로 보이는 아파트건설현장의 타워크레인이 마치 자신의 모습 같았기 때문이다. 두 팔에 꽂힌 링거 주사바늘, 새벽 3시면 어김없이 병실에 들어와 피를 빼가는 간호사들이 해병대 훈련 교관보다 더 공포였다. 그래서일까, 태근 씨는 그 일주일이라는 기간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거라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두 명의 간호사 덕에 지옥보다 더한 두려움의 연속에서 잘 버티었던 것 같다며 이름도 모르는 그 간호사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들려준다.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을 비롯해서 처남까지 간병을 해준 손위 동서도 너무 감사하고 튼튼한 정신과 육신을 주신 부모님께도 감사드린다며 자신이 제일 사랑하는 아내와 처남만 괜찮다면 자신의 불편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아버지로부터 농사일이 힘드시다는 말씀을 듣고 그 길로 직장을 그만두고 아버지의 대를 이어 농사일을 하고 있다는 태근 씨는 남는 시간을 활용코자 개인택시를 구입하여 현재 겸업을 하고 있다. 간간히 아내인 형순 씨의 행사에 매니저 역할을 할 정도로 1인 다역의 성실한 삶을 살고 있는 태근 씨의 아내 사랑은 정평이 나있다. 10년 전 아내가 큰 병에 걸렸을 때에도 지금 친정 남동생으로 인해 힘들어 할 때도 오직 아내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것이 자신을 위하는 길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얼마 전 형순 씨 부부를 모 찻집에서 만났을 때 처음으로 본 남편 태근 씨는 건장하고 듬직한 체구에 소년처럼 맑은 인상이었다. 그리고 서로의 눈빛을 교환하며 부부가 대화를 나눌 때의 다정스런 모습에서는 애틋한 사랑이 묻어났다. 인터뷰를 끝내면서 형순 씨에게 지금의 심경을 묻자 잠시 생각하더니 조용한 미소와 함께 답이 돌아온다.

 

남동생도 형님을 얻었고, 남편도 아우를 얻었구요, 생명을 이어준 남편을 더욱 사랑합니다.”

 

오성렬님 기사 더보기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닫기
댓글 목록
댓글 등록

등록


카피라이터

주소 : (우)54020 전북 군산시 절골3길 16-2 , 출판신고번호 : 제2023-000018호

제작 : 문화공감 사람과 길(휴먼앤로드) 063-445-4700, 인쇄 : (유)정민애드컴 063-253-4207, E-mail : newgunsanews@naver.com

Copyright 2020. MAGAZINE GUNSAN. All Right Reserved.

LOGIN
ID저장

아직 매거진군산 회원이 아니세요?

회원가입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잊으셨나요?

아이디/비밀번호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