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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황혼을 만나다
글 : 조종안(시민기자) / chongani@hitel.net
2012.05.01 10:03:39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불혹(不惑)이 되어서야 세상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는 김인례(76) 할머니.  그의 삶은 지겹고 험난하기만 했다.  마흔한 살에 생이별하고 늘그막에 자궁암으로 저승 문턱을 밟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하늘은 무심하지 않았다.  인생의 ‘황혼열차’에서 만난 새로운 동반자와 신혼처럼 알콩달콩 살아가고 있어서다. 

 

 

<추억의 여고시절> 연극에서 열연하는 김인례 할머니 (2011/11/16)

 

김 할머니와 만남은 이번이 두 번째.  처음 만남은 작년 11월 16일 군산노인종합복지관(관장 정헌주) 3층 강당에서 열린 <추억의 여고시절> 연극을 통해서였다.  홍도 친구(경자) 배역을 맡은 김 할머니의 실감 나는 연기에 마음이 끌리기 시작했던 것.  어렵게 부탁해서 처음엔 두 분을 함께 뵙기로 약속했는데, 할아버지가 ‘아무리 생각해도 쑥스러워 나오지 못하겠다’고 해서 혼자 나왔단다. 

 

“암 수술 후유증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하고 택시만 타고 다니던 2002년 어느 날이었어요.  하루는 친구 문병을 가다가 기사에게 ‘즐기면서 운동을 해야겠는데 마땅한 곳을 아느냐?’고 물으니까 이곳(노인복지관)에 내려주는 거예요.  운동을 꾸준히 해야 건강을 찾을 수 있다는 의사 진단이 있었던 터라 댄스스포츠를 시작했죠.  운동을 시작할 때 64kg이던 몸무게가 지금은 49kg~50kg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011 실버축제 행사 때 시범을 보이는 군산노인종합복지관 댄스스포츠 팀

 

노인복지관 탁구사랑 동우회 회원으로, 스포츠댄스 강사로 은발의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김 할머니는 1937년생으로 올해 일흔여섯이다.  그러나 호적에는 1942년생으로 올라 있단다.  자식 다섯이 3년을 넘기지 못하고 병사(病死)하니까, 출생신고를 두려워한 부모가 성장 가능성을 믿은 다음 호적에 올렸기 때문이란다.  그러한 사연으로 여섯째로 태어났으면서도 장녀가 되었다.  

 

맥군_ 군산이 고향이신가요?

아니에요.  아버지는 완주군 삼례읍이고, 저는 충남 논산군 광석면에서 태어났어요.  참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을이었지요.  낮은 구릉지여서 농경지가 많았어요.  다랑논 사이로 산길도 나 있고, 친구들과 노래하며 넘어 다니던 고개도 있고, 수양버들이 늘어진 개천을 따라 4km 떨어진 학교를 오갔습니다.  그때는 엄마가 일본 여자인 급우도 있고, 솜바지 입은 아기 아버지 학생도 있었어요.

 

 

태어난 고향에 대해 설명하는 김인례 할머니

 

맥군_ 가난하던 시절에 학교 다니느라 고생이 많았겠어요.

해방(1945)되던 해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일본어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배웠습니다.  아버지 직장 관사에 살아서 생활은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몸이 약해서 고생했어요.  어렵게 학교에 다니다 6·25전쟁 때 아버지 고향으로 피난해서 눌러 살게 되었죠.  그러나 중고등학교는 아버지 직장을 따라 전학을 5~6회 다니다가 대구에서 여고를 졸업했습니다.  서울, 대전, 부산 여기저기 찍고 다녔죠. (웃음)

 

맥군_ 그럼 군산엔 언제 정착하셨나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익산 군청에 근무하다가 스물여섯에 옥구(군산)로 시집을 왔습니다.  (한참 망설임) 중매결혼을 했는데, 밖으로만 나도는 남편 때문에 모든 남자를 증오하게 되었어요.  서울은 깍쟁이들, 시골엔 마음이 곱고 착한 분들만 사는 것으로 알았는데, 남편을 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어렵게 낳은 아이까지 죽어서 실망감이 더 컸던 것 같아요.  (한숨) 결국 견디지 못하고 헤어졌고, 그때부터 세상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 

마흔한 살에 남편과 갈라섰고, 부양할 자식도 없으면서 억척스럽게 돈을 모았다.  몇 년 후에는 등(燈) 만드는 작은 공장도 차렸다.  사장이 되니까 도와주겠다는 남자도 있었으나 마음이 끌리지 않더란다.  그럼에도 친구 보증서고 손해를 보거나 목돈을 떼이거나 큰일을 결정할 때, 사업이 갈림길에 섰을 때, 누군가와 경쟁할 때 약하다는 걸 자각하면서 외로움을 느꼈다고 한다.  김 할머니는 “그래도 이리저리 세파에 시달리면서 심신이 더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맥군_ 연극을 볼 때도 느꼈는데, 할머니는 감정이 풍부한 것 같아요?

오랜 시간을 혼자 살아서 그런지 모든 면에 긍정적이고 활달하면서도 외로움을 자주 느끼고 가을을 많이 탑니다.  여행도 혼자 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시인처럼 표현은 못 해도 꽃잎이 휘날리면 가슴이 뭉클해지고, 그랬죠.  머리에 떨어지는 꽃잎이 내 처지와 같아서 서글퍼지기도 하고요.  겨울에 앙상한 가지를 보면 쓸쓸해지고 그랬어요.

 

맥군_ 제2의 인생을 시작한 동반자는 어떤 분인지요?

저보다 다섯 살 아래인데요, 사람들 앞에 나가서 상(賞) 받는 것조차 싫어할 정도로 내성적이면서도 말에는 위트가 넘칩니다.  유머가 없었으면 끌리지 않았을 거예요.  일흔이 넘어서도 남자를 조심하고 멀리하는 성격이 바뀌지 않았었는데, 그분의 유머가 제 마음을 돌려놓았지요.

 

맥군_ 노년에 동반자와 함께 지내면서 느끼는 점은? 

작년 10월 30일 합해서 동지처럼, 친구처럼 지내고 있어요.  집에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든든하고, 많이 웃으니까 좋아요.  혼자 지낼 때는 TV 아니면 웃을 일이 없었거든요.  30대 후반의 딸이 둘 있는데 너무너무 잘해주어 고맙고 행복합니다.  낼모레가 팔십이어서 그런지 ‘몇 달이라도 일찍 만날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듭니다.

 

맥군_ 독신생활이 몸에 익어서 불편한 점도 있겠는데요?

다시 살림을 시작한다는 자체가 짐이 되더라고요.  잠은 어떻게 자야 하는지, 혹시 코는 골지 않는지 모든 게 걱정이었어요.  혼자 있을 때는 귀찮아서 굶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합하니까 나는 굶어도 상대는 반찬 하나라도 챙겨줘야 하니까 신경이 쓰입니다.  그러나 바꿔 생각하면 그런 게 모두 행복인 것 같아요.  부딪치지 않으면 진보도 없으니까요.

 

맥군_ 혹시 첫사랑 안부는 알고 지내는지요?

(잠시 머뭇머뭇) 옛날 얘기는 하기 싫은데··· 몇 년 전 바람결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어요.  헤어졌다고 하지만, 마음이 짠했습니다.  ‘첫사랑이 못 살면 마음 아프고, 잘 살면 배가 아프고, 살자고 하면 골치 아프다’는 얘기도 있잖아요.  꼭 그 심정입니다.

 

맥군_ 새로운 동반자는 어떻게 만나셨는지? 

세상 인연이란 묘해요.  원래는 2년 전 죽은 부인과 오래전부터 친하게 지냈거든요.  저보다 10년 아래인 부인이 ‘B형 간염’으로 고생할 때였는데 제가 친언니처럼 좋다며 따랐죠.  그렇게 자매처럼 지내다 5~6년 전 가족들까지 알게 되었고, 그때 남편과 인사를 나누었죠.  부인이 죽음을 앞두고 제 손을 꼭 잡더니 ‘나는 언니를 믿어, 언니가 있으니까 마음이 든든해’라고 할 때는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어요.

 

 

동반자를 만나게 된 사연을 얘기하던 김 할머니는 “지금도 ‘언니를 믿어’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며 북받치는 감정을 참지 못하겠는지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평소 사색(思索)을 좋아했다는 김인례 할머니.  그의 눈물은 영겁의 세월 동안 쌓이고 쌓인 ‘슬픈 눈물’이 아니라, 황혼의 로맨스를 즐기면서 나오는 ‘행복의 눈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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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내내 웃음꽃 피는 노인회 만들겠다!

대한노인회(사) 군산지회 황긍택 회장을 만나다 

 

대한노인회(사) 군산지회는 지난 3월 21일 관내 300여 경로당 회장이 참여한 가운데 38회 정기총회를 열고 제15대 회장에 황금택(72) 후보를 선출했다.  황 회장은 총 유효득표(300표) 중 189표를 얻어, 강선국(2위) 후보를 누르고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이·취임식에서 취임사 낭독하는 황긍택 회장

 

황 회장은 4월 6일 열린 이·취임식에서 "능력·믿음 있는 사람, 사계절 내내 웃음꽃이 피는 노인회를 만들겠다”며 "부족하지만, 침체된 군산노인회를 회원들과 하나가 되어 확실하게 바꾸어 움직이는 노인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의지를 밝혔다.  이어 황 회장은 “복지관형 노인 회관 건립, 취미·건강클럽 및 분회의 활성화, 경로당과 기업체 간 자매결연 추진, 회비 환원에 노력하겠다”면서 “군산시와 긴밀한 협조관계 구축으로 노인복지 향상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동일 전임 지회장은 11년 동안 군산노인회를 끌어오며 노인회 조직을 확고하게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군산시 경로당 활성화와 노인 복지 등 어른들의 권익신장을 위한 노력으로 지역사회에서 귀감을 사고 있다.  오는 2016년 3월 31일까지 4년간의 임기를 수행하게 되는 황긍택 신임 회장을 만났다.  지난 주말(13일), 오룡동에 자리한 군산노인회 사무실에 들어서니 전화를 받던 황 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반갑게 맞아주었다.

 

 

황긍택 회장이 임기 동안 처리할 일들을 설명하고 있다

 

 

맥군_ 안녕하세요.  늦었지만, 회장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생각지 않게 많은 분들이 저를 선택해주셔서 어깨가 더욱 무겁습니다.  약속대로 군산노인회 위상을 높이고, 군산지역 노인들의 신바람 나는 노후생활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회장 이·취임식 때 물려받은 기를 흔드는 황긍택 회장

 

맥군_ 신임 회장으로 첫 번째 무슨 사업을 계획하고 계신지요?

먼저 할 일은 그동안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경로당과 노인회가 화합하고 발전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배우는 자세로 많은 분들을 만나 고견을 들으려고 합니다.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면 해결책이 나오리라 봅니다.

 

맥군_ 군산노인회가 사무실 차원을 넘어 쉬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보시다시피 비좁고 낡은 건물에 주차장도 전무해요.  해서 건강과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복지관형 노인 회관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실버산악회 조직 등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복지관에 가지 않고도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취미생활도 즐기는 노인회가 되도록 다각적으로 연구하겠습니다.

 

맥군_ 남녀 평등한 노인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하셨는데요?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여성 노인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경로당에 가면 여성 노인이 80%를 차지합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대책은 없는 것 같아요.  해서 군산노인회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부지회장과 이사 네 분을 뽑았습니다.  남녀 노인이 한자리에 모여 의견을 도출하면 노인회 발전과 활성화는 물론, 격을 한층 높여줄 것으로 믿습니다.

 

맥군_ 임기 동안(4년) 이루고 싶은 사업은?

남녀 평등한 노인회 만들기와 군산시 관내 기업체 협조를 받아 1기업체 1경로당 자매결연을 위해 혼신을 다하려고 합니다.  며칠 전에도 ‘(주)KCT 무역’ 후원으로 '군산-중국 왕복선 노인 일자리 설명회'를 가졌는데요.  노인 취업률이 높아지면 웃음소리 나는 노인회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것입니다.  군산을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 일이기도 하지요.

 

맥군_ 요즘 노인과 젊은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저도 노인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귀를 열고 젊은이들 의견을 많이 들었으면 해요.  또한 경로효친 사상이 침체된 것 같아 아쉽습니다.  비근한 예로 요즘 어른들은 대부분 자녀들이 주는 용돈을 받지 않으려합니다.  손자손녀에게 경로사상을 가르치기 위해서라도 받을 것은 받고 줄 것은 줘야 하는데,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엄마아빠를 따라 하는 아이들이 아름다운 모습을 못 보니까 우리의 전통문화를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워요.

 

 

젊어서부터 사회복지에 관심이 많았었다는 황긍택 회장은 중학교 교사로 출발, 군산시 과장 15년(12개과) 복지환경국장 등 4개 국장, 전북일보 군산지사장(3년) 등을 역임했으며 ‘군산시 행정동우회’ 회장으로 활동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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