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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음악 이야기> - 이현웅 02. 존재의 이유
글 : 이현웅 /
2019.03.01 13:59:16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연재 <음악 이야기> - 이현웅     

02. 존재의 이유     






 

‘음악이야기’라는 이름의 음악 감상 카페를 세상에 내놓은 지 두 해가 지났다. 손님들은 기회가 되면 이런저런 질문을 한다. 그중에 가장 많은 질문은 카페를 하는 이유에 관한 것이다. 아마도 일반적인 카페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대개 대답 대신 웃는다. 그러면 손님들은 추측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기들끼리 논쟁을 벌이기도 하며, 어느 경우에는 내 생각과는 상관없이 결론까지 내리기도 한다.

 

 

“사장님은 돈 벌라고 허시는 거 같진 않어요. 그죠?”

“에이, 그려도 운영이 될라믄 돈을 버셔야지.”

“아따, 이런 음악카페 혀서 돈이 벌어지간디?”

“다른 걸로 벌고 카페는 취미로 허시겄지.”     

 

 

나는 여전히 웃는다.

 

음악이야기의 존재의 이유. 그 가치에 관한 매우 중요한 이야기이다. 이러한 식의 질문을 받을 때마다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중 한 명은 카페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카페를 방문한 남자였다.     

 

그 무렵, 그러니까 호기롭게 카페를 시작한 지 두어 달쯤 지난 늦겨울에, 나는 그대로 주저앉고 싶은 심경이었다. 가혹하리만큼 손님이 없었던 까닭이었다. 없다 없다 그렇게까지 없을 수가 있을까 싶었다. 오죽이나 그랬으면 ‘혹시 건물 1층 출입구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를테면, 조폭처럼 험상궂게 생긴 사내들이 건물 출입구를 막고 서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한 번은 혹시 출입구에 더러운 오물이라도 있는 게 아닐까 생각되어 실제로 내려가서 확인까지 할 정도였다.     

 

그날도 그랬다. 단 한 명의 손님도 없이 밤이 깊어갔다. 일기처럼 적어놓은 내 기록에 의하면 그날 카페의 문이 몇 번 열리기는 했었다. 그러나 한 번은 홍보 차 방문한 대리운전 업체 직원이었고, 또 한 번은 건물 누수와 관련해 상의 차 올라온 1층 식당 주인, 그리고 또 한 번은 3층 노래방을 찾다가 실수로 들어온 술 취한 남자들에 의한 것이 전부였다.     

 

카페 문을 닫을 시간이 다가오면서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더는 마음 졸이며 기대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얼른 집에 가서 몸과 마음을 쉬게 하고 싶을 뿐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카페 문이 벌컥 열렸고 우리의 시선은 거의 본능적으로 일제히 출입문을 향했다. 얼핏 보아 오십 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남자가 우리의 반응에 놀랐는지 주춤거리며 서 있었다. 모호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 직원들은 인사하는 것조차 잊은 채 그 남자와 나를 번갈아 바라볼 뿐이었다.     

 

음악만이 흐르는 가운데 계속된 침묵을 먼저 깨뜨린 것은 그 남자였다.     

 

“멜랑꼴리 맨!”     

 

술에 취한 모습으로 한참이나 선 채로 정면의 음악실을 바라보다가 소리친 것이다. 그랬다. 그때 카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바로 무디 블루스(Moody Blues)의 멜랑꼴리 맨(Melancholy Man)이었다. 문을 닫기 10분 전에야 온 첫 손님은 왕년에 팝송깨나 들었던 사람 같았다. 직원보다 내가 먼저 그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요 앞을 지나가다 음악소리가 너무 좋아서 왔습니다.”     

 

왜소한 체구, 이마를 덮은 더벅머리, 헝클어진 옷매무새, 진하게 풍겨오는 술 냄새. 그것이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그에 대한 첫 기억이다.     

 

그날의 나는 아마도 일종의 감동을 받았었는지도 모른다. 단 한 명의 손님도 없이 영업을 마감하게 된 것을 면하게 해 준 고마움보다는 그 남자가 우리 카페에 어울리는 음악을 좋아할 것 같은 예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직원들의 얼굴은 편치 않았다. 영업 마감 10분 전에 온 손님을 돌려보내지 않은 주인이 못마땅했을 터였다. 어쩌면 직원의 눈에는 내가 커피 한 잔이라도 팔아서 매상을 올리려는 사람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수지분석을 해보아도 그리 이익이 되는 일도 아닌 것에 미련함을 떠는 것으로 느껴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단언하건대 직원의 생각은 틀렸다. 음악이야기가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건물 앞을 지나가다가 건물에 달린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를 듣고 카페에 올라오기까지 그가 느꼈을 감성을 어찌하란 말인가! 거기에는 추억에의 감격이 있었을지 모르며 누구에게 쉽게 말하지 못할 속절없는 마음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추운 겨울 새벽바람 속에서 음악을 들으며 느꼈을 그의 감성이 카페를 찾아왔는데 어찌 돌려보낸단 말인가! 그것이 바로 그 날 내가 그를 돌려보내지 않고 반갑게 맞이한 이유였다. 그것은 음악이야기가 존재하는 이유와 같은 것이다.    

 


  

 

오늘도 나는 음악이야기의 존재 이유에 관해 깊은 생각에 빠진다. 의미 있는 인생을 위해 고뇌하듯 오늘도 나는 음악이야기의 존재의 가치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한다. 그러나 적지 않은 날들이 지난 지금에까지도 그 날에의 회고는 스스로를 부끄럽게 한다. 동시에 가슴이 아파온다. 그 이유에 관해 말하는 것은 다음 편으로 미루련다.      

 

문득 그 남자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오며 폐부를 찔러온다.     

 

“DJ님! 멜라니 샤프카의 ‘쌔디스트 씽’ 들을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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