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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아니의 발길 닿는대로>
글 : 매거진군산 편집부 /
2017.11.01 17:14:41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종아니의 발길 닿는대로>

 

군산 지역 주민과 어부들이 선호했던 어류(3)

 

조선총독부 통계연보(1938)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군산 앞바다 어장(고군산군도 근해, 금강)에서 잡히는 주요 어류는 조기, 복어, 상어, 민어, 홍어, 뱅어, 갈치, , 삼치, 대구, 청어, 새우, 숭어, 병치, 오징어, 가오리 등 35종에 달하였다. 그중 일본인은 값비싼 민어, 준치, 뱅어 등을 먹었고, 조선인은 흔하고 값싼 갈치, 숭어, 아귀 등을 먹었다.

 

준치는 진어(眞魚)로도 불리었다. 진어는 '참다운 물고기'라는 뜻으로 뱅어와 함께 금강에서 많이 잡혔다. 뱅어는 멸치처럼 통째로 먹었다. 준치는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맛이 좋았으나 살에 가시가 많은 게 흠이었다. 오죽했으면 일본인들이 가시만 없으면 조센징 먹기는 아까운 생선이라며 한국인을 비하할 때 빗대어 말했을까. 광복 후에는 조센징촌놈으로 바뀌어 실소를 터뜨리게 한다.

 

1945~1961년까지 군산수협 공판장에서 위판한 주요 어종은 조기, 갯장어, 고등어, 서대, 병치, 농어, 도미, 갈치, 대구, 민어, 상어, 복어, 대하 등 22종이었다. 1964년 기록은 뱅어, 전어, 웅어 등이 추가되어 27종으로 늘었다. 1990년 통계는 강물 오염으로 뱅어가 사라지고, 주꾸미가 들어있어 눈길을 끈다. 그중 군산 지역 주민들이 즐겨 먹었던 조기, 아귀, 홍어, 상어, 대하, 갈치, 꽃게, 우럭, 물매기, 망둥이, 박대, 황석어 등을 소개한다. 오늘은 망둥이, 박대, 황석어에 대해 알아본다.

 

작은 각시도 모르게 먹었다는 '망둥이'

 

망둑엇과에 속하는 연안성 물고기로 늦은 봄에서 가을에 걸쳐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강어귀 기수지역에 군집하였다. 하천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도 있다. 미식가들에게 주둥이가 못생겨서 슬픈 생선으로 불리는 망둥이는 비교적 흔한 물고기로 봄부터 여름까지는 민어, 농어 등 고급생선에 밀려 생선 축에도 끼지 못하다가 가을이 되면 인기가 치솟았다.

가을 망둥이는 물이 오를 대로 올라 씹을수록 단맛이 감돌아 낚은 자리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오죽하면 ‘9월 망둥이에 맛을 들이면 광어나 도미, 농어 등은 싱거워서 못 먹는다는 말이 나돌았을까. 망둥이 머리까지 칼로 톡톡 쪼아 깻잎에 싸 먹기를 즐기는 미식가들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닌가 싶다.

 

예나 지금이나 망둥이는 여름에도 별미로 통한다. 어부들이 한가할 때 낚시로 잡아 해풍에 꼬들꼬들하게 말려 연탄불에 구워 찹쌀고추장에 찍어 보리밥과 함께 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입안에 감돌기 때문이다. 고추장을 풀어 애호박과 함께 찌개를 끓여도 얼큰하고 담백한 진국이 우러나오며 삼복더위를 가시게 하였다.

망둥이는 기름기도 없고 담백해서 국물이 시원하기가 그만인데 맛도 좋지만,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바싹 말린 망둥이는 술안주로도 인기가 좋았다. 옛날 째보선창 어부들 사이에는 ‘9월 망둥이는 작은 각시도 모르게 먹는다는 말이 나돌았다. 그래서 그런지 생선이 흔하던 시절에도 배에서 말린 망둥이는 구하기가 어려웠다.

 

군산의 대표 생선으로 발돋움하는 박대

 

박대는 가자미목 참서대과에 속하며 몸은 혀 모양으로 길게 늘어나 있다. 몸과 머리는 옆으로 매우 납작하며 위에서 보면 체형이 긴 타원형이다. 서해연안 바다의 진흙 바닥이나 강물이 바다로 나아가는 기수지역에 서식한다. 박대는 군산을 비롯한 전북 연안에서 참서대와 함께 저서성 어류의 우점종으로 많은 양이 출현하였다.

 

박대는 담백하고 맛이 좋으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생선이었다. 맛을 아는 어부 가족과 선창가 주민들이 김치찌개나 조림, 살짝 말려 연탄불에 구워 먹는 정도였다. 그러나 비린내가 나지 않으며 값도 저렴한 게 알려지면서 서민 대중의 기호식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요즘엔 군산을 대표하는 생선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가을 전어가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말을 유행시켰다면, 박대는 시집간 딸에게 박대 선물하면 버릇이 되어 친정에 자주 들른다는 말을 만들어 냈다. 한때 군산 째보선창에서는 내 집 찾아온 손님 박대하면 벌 받고 박대 대접하면 복 받는다말이 유행하였다. 그만큼 맛이 좋은 생선이라는 얘기가 되겠다.

 

박대에도 윤기가 돋고 맛이 좋은 참 박대와 약간 검은 색을 띤 보리 박대가 있는데, 바닷물고기 중 유일하게 각시()을 가진 어류이다. 몸통에 색동처럼 예쁜 줄무늬가 그어진 각시 박대도 있었으나 불법 남획으로 어자원이 고갈되면서 요즘엔 보기가 어려워졌다.

특히 군산 박대를 많이 찾는 이유는 갓 잡아 온 생물을 염수(鹽水)로 씻어 껍질을 벗겨 내고 바닷바람에 꾸덕꾸덕 말리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묵은김치를 넣고 찌개를 끓이면 그 맛 또한 일품이다. 색깔이 연하고 담백해서 제사상에도 빠지지 않고 오르는 생선이기도 하다. 벗겨 낸 껍질로 묵(우무)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째보선창을 상징했던 황석어젓

황석어는 농어목 민어과에 속한 바닷물고기다. 군산 지역에서는 황새기로 불리었다. 1960년대 이전 서남해안에서 많이 잡혔다. 가정에서는 찌개나 구이보다 젓갈을 담가 먹었다. 한때는 군산 째보선창을 상징하는 젓갈이기도 했다. 지금도 금암동에 가면 황석어젓을 담그던 젓당꼬를 볼 수 있다.

 

황석어는 성어기도 조기와 비슷한 봄철이었다. 생김새와 색깔도 비슷했다. 그래서 조기 새끼로 착각하기 쉬운 생선이다. 어학사전에서도 참조기를 달리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하는데, 이는 오류이다. 멸치가 크다고 꽁치가 될 수 없듯, 황석어는 아무리 커도 참조기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황석어는 맛과 어종이 조기와 다르고 씨알도 훨씬 작다.

 

황석어는 조기 사촌으로 알려지는 부세(부서)보다 맛이 좋았다. 백조기, 수조기도 있는데, 어종 자체가 조기와 다르다. 조기를 인간에 비유한다면 부세는 흑인종, 황석어, 백조기 등은 침팬지 아니면 오랑우탄 수준이랄까. 한때는 상대를 무시하거나 놀리는 말로 멸치도 생선이냐’, ‘황석어도 조기냐!’ 등의 우스개가 유행되기도 하였다.

 

50~60년대에는 조기 어장이 끝나면 황석어잡이가 시작됐다. 째보선창에는 황석어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그 많은 황석어는 아낙들의 광주리와 짐꾼들의 달구지에 실려 젓당꼬로 옮겨졌다. 황석어젓은 가을이 제철이었다. 으뜸 천일염으로 여름 내내 숙성시킨 황석어젓은 밥도둑소리를 들을 정도로 맛이 좋았다.

 

잘 숙성된 황석어 젓국을 양동이에 남실남실 담아놓으면 누런 기름이 둥둥 떠다녔다. 손가락으로 찍어 맛보면 짠맛이 나면서도 뒷맛이 구수하고 입안에 단맛이 감돌았다. 집으로 배달된 황석어 젓국은 주부들이 장작불을 피워 가마솥에 간장 달이듯 달였다가 김치를 담가 먹었다.

 

군산 지역 주부들이 황석어 젓국을 얼마나 선호했는지는 30개가 넘는 째보선창 부근 젓당꼬와 김장철을 앞두고 항상 북적였던 당시 선창가 풍경이 말해준다. 김장철이 되면 젓국을 물지게로 나르는 일꾼들 고함소리가 귀청을 때렸고, 검정 고무신에 흰 수건을 머리에 두른 무명옷 차림의 아낙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거리거리 장관을 이루었다. ()

 

 

출처: <군산항에 얽힌 이야기들>(2017 군산문화원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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