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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장 이야기
글 : 온승조(컬럼니스트) / gsforum@hanmail.net
2012.02.01 17:14:34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얼마전 나라를 이끌고 있는 거대한 두 당(한나라당, 민주당)의 당내선거에서도 돈이 살포되었다고 한다.  그 어느 곳보다도 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곳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은 너무도 심각한 권력지향성 극단주의(무조건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행태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전국이 선거열풍으로 들끓고 있는 즈음에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만큼 그 후에 어떤 모습으로 주어진 역할을 다해나가느냐를 고민하게 만드는 내용이 윤흥길 소설 [완장]에 있지 않을까 한다.  요즘은 예능에 몰두하는 조형기의 농익은 연기를 통해 작품을 보려면 1989년(MBC, 8부작) 작품을 찾아보기를 권하고 싶다.  초등학교 다닐 때 주번완장이 가지는 나름 짭짤한 권력에서부터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선거를 통해 획득한 다양한 완장과 국가권력으로부터 부여된 수많은 완장들 그 완장들을 팔뚝에 두른 이들에게, 두르고 싶은 이들에게 소설 완장을 권하고 싶다.

 

[완장] 자격이나 지위 등을 나타내기 위하여 천이나 비닐로 만들어 팔에 두르는 띠.

윤흥길 [완장]

 

작품의 대략적인 얼거리는 이렇다.  땅 투기로 돈푼깨나 만지게 된 졸부 최 사장이 널금 저수지의 사용권을 얻어 양어장을 만들게 되고, 저수지 감시를 이곡리의 한량 임종술에게 맡긴다.  감시원 완장을 두른 종술은 완장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날부로 안하무인 마을 사람들 위에 군림하려고 발버둥친다.  타지로 떠돌며 밑바닥 거친 일로 신물 나는 인생을 살아왔던 종술에게 완장이 금배지 이상으로 다가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한국인의 권력의식을 ‘완장’이란 상징물로 압축해들어가는 작가의 역량이 발휘되기 시작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종술의 그 ‘하빠리’ 권력은 야밤에 도둑고기잡이를 하던 초등학교 동창 부자를 폭행하는 것으로 시작해 마을의 독재자와 같은 모습으로까지 치닫는다.  하지만, 과대망상에 깊이 빠진 듯한 종술의 막강 권력에도 아랑곳없는 사람이 있었다.  종술이 마음에 두고 있는 주점 작부 부월이에게 만은 완장이 별 효험이 없는 것이었다.  부월이는 종술과 종국에 야반도주를 하는 여인으로 종술의 두 번째 사랑의 상대가 되는데, 그녀는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지만 단순하고 순박하게 종술을 끌어안는 여인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작가가 주장하고 있는 삶의 진정성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인간을 억압하고 옥죄는 폭력으로부터의 구원은 스스로의 깨달음, 즉 자신의 허울을 걷어내고 자신의 존재를 오롯하게 바라볼 때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끝없이 수용하는 여성성의 세계 안이라는 사실이다.

 

완장을 두른 종술의 허황함은 저수지로 나들이 나온 최 사장 일행에게 행패를 부리는 것으로 극에 달한다.  결국 그 사건으로 관리인 자리를 박탈될 지경에 이르지만, 종술은 해고에도 아랑곳 않고 저수지 ‘감독’하는 일에 여념이 없는 나날을 보낸다.  그러다가 가뭄 해소책으로 저수지의 물을 빼 전답에 쏟아 부을 위기에 직면한다.  물을 빼야한다는 수리조합 직원과 경찰에게까지 행패를 부려보지만 결국 경찰에 쫓기는 처지가 되고, 완장의 허황됨을 일깨워주는 부월이와 마을을 떠난다.  그리고 다음날 물이 빠지는 저수지 수면 위에 완장이 떠다닌다.  그 완장을 종술의 어머니인 운암댁이 조용히 지켜보는 것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 소설 중 --

“완장도 여러 질이지요.”  “니 말이 맞다. 완장도 완장 나름인 벱인디, 니가 시방 차고앉었는 그것은 말허자면 왜놈들 찌끄레기니라.”  “종술이 자네가 원헌다면 하얀 완장에다가 뻘건 글씨로 감시원이라고 크막허게 써서 멋들어지게 채워줄 작정이네.”  고단했던 생애를 통하여 직접으로 간접으로 인연을 맺어온 숱한 완장들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종술의 뇌리를 스쳤다.  완장의 나라, 완장에 얽힌 무수한 사연들로 점철된 완장의 역사가 너울거리는 치맛자락의 한끝을 슬쩍 벌려 바야흐로 흔들리기 시작하는 종술의 가슴을 유혹하고 있었다.

 

-- 서 평 --

[완장]은 우리 근대사에서 반드시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할 암울했던 역사를 모티브로 쓰인 역작이다.  한국전쟁 이후 정치권력의 폭력성과 보통 사람들의 암울한 삶을 해학적 필치로 그려낸 이 작품은 한국적 특질을 가장 잘 살린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Yes24 국내도서 소개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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