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gun 홈페이지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메인 메뉴


콘텐츠

홈 > ARTICLE > 사회
찬란했던 '발해 역사' 중국인들 손에 뜯기고 할퀴고! 겨울 만주기행을 다녀와서
글 : 이진우 /
2018.03.01 11:08:30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찬란했던 '발해 역사' 중국인들 손에 뜯기고 할퀴고!

겨울 만주기행을 다녀와서

 



 

 

항일유적과 함께 하는 겨울 만주기행 넷째 날은 아침 일찍 목단강시(牡丹江市) 강변을 둘러보고 '발해'(渤海: 서기 698~926) 유적지가 있는 영안시 '발해진(동경성)'으로 이동했다. 소요시간은 한 시간 남짓. 이날도 볼펜으로 글쓰기가 어려울 정도로 추웠다. 그러나 드넓게 펼쳐지는 비옥한 농토는 가슴을 시원하게 했다. 눈으로 덮여 하얀 융단을 깔아놓은 것 같은 광활한 벌판은 만주에 와 있음을 실감 나게 하였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솟을대문 붉은 판에 한자로 '발해'라고 쓰인 표지판이 가슴을 설레게 했다. 순간, 흥미 있게 시청했던 대하드라마 <대조영>'동모산 전투' 장면이 그려지면서 서태지와 아이들의 <발해를 꿈꾸며> 가사 첫머리를 콧노래로 읊조렸다.

 

진정 나에겐 단 한 가지 내가 소망하는 게 있어/ 갈려진 땅의 친구들을 언제쯤 볼 수가 있을까/ 망설일 시간에 우리를 잃어요···.”

 

한참 흥얼거리는데 안내자 설명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대조영이 발해국 수도로 정했던 발해진(상경용천부)을 동경성(東京城)이라 부르게 된 연유는 1934년 일제가 '도영 철도'(도문-영안)를 부설하면서 지어 부르기 시작한 데서 비롯됐다고 했기 때문. 왜 하필 '동경성'일까? 의아스러웠는데, 일제의 간악무도함이 또다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웃기지도 않는 것은 현재 사용하는 중국 지도에도 '동경성'으로 표기되어 있다는 것이다. '만주'라는 단어조차 싫어하는 중국이 일제가 붙인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다니, 대고구려를 지방 정권이라고 우기는 중국의 이중성이 들여다보이는 것 같아 씁쓸했다. 역사는 그 나라 민족의 뿌리이자 정체성이며 민족의 자긍심과 힘의 원천이다. 해서 역사가 없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하였다. 우리는 광대했던 고구려와 발해 영토를 보며 자부심과 자긍심을 느낀다. 이는 고구려와 발해가 우리 민족이며 우리 역사이기 때문이리라.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버스는 한국의 농촌 분위기가 풍기는 시골 길로 접어들었다. 쭉 뻗은 도로는 한적했다. 하지만, 나뭇가지가 앙상한 겨울임에도 가로수들이 어깨동무하고 하늘을 뒤덮고 있어 쓸쓸함을 덜했다. 시원하게 뻗은 도로만큼 넓은 벌판이 좌우로 펼쳐졌다. 한참을 달려도 같은 모습의 설경이 눈을 부시게 했다. 과연 만주 벌판답다는 생각과 함께 드라마에서 봤던 대조영처럼 말을 타고 실컷 달려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할퀴고 뜯기고 왜곡된 발해 유적지

 

설경을 감상하는 사이에 발해 상경용천부 유적지에 도착했다. 성벽 주변은 눈으로 하얗게 덮여 있고, 문도 잠겨 있었다. 안전가이드가 내려가 문을 두드리니까 중국인 감시원이 나오더니 문을 열어주었고,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궁궐터 입구 왼편에 세워진 말고삐를 메었던 것으로 보이는 검은 돌기둥과 발해 상경부용천부 유적지를 알리는 성벽 앞의 표지석, 우물터를 알리는 붉은색 한자 '台井'이 음각된 돌비석 등이 '발해'에 대한 희미한 기억들을 되살려냈다. 궁궐터 앞에 세워놓은 사각 표지석 중앙에는 '발해국상경용천부유지'(渤海國上京龙泉府遺址)라고 새겨져 있었다. 그러나 안내자가 설명하는 뒤편 안내문 내용은 그와 정반대였다. 어처구니가 없어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안내문을 사진으로 찍어 중국어 교수에게 확인했어요. 요약하면 '발해는 중국 당나라 시기의 지방 정권으로 송말 말갈족이 주축을 이루었다.'라고 되어 있어요. 동북공정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지요. 앞에는 '발해국'을 새겨놓고, 뒤에는 '말갈족'을 넣었습니다. 만주를 다녀보면 중국이 너무 많은 것을 뜯어고쳐 놓았어요."

 

앞면 안내문을 따른다면 지배층은 당연히 발해 백성이 주축이 되어야 한다. 또한, 고구려를 계승한 '발해'는 물론 나라를 건국한 '대조영'도 들어 있어야 앞뒤가 맞는다. 그런데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중국은 어설픈 손가락으로 우리의 역사를 할퀴고 뜯어내며 왜곡하고 있었다. 발해 역사를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듯 감춘 안내문에서 우리 문화와 역사가 얼마나 뒤틀리고 망가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하늘은 다 알고 있는데.

 

사라진 궁궐터, 흔적이나마 남아 있어 다행

 

무거워진 발걸음을 발해국 궁궐터로 돌렸다. 성벽은 모두 허물어지고 유일하게 남문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눈이 소복하게 쌓인 궁터는 반듯하게 나누어진 건축형태만 보존되고 있을 뿐이어서 옛 '해동성국'의 영화는 찾아볼 수 없었다. 건너편 궁궐터 성벽이 까마득하게 보였다. 생각보다 규모가 거대했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안내인은 남문이 시작되는 곳에서 마지막 궁궐터까지 거리가 600m 정도 된다며 설명해주었다.

 

"제가 확인해보니까 남문에서 제1 궁궐터까지 200m, 1궁에서 2궁까지 150m, 2궁에서 3궁까지 130m, 3궁에서 4궁까지 30m, 4궁에서 5궁까지 90m로 합해서 600m가 됐습니다. 엄청난 규모의 궁궐이었다는 답이 나오지요"

 

최근에 쌓은 것으로 보이는 성벽 돌들은 구멍이 숭숭 뚫린 검은색 현무암으로 되어 있었다. 다섯 차례의 화산분출로 암장이 냉각되면서 만들어졌다는 '경박호'가 부근에 있는 것으로 보아 발해국 상경용천부 부근은 화산지대였던 모양이었다. 남문 성벽에 오르니 눈이 쌓여 자세히는 확인할 수 없지만, 윤곽은 드러나 있었다. 어른 걸음으로 다섯 발 거리마다 기둥을 받치고 있던 받침석 다섯 개 정도가 일정한 간격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1500년 전에 쌓은 성이 그만큼이라도 남아 있다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터만 남았지만, 대륙을 호령했던 선조들의 기상이 넘쳐났다. 잠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면서 하늘과 땅의 기운을 들여 마시니 만주의 찬바람이 가슴속 깊이 파고들었다. 학생들은 눈 쌓인 궁궐터가 운동장처럼 넓다며 탄성을 터뜨렸다.

 

감시원은 제2궁궐터 출입을 적극적으로 막았다. 중국은 발해 궁궐터도 자기들 입맛대로 복원해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모양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발해의 왕궁이었음을 기억하면서 아쉬운 마음으로 계단을 내려왔다. 작으나마 남은 문화 유적을 어떻게 관리하고 보존하느냐가 더 중요할 터인데, 우리가 드라마 <대조영>을 시청하며 즐기는 사이에 중국은 자기네 문화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해 온갖 술수를 동원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자괴감이 일기도 했다.

 


 

 

관광지 사진촬영 금지는 모순이요, 어리석은 짓

 

감시원은 출입제한에 이어 사진촬영도 막았다. 어쩌다 눈에 보이면 고함을 지르며 카메라를 빼앗으려고 달려들었다. 입장료(20위안)에 허름한 화장실 사용료도 1위안(180)씩 받으면서 사진촬영을 못 하게 하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중국은 보수하고 있는 성벽과 발굴해서 진열해놓은 발해 역사 유물에 대해 떳떳하다면 홍보차원에서라도 방문객들에게 사진촬영을 권해야 한다. 그런데 관광지로 개발해놓고 사진촬영을 못 하게 하다니 모순이요, 어리석은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항일유적지 방문을 하면서 중국은 우리의 항일투쟁 흔적을 어떻게든 지우려 하고 있다는 것을 눈과 귀를 통해 느끼면서 작은 분노가 치솟았었다. 그런데 해동성국으로 불리던 발해의 체취를 느끼러 왔다가 왜곡해놓은 걸 보니 탄식이 절로 나왔다. 시계를 보니 오전 1140, 점심 먹을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메뉴는 조선족 식당에서 얼큰한 육개장을 먹을 거라고 했다. 기분이야 어떻든 침이 꼴깍 넘어갔다.

이진우님 기사 더보기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닫기
댓글 목록
댓글 등록

등록


카피라이터

주소 : (우)54020 전북 군산시 절골3길 16-2 , 출판신고번호 : 제2023-000018호

제작 : 문화공감 사람과 길(휴먼앤로드) 063-445-4700, 인쇄 : (유)정민애드컴 063-253-4207, E-mail : newgunsanews@naver.com

Copyright 2020. MAGAZINE GUNSAN. All Right Reserved.

LOGIN
ID저장

아직 매거진군산 회원이 아니세요?

회원가입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잊으셨나요?

아이디/비밀번호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