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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배우 강나루 씨
글 : 조종안 /
2017.03.01 15:05:23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연극배우 강나루 씨 "기생 장금도 일생, 연극으로 만들고 싶어"

군산의 마지막 예기 장금도 구순연회 뒷이야기

 


 

 

국내 유일의 민살풀이춤 전승자 장금도(1928~) 명인이 올해 구순을 맞는다. 춤추는 해어화(解語花), 이 시대 마지막 예기, 명무(名舞) 등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붙는 장 명인은 열두 살 때 군산 소화권번에 입소, 회초리를 맞아가며 예의범절과 가무(歌舞)를 익힌 이 시대 마지막 '생짜기생'이기도 하다.

 

장금도 명인은 20167<군산시향토문화유산보호조례>(2015.04.30) 7조 및 제10조의 규정에 의해 군산시 향토문화유산 제20호로 지정됐다. 당시 군산시는 개인의 삶과 애환을 넘어 역사의 질곡을 담아내는 시대의 몸짓이며 혼이 담긴 예술성이 높은 춤으로 평가하며 장금도 선생은 현존하는 민살풀이춤(전라도 지역의 전통 살풀이춤)의 유일한 계승자이므로 보유자로서 지정될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정내역을 밝혔다.

 

지난 16일 군산의 한 중국음식점에서 장금도 명인의 구순연(오찬)이 열렸다. 이날 연회는 한준수 군산시 부시장, 김봉곤 문화예술과장, 박정희 군산시의회 의장, 이복 시의원, 이진원 군산문화원장, 황대욱 군산예총 회장, 이진우 <매거진군산> 대표, 문정현 아리울역사문화연구회() 대표, 연극배우 강나루 씨 등이 참석해 장 명인의 건강과 장수를 기원했다.

 

장금도 명인의 며느리(아들은 월남전 참전용사로 고엽제 후유증을 앓다가 2008년 고인이 됨) 손녀, 제주도에 사는 장 명인의 동생, 인천에 사는 조카 등 가족도 참석해서 기쁨을 함께 나눴다.

 

이날 오찬은 신명숙 대진대학교 무용학부 교수(학부장)가 마련하였다. 신 교수와 장 명인은 18년째 '사제의 연'을 맺어오고 있다. 신 교수는 "30년 가까이 은둔생활을 하시던 선생님이 작년 7월 군산시 향토문화유산 제20호로 선정된 것에 감사드리고 선생님의 구순을 기념하기 위해 조촐하게나마 오늘의 자리를 준비했다"고 인사했다.

 

박정희 군산시의회 의장은 "기생들을 천시하던 1960~1980년대 장금도 선생님과 저의 어머니는 친목계 회원으로 형님·아우하고 지내는 사이였다. 작년 3월 하순 손님과 미즈커피(장금도 사진전시장)에 갔다가 50여년 전 속리산 법주사에서 찍은 친목계 회원들 단체 사진이 전시된 것을 보고 감회가 새로웠다"'목욕탕집 딸'로 불리던 여고시절 추억을 떠올렸다.

 

이노우에 교수, "조선 기생은 신여성"

 

2016년 한 해 동안 군산에서는 장금도 명인 관련 행사가 봄·가을 두 차례 열렸다. 특히 <마지막 예기 장금도의 춤 재발견>이란 주제로 치러진 326일 행사는 장금도 명인의 일생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사진전시회와 즉석 토론회를 곁들여 의미를 더했다. 장미공연장은 계단까지 빈자리가 없이 만원을 이뤘고, 미즈커피(-카페)에서 열린 사진전은 전시 기간을 15일 연장 전시할 정도로 호응이 뜨거웠다.

 

일본 가고시마국제대학 이노우에 가즈에(井上和枝) 교수는 "조선 기생의 사회적 위치와 권번과 기생에 대한 논문 자료를 준비하던 20162<오마이뉴스>에서 장금도 생애 관련 기사를 읽고 글을 쓴 기자를 만나기 위해 군산에 왔다"며 일제강점기 군산의 예기들 활동과 권번 문화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이노우에 교수는 "기생 잡지 <장한>(19271월 창간)을 중심으로 식민지 조선 기생의 사회적 위치와 자기 변혁 등을 연구하면서 조선 기생은 명확한 의식을 가지고 독립운동에도 참여하였고, 자신의 존재를 강하게 나타내는 기생도 존재했음을 알았다""그런 의미에서 조선의 기생은 신여성임과 동시에 근대조선의 현대사를 말할 때 무시할 수 없는 존재"라고 평가했다.

 

군산을 다녀간 후 기자와 메일로 안부를 주고받던 이노우에 교수는 5월 초에도 12일 일정으로 군산을 방문했다. 그는 첫날 장금도 명인 사진전시를 관람하고, 저녁에는 '군산학' 강의를 수강하였다. 이튿날에는 기자의 안내로 옛 소화권번 자리, 명월관, 명산동 유곽 단지, 동국사 등을 돌아봤다.

 


 

 

"전북 무형문화재 지정받도록 관심 가져야"

 

문정현 대표는 "작년 3월 군산 장미공연장 공연 때 장금도 명인의 춤사위를 처음 봤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의 권유로 허리가 할미꽃처럼 굽은 할머니가 신발까지 벗고 유연하게 열정적으로 춤추는 모습을 보는 순간 눈물이 나왔는데, 오늘도 가슴이 울컥해지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장 선생님은 '군산의 보물'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가 관심과 사랑으로 기억해야 할 소중한 지역 무형문화재"라고 말했다.

 

이진원 군산문화원장과 황대욱 군산예총 회장은 "예술의 전당과 국립극장 <명무전> 등 다양한 중앙무대에 초대됐고, 프랑스·일본 등 해외 초청공연도 다녀온 장금도 선생이 지금까지 생존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군산을 민살풀이와 권번 부채춤의 본고장으로 만든 장금도 선생이 전라북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우리가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한편 군산시는 20167월 장금도 명인을 향토문화유산 제20호로 선정하고, 9월에는 민살풀이춤 관련 구술조사 및 자료 수집에 들어갔다.

 

김봉곤 군산시 문화예술과장은 "과업(구술조사 및 자료 수집) 목적은 민살풀이춤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학술 및 고증자료 등을 수집하고, 민살풀이춤 보유자인 장금도 선생의 구술조사 및 사진, 동영상 자료 등을 취합하여 우리 지역 향토문화유산인 민살풀이춤에 대한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조명하기 위함으로 '자료집'2017년 봄쯤 완성될 것"이라고 전했다.

 

"세상과 화해의 살풀이판을 열어드리고 싶었다"

 

극단 <둥당애> 연출가로도 활동하는 강나루(44) 씨는 "장금도 선생님은 오래전부터 꼭 한번 찾아뵙고 싶었으나 거주지를 몰라 아쉬워하던 차에 구순연회에 초대받고 감격스러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장금도 명인은 진옥섭의 <노름마치>라는 책을 통해 알았다. 다른 예인을 보기 위해 펼쳤는데 첫 장에 선생님이 수록되어있었다. 책에는 저자의 극찬도 있었지만, 군산분이셨기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궁금하여 장금도를 검색하자 놀랄만한 사실들이 펼쳐졌다.

 

장금도 명인은 군산 소화권번에서 매우 엄격하고 체계적으로 춤과 소리 교육을 받았고, 조선 여자들을 위안부로 잡아간다는 소문에 일찍 결혼했다고 한다. 한국전쟁 후 생계를 위해 잔칫집에 나가 춤을 추었는데, 아들이 반대하자 은둔생활을 하였다. 뛰어난 예인임에도 자신을 취재하러 온 기자들에게 장금도는 죽었다고 말할 정도였으니 춤에 대한 미련, 그 뿌리까지 뽑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예인이기 전에 어머니였기에···.

 

현대 전통무용들이 형식화된 것과 다르게 그녀의 춤은 그 시대를 그대로 보존하듯 담백하고 정갈하다. 고요한 듯 엄청난 에너지가 내재된 장금도의 민살풀이는 귀중한 근대 문화유산이다. 그녀의 춤을 보고자 군산을 방문한 기자들과 무용가, 교수들이 이를 증명한다. 그들의 끈질긴 설득으로 그녀는 가족 모르게 국립극장, 국립국악원 등 명인·명무전 무대에서 공연했고 <전무후무>라는 타이틀로 프랑스 초청공연도 다녀왔다.

 

그러나 여전히 고향 군산에서는 당당히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였다. 군산 사람들은 남다른 콤플렉스가 있었다. 일제강점기 수탈의 흔적이 강하게 남아 있는 도시라서 그런 것 같다. 군산에서 태어난 나 역시 그랬다. 그러나 군산의 근대역사에 대한 공연(근대역사박물관 상설공연, 3·5 독립만세운동 등)을 준비하면서 저항의 역사가 더 생생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고향에 대한 자긍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문화예술 또한 예외가 아니다.

 

사회적 편견으로 춤을 반대했던 장금도 명인의 아들은 이제 하늘에 있고 구순의 그녀는 요양원에 있다. 한시대를 풍미했던 민살풀이 명인에게는 나비처럼 자유롭게 춤출 무대와 공간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녀의 춤 보존과 계승은 지자체와 무용가들의 몫이겠지만 그녀의 지난했던 삶을 재조명하고 위로하는 건 연극의 몫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눈물과 한()으로 점철된 그녀의 인생을 연극으로 준비하려 한다.”

 

강나루 씨는 "권번 출신 기생들은 공연예술의 명맥을 이어온 분들임에도 우리는 편견을 가지고 그들을 본다. 그처럼 잘못 알려진 기생 이미지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시대의 희생양이 된 장금도 명인의 일생을 연극으로 만들고 싶었고, 냉대했던 세상과 화해의 살풀이판을 열어드리고 싶었다."민살풀이는 국내 유일의 전통춤으로 군산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 될 것이라고 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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