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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대야 재래시장 민심 80%
글 : 전정주 /
2016.12.01 14:01:05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대통령 그만둔 뒤 연금 못 받도록 조치해야"

군산 대야 재래시장 민심 80% "박근혜 대통령 물러나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규탄하는 광화문 촛불집회를 하루 앞둔 지난 11일. 군산시 외곽에 위치한 대야장(오일장)을 찾았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대야장은 한때 우시장으로 명성을 크게 떨쳤다. 주 이용객은 충남 장항, 서천, 한산, 대천 등지와 전북 익산, 김제, 부안 지역 주민들. 따라서 충청·전라 지역 민심도 함께 접할 수 있는 전통 재래시장이다.
 
기자는 2012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야장을 두 차례 취재한 적이 있다. 그때 만난 사람은 모두 39명. 지지율은 박근혜 10%(4명), 문재인 40%(16명), 안철수 36%(14명)로 나타났었다. 5명(14%)은 "마음에 드는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며 대답을 유보하였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그때나 지금이나 박근혜를 보는 할머니들의 시각이 어느 계층보다 부정적이라는 것

 

유신시대로 회귀한 듯한 사회 분위기 탓인지 장터 분위기가 4년 전과 사뭇 달라져 있었다. 그때는 사람들 표정이 대체로 밝았고, 풍자와 해학이 넘쳐났었다. 희망도 엿보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반대였다. 사람들은 질문에 응하면서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뭔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했고, 사진촬영은 물론 이름조차 밝히기를 꺼렸다.
 
사람들은 조심스러워하면서도 할 말은 다 했다, 대통령 이름만 들어도 사기당한 것 이상으로 분노가 치민다며 질문을 아예 막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에둘러 비판하거나 감싸기도 하는 등 의견 표출도 다양했다. 심지어 기자를 박근혜 대통령 자진사퇴(하야) 서명받으러 다니는 사람으로 알고 다가와 "나도 동참하겠다!"고 말하는 50대 여성도 있었다.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오후 5시 20분까지 약 3시간에 걸쳐 기자의 질문에 응한 사람은 모두 35명(남 16명, 여 19명). 그중 군산 시민은 27명(노점상 포함)이었고, 다른 지역 사람은 8명으로 전북 정읍과 충남 온양, 강경에서 온 사람도 있었다. 세대별로는 70~80대 11명, 50~60대 13명, 30~40대 8명, 20대 3명으로 자신의 이름을 밝힌 사람은 50대 한 명과 20대 두 명이었다.
 
기자가 장터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던진 질문은 네 가지.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어떤 식으로 책임져야 하느냐에 대해 ① 탄핵으로 박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어야 ②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자진사퇴 및 하야) ③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책임 총리를 추대해야 ④ 잘못은 했지만, 대통령직은 계속 유지돼야 등이었다.
 

 


"시골에도 '반듯한 대통령'이라고 말하는 사람 없어"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이발소. 시골의 이발소는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하기 때문이었다. 가위질에 바쁜 주인에게 "장터 민심을 알아보러 나왔다"고 했더니 흔쾌히 허락하였다. 이발소에서 만난 사람은 모두 6명(60대 3명. 70대 1명, 80대 2명). 장날이어서 그런지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이 둘이나 됐다. 이발소 주인과 놀러 왔다는 주민 두 명의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기자가 "지난 5일 서울에서는 20여만 시민이 거리 행진을 하고, '대통령 하야'를 외쳤다. 이곳 시골장터 민심은 어떤지 알아보러 왔다"고 하자 60대 손님은 "서울이나 시골이나 사람들 생각은 같지. 여기서도 대통령을 '또라이'라고 허지 반듯하다고 허는 사람 있간디. 그리고 물러나면 됐지, 탈당은 무슨 탈당"이라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군산시 서수면에 산다는 채수길(70대) 씨는 "하야하라고 해도 물러나지 않으면 탄핵해야 한다!"고 말했다. 듣고만 있던 70대 손님은 "사람들은 최순실 때문에 박대통령이 '똥 친 막대기' 됐다고 허는디 그려도 똥 친 막대기는 깨끗헌 편여. 왜냐. 씻으면 되니께, 하여간 박대통령은 추접(추잡) 떨지 말고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놀러 왔다는 할아버지(80대)는 "나는 정치도 모르고, 지지하는 정당도 없는 사람이오. 그러나 군산 시민은 정신 차려야 헙니다. 옛날(1980년대) 국회의원 선거 때 고건(전 국무총리) 같은 훌륭한 인물을 낙선시켜놓고 지금 와서 무슨 할 말이 있느냐 이거요."라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에둘러 감쌌다. 그러면서도 그는 "옛날 같으믄 대통령 각하인디···. 하여간 누구든 죄를 지었으면 응당히 처벌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도 비리 밝혀지면 처벌 받아야"
이발소에서 나와 70대 부부 노점상을 만났다. 그들과 나눈 대화를 요약해서 정리했다.
 
기자: 두 분은 영업 끝나고 집에 가시면 박근혜, 최순실 관련 뉴스 보세요?
아내: (명쾌하게) 보죠! 요새 그 뉴스 안 보는 사람이 어딨어···.
 
기자: 박 대통령이 자진해서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데 두 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내: (시선을 좌우로 움직이다가) 이거 말을 함부로 허믄 안 되는디. 가족도 함부로 못 들어가는 청와대를 아무나 들락거리게 허고, 박 대통령한티 실망이 너무나 커요. 많은 사람이 원하고 있으니 경우(자진사퇴)대로 허야죠.
 
남편: (화난 표정으로) 당장 내려와야지. 그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으면 도둑들을 어떻게 잡어들이게. 대통령이 돼서 국정은 살피지 않고 밑이다가 도둑만 잔뜩 키워놨다니까. 비리가 이만저만이 아녀. 일은 안 보고 큰 기업에 가서 돈이나 내놓으라고 혔으니 원 참···. 여러 말 헐 것 없어. 모든 게 대통령 책임이고, 또 잘못 혔응게 책임지고 물러나야 혀···.
 
어묵을 직접 만들면서 부모와 함께 어묵 가게를 하는 30대 남성은 "대통령이 자진사퇴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 의견과 같다"고 하였고, 어머니는 "하야든 탄핵이든 대통령 그만둔 뒤 연금을 못 받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구와 어묵을 맛있게 먹던 여성(50대) 역시 "자진사퇴를 하되 비리가 밝혀지면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박 대통령의 책임을 강조했다.
 

 

"오늘 영업 끝나면 밤차로 서울 올라갈 것"
경남 진주가 고향으로 시골 오일장에서 건어물 노점상을 31년째 하고 있다는 하소빈(51) 씨는 "나는 단돈 1000원 때문에 손님을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고, 짜장면 한 그릇 사 먹는 것도 고민하는데 박대통령과 최순실 하수인들은 수억 수십억을 껌값 주고받듯 해왔다"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뉴스를 볼 때마다 회의감이 들어 장사하기가 싫어진다"며 허탈해했다.
 
"대통령 탄핵해야죠. 우리 같은 사람은 돈 몇만 원 벌기 위해 새벽 1시에 일어나 물건 사가와 시장에 나옵니다. 일찍 일어나도 물건을 몬 살 때가 있어요.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 많잖아요. 그리고 우리는 배고파서 빵만 하나 집어 먹어도 잡혀가서 풀려나오기 어려운데 검찰에 조사받으러 가서도 팔짱을 끼고 앉아 있는 사람(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뭐에요. 국정을 농단한 죄인을 알고도 대통령 눈치만 살펴온 검찰도 반성해야 합니다."
 
하씨는 "말 한마디로 아파트 몇 채가 오가고, 수억 수십억을 챙기는 권력자들을 보면 속이 너무 상한다"며 "근무하는 회사 노조 위원장인 남편은 어제 서울에 올라갔다. 나도 오늘 영업 끝나면 밤차로 서울에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방 소도시 오일장이라고 해서 대도시 여론과 다를 게 없었다. 탄핵으로 박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7명(20%)인데, 하야 및 자진사퇴가 21명(60%)으로 나타난 것.
 
오일장 구경도 하고 장도 볼 겸 나왔다는 여성(40대) 두 명은 "정치에 관심 없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도 알지 못한다"며 답변을 피했다. 노점상 아주머니(60대) 역시 "시간이 없어 TV 뉴스를 시청하지 못하고, 구독하는 신문도 없어 박근혜 대통령이 뭘 잘하고 잘못했는지 잘 모른다"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놀라운 것은 대통령직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국정감사, 특검 등 철저한 수사를 전제로)는 의견을 제시한 사람은 세 명인데,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책임 총리를 추대해야 한다는 질문에는 한 사람만 공감했다는 것이다. 이는 여야 정당과 정치인들을 믿지 못하는 불신의 벽이 그만큼 높음을 방증하는 결과로 받아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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