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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장은 '중선'이 들어오믄 보자고!"
글 : 조종안 / chongani@hanmail.net
2016.09.01 15:07:11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종아니의 발길 닿는대로

 

"생선장은 '중선'이 들어오믄 보자고!"

음력 물때 알아야 어로작업 및 입·출항 가능

 


 

 

 

"생선장은 '중선'이 들어오믄 보자고, 사나흘 있으믄 들어들 오기 시작헐팅게···."

 

어렸을 때 명절이나 제사 일주일 전쯤, 장보기를 상의하던 어머니가 했던 말씀 중에 한 대목이다. 그런데 궁금한 게 한둘이 아니어서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첫째는, 남의 집 고깃배가 들어오는 날짜를 어머니가 어떻게 알고, 둘째는, 바다에 사는 수많은 어종 중 집에서 필요한 생선을 잡아올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으며, 셋째는 중선(中船)이라는 배가 어떻게 생겼느냐는 거였다. 

 

해방 이후 어머니는 째보선창에서 공동수도가 딸린 쌀가게를 운영하면서 어부들이 먹고 마실 쌀과 물 등 시꼬미(しこみ) 자금을 대주었다. 하지만 바다에 떠있는 고깃배 입·출항 날짜 맞추기는 용한 점쟁이도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놀라운 사실은 바람이 강하게 불지 않는데도, 마파람이 부는 걸 보니 바다에 나간 어부들이 작업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어획량도 신통치 않을 거라고 걱정하면 대부분 맞는다는 것. 이렇게 궁금한 점들을 학교 선생님에게 질문해도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해 더욱 답답했다. 

 

1969년 '동지나 어장'이 개발되기 전만 해도 군산 고깃배들은 칠산 앞바다 위도와 충남 일원 근해에서 작업했으나 5월에 형성되는 연평도 근해 조기 어장과 강원도 묵호 앞바다 명태와 오징어잡이에 출어하는 때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출어라기보다 목숨을 건 삶의 투쟁이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1959년 '사라호' 태풍 때 죽거나 부상당한 어부가 군산에도 여럿이었기 때문이다. 

 

바람에 따라 생사가 좌우됐던 옛날 어부들

 

최근에는 냉동시설을 갖춘 대형 어선이 먼 바다까지 출어해서 어로작업을 한다. 하지만, 1960년대까지만 해도 바람의 힘으로 가는 풍선(風船)이 대부분이었다. 고깃배들은 한 달에 두 번씩 돌아오는 '사리'와 '조금' 물때에 맞춰 출어했다. 출어를 며칠 앞두고는 가족과 동네 사람들과 함께 선상에서 고사를 지내고 만선을 기원하는 깃발을 펄럭이며 바다로 나갔다.

 

음력 초여드레와 스무사흘이 한 조금인데, 어부들은 '두 물'이나 '세 물'때까지 어장에 도착해야 했고, '여덟 물'때가 지나면 어획량과는 상관없이 포구로 돌아와야 했다. 물때를 맞추지 못하면 '망망대해'에서 집 잃은 고아 신세가 되기 때문이었다.

 

바람에만 의존하는 풍선에서 여러 날 동안 고기잡이를 해야 했던 어부들은 어획량과 생사가 바람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어부 가족들은 들어오는 날이 하루만 지나도 안절부절못하고 발을 동동 굴렀다. 비바람을 예고하는 마파람이라도 불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다.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해 보면 일반적으로 '조금'때 물고기가 잘 잡히고, 마파람이 불면 어획량도 적고 어로작업이 힘들었으며 음력 초닷새가 되면 배들이 출어를 시작하기 때문에 이웃들도 배들이 언제 나가고 들어오는지 가늠하지 않았나 싶다.

 

하루에 두 번 교차하는 밀물과 썰물

 

밀물은 바닷물의 간만에 따라 수면이 상승하는 동안, 물 높이가 가장 낮게 빠져나간 때부터 물 높이가 가장 높게 들어올 때까지를 말한다. 썰물은 반대로 수면이 내려가는 동안, 물 높이가 가장 높이 올라간 때부터 가장 낮게 내려간 때까지 사이를 일컫는다.

 

밀물과 썰물은 주로 달의 인력에 의하여 일어나는 현상으로 배웠는데 태양의 인력에 의한 영향도 받는다고 한다. 바닷물 표면 높이가 가장 높은 때를 만조라 하고, 가장 낮은 때를 간조라 하는데, 군산항에는 썰물 때도 배를 용이하게 대기 위해 부잔교(일명 뜬다리)가 설치돼 있다.

 

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사이에 생기는 차이가 가장 큰 때를 사리, 가장 작은 때를 조금이라고 하며 밀물과 썰물의 주기는 약 12시간 25분이다. 특히 동해안이나 남해안은 사리나 조금 때 별 차이가 나지 않지만, 서해안은 표구차가 심하다고 한다.

 

밀물과 썰물은 하루에 두 번 교차한다. '사리'(음 15일, 30일)는 간만의 차가 가장 높고 조류 흐름도 빠른 시기이다. '조금'(음 8일과 23일)은 간만의 차가 가장 작고 물의 흐름이 거의 없는 때이며 '무쉬'는 '조금' 다음날로 조수가 하루에 조금(약 50cm)씩 줄거나 불기 시작하는 물때이다.

 

2006년 4월 21일(음 3월24일), 새만금방조제 최종 끝물막이 공사도 '무쉬'에 기습적으로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무렵은 태양을 타원 궤도로 도는 지구가 1년 중 태양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 간만의 차가 가장 적은 날이었기 때문이었다고 전해진다.

 

물때를 아는 게 포인트

 

어머니가 남의 집 배가 언제 출어하고 들어오는지를 아는 것은 어려운 것 같지만 간단했다. 일정한 시각에 들어오는 밀물과 빠져나가는 썰물 시각과 '조금', '사리'의 흐름을 알면 어렵지 않게 풀리기 때문이다.

 

소형 고깃배들은 물론 10만 톤이 넘는 대형 선박도 물때에 맞춰야 입출항을 할 수 있다. 간만의 차이가 심해 실패할 것이란 조언을 무시하고 작전을 감행해서 성공했던 '인천상륙작전'이 좋은 예일 것이다. 물때 시간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인데 배에게 조석표는 사람의 눈과 다리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오는 9월 10일은 토요일로 휴일이지만, 음력은 '팔월 열흘'로 '조금'이 지나고 두 번째 날(1 물)이어서 바닷물이 조금씩 높아지기 시작하는 날이다. 해서 물 높이가 높을 때 잡히는 어종을 잡는 배들이 출어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 물때표를 '제3의 달력'이라고도 한다.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시각이 복잡한 것 같으면서도 정확하니까 여성들도 물때에 관심을 두면 고깃배의 입출항을 짐작할 수 있고, 깊은 물에서 잡히는 어종과 얕은 물에서 잡히는 어종까지 알게 되어 어부들이 무엇을 잡아 올 것인지도 맞출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농촌에서는 24절기를 이용해서 농사짓고, 어민들은 물때를 이용해서 고기를 잡았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같은 서해안이라도 인천, 군산, 목포의 밀물과 썰물 시간이 각각 다르다는 것이다. 또 같은 전북 해안이지만 군산, 부안, 위도 등의 물때가 조금씩 다른 것도 재미있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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