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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는 것들, 그 사이에서 새로운 이벤트를 찾아내는 예술가
글 : 서진옥(문화평론가) / seoball@hanmail.net
2015.12.01 14:22:38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가장 현대적인 가장 젊은 예술가 이건용
와이셔츠 소맷부리의 단추 하나를 채우며, 연신 자연스레 머리를 매만지신 모습이 언뜻 보기에 매우 세련되고 젊은 감각이 돋보였다. 이벤트, 설치, 개념미술의 도입과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한 그는 현재 한국 현대 미술사에서 독특한 자리를 점하고 있는 작가 이건용이다.

 


1975년 백록 화랑에서 <오늘의 방법>전의 ‘이벤트-현신(現身)’시작으로 40년 넘도록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경향을 이끌어온 대표주자의 한사람으로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또한 '논리적 이벤트'라고 명명되는 그의 행위예술은 한국 행위예술 발전의 모태가 되었음을 평가받고 있다. 1970년대는 답답한 캔버스에서 구현되는 협소한 주제 놀이에서 벗어나고자 당대 많은 작가들은 '탈 평면'을 외쳤다. 하지만 이건용작가의 평면 탈피는 달랐다. 1971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한국미술협회>전에 발표한 ‘신체항’은 흙에 뿌리내린 나무를 정방형의 지층과 함께 떠내어 전시장에 그대로 옮겨놓은 듯 상태의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더 나아가 ‘신체항’은 1973년에는 파리 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제8회 파리 국제비엔날레 진출까지 하여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다. 1970년대 유신정권아래 행위미술가들이 반정부적 행위로 쉽게 낙인찍히고 경찰에 끌려가거나 취조를 받았을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 행위미술 집단 자체가 해체되기도 했던 당시 시대상황 하에서도, 이건용작가는 행위의 내적 논리와 개념을 지향하면서 사회적 발언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는 예술로 이건용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지속하고 변별성을 확언하며 모험심 많은 청년작가였다.
“그린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거나 아름다움을 유발하기 위해서 그리는 것은 아닙니다. 애초에 ‘그리다’라는 행위 자체는 신체와 어떤 관계 안에서 그렇게 그릴 수밖에 없는 경우, 즉 항(項)을 만드는 것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리다’라는 것은 ‘그리다’라는 행위를 통해 사유하는 것을 말합니다.”

달팽이 걸음 2막2장
“내가 드로잉을 한다는 건 본래 자유로운 표현을 더 필연적이고 더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일입니다.“
이건용작가의 첫 모습은 흰색 물감이 채 마르기 전에 검은색으로 우연한 색들을 펼쳐지는 것처럼 그의 머리에는 백발이 무성했다. 눈가에 자리 잡은 주름은 그의 웃음빛을 상상하게끔 부추겼다. 앉은 자리에서 말의 향연을 펼쳐내는 그는 두 시간이 넘도록 물 한 목금도 축이지 않는다. 뜰의 소나무처럼 꼿꼿한 기백으로 놀랍다. 수만 권 책으로 둘러싸인 집에서 태어난 소년 시절부터, 철학 풍수 의학 역사 예술 등 분야를 넘나드는 지식을 흡수한 그다. 소년 시절부터 학문과 깊이 통했고 어른들에게 학자가 되라는 권유를 숱하게 듣고 자라났다. 그러나 대학에서 미술을 택했다.

“그때는 무엇이 되길 원하는지, 근원을 묻고 또 물었어. 단순히 그림만 잘 그리는 환쟁이가 될지, 진짜 인간, 진짜 삶을 통찰하는 참다운 예술가가 될지에 대해서”

 

그와의 대화중 비트겐슈타인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배재고등학교 시절부터 현상학과 언어분석철학을 상식적으로 알고 있었고 비트겐슈타인의 언어논리의 토톨로지에 미쳐 있다시피 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모습이 어쩌면 이건용작가의 일시적이고 우연적인 행위가 아닌 매우 계획적이고 논리적인 방식의 행위미술을 주목하는데 이러한 관심은 자신의 작업을 처음부터 ‘논리적 사건’으로 대상에 이름이 붙여지는 그의 작업에서 ‘논리’와 ‘사건’은 이건용의 행위를 이해하는 핵심개념이라 하겠다. 그는 1975년부터 1980년까지 무려 50여 개의 작품을 내놓았다. “평면에서 헤어나려는 몸부림”이었다. 당시 평면은 미술계의 권력집단의 구조였고 이런 구조에 답답함을 느낀 다수의 사람은 ‘입체’ 혹은 ‘사건-행위’를 통해 미학적 자유를 찾고자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건용작가는 미술 개념을 질문하고 새롭게 정의하는 작업보다는 공간, 상황, 장소, 신체 등이 연루된 ‘행위’를 주목했으며, 이를 ‘이벤트’로 이름이 붙여진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화면과 그리는 사람의 눈과의 조응관계 때문에 행위자의 시선 앞에 화면이 놓이게 되며 눈(지각)과 손(행위)가 동시적으로 작용하게 되어있는 것이다. 사실상 전 미술사를 통하여 모름지기 손에 의해서 작업이 이루어지는 경우 조형자와 조형물과의 관계는 눈으로 보면서 조형행위를 한다는 것이 한 관례이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회화작업상의 인식관계를 포기함으로서 신체가 지각자요 표현자라는 역설적인 회화인식 관계를 수립할 수 있었다“

서로 다른 세대의 조화


인터뷰 촬영은 작업실에서 시작을 했다. 천장 높은 건물에는 눈 돌리는 곳마다 그의 전위적인 작품들이 구름처럼 걸려 있었다. 작품들 역시 역동적이고, 화려하고, 아름답고, 뜨거운 열정과 혼신, 그리고 또 다른 세상을 보는 듯 긴 여운으로 전해진다. 때로는 짧은 만남의 시간 안에 서로가 몰랐던 또 다른 세상을 발견하듯 그의 대화 속에는 힘 있는 열정도 함께했다. 30년간 몸담았던 군산대 이야기, 학생들 이야기 그리고 번잡하고 거창하지 않은 소소한 추억의 삶 그리고 예술의 기억들까지 무언가를 상상하게 만드는 대화였다.

“군산대 교수 시절 학생들과 현대미술의 또 다른 개념을 소통으로 공존했지요, 1986년부터 군산대학교 현대미술연구소, 1997년 군산허수아비미술제 등 당시 창조적인 개념의 미술문화를 다양하게 네크워크 구축을 진행했고, 진정성 있는 미술의 언어를 체계적으로 갖추기 시작했지요. 아마도 대한민국 처음 죠!”

할아버지에 추억, 아버지의 추억처럼 무수한 대화 속 이야기에는 군산을 향한 사랑이 있고, 자연의 아름다움이 있고, 안타까운 사회가 있고, 예술의 고뇌가 있었다. 청춘 남여의 애틋한 사랑을 닮았으면서도 일상부터 사회문제, 자연의 변화까지 가슴으로 나눌 수 있는 모든 것이 담겨져, 가지에 매달려 각기 다른 속도로 물들어 가는 나뭇잎을 바라보듯이 한 마디 한 마디 감동으로 전해졌다.

필자는 인터뷰 글을 쓰면서 문득, 2005년 쌈지스페이스에서 열린 <타이틀 매치: 이건용 VS 고승욱>전이 떠올랐다. 그 당시 전시 취지 이러했다.

 

타이틀매치 전은 20세기의 아방가르드 원로와 21세기 차세대를 한자리에 초대하여 세대간의 소통과 생산적인 대화를 모색하는 전시입니다. 본 전시는 노 대가의 미술사적, 창조적 업적에 대한 경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의 현재 진행형의 작업을 신진 청년작가와의 대결구조 속에 위치시킴으로써 각각의 실험적인 작품세계를 비교하고 시대정신의 변화를 고찰하고자 합니다. 타이틀매치 세 번째 전시에는 1970년대 이후의 행위예술과 개념미술을 이끌어온 한국 미술의 선구자인 이건용 선생과 ‘90년대의 대표적 신세대 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고승욱을 초대합니다. 이들의 작품세계는 한국현대 미술의 중요한 흐름을 조명하고 미래적 비전을 제시하리라 기대합니다.  <타이틀 매치: 이건용 VS 고승욱- 전시서문中>

이 전시는 ‘미술’로 한판 승부를 하는 단순한‘승패’보다는 챔피언과 도전자의 ‘공존’에 중심을 두었고, 세대적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로 확장하여 세대와 감수성에 따른 태도의 차이와 시대적 변화의 시각을 교류하는 현장 이었다. 어쩌면 이러한 확장과 교감의 과정 속에서 자연 그리고 사람 예술과 이어졌으면 하는 이건용작가의 작은 소망도 느껴졌다.

문득 마주친 누군가와 천천히 사랑에 빠져가듯, 어느 날 예술과 마주쳤고, 이내 깊은 사랑에 빠졌다. 예술이 아니면 안 되는 삶을 보여주고 있는 이건용작가.
온몸을 간질이는 바람과, 티 없이 맑고 높은 초겨울 하늘처럼 농담(濃淡) 짙은 인터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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