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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문마 (不問馬)
글 : 이영진 / younggeen2@naver.com
2015.10.01 09:47:50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논어(論語) 향당(鄕黨)편에 子 退朝曰: 傷人乎不問馬(자 퇴조왈: 상인호 불문마)라는 구절이 있다. 공자께서 조정에서 퇴근한 후 마구간에 불이 난 사실을 보고받았다. 화재가 나서 마구간이 탔다면 말이 화상을 입었거나 죽었을 가능성이 크지만, 공자께서 먼저 확인한 사항은 사람의 안위였을 뿐, 말에 대해서는 묻지 않으셨다는 것이다. 마구간에 불이 났다는 것은 말의 생존이 좌우되는 중차대한 문제였지만, 공자는 인명 피해 여부를 물을 뿐, 다른 것은 묻지 않으셨다. 공자께서는 어떤 순간에도 가장 중심에 사람을 두셨다는 것을 알게 하는 구절이다.

지난 해 4월 세월호가 침몰했다. 너무 안쓰럽고 가슴 아픈 아이들의 죽음으로 우리는 얼마나 안전에 대해 고민하며 살고 있을까? 아마 큰 변화 없이 그럭저럭 대동소이한 삶을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난 9월에는 추자도 낚시배 사고로 10명이 죽고 8명이 실종되고 3명만 살아남았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대형 사고들을 보면 93년 서해훼리 전복 292명 사망, 94년 성수대교 붕괴 32명 사망, 95년 4월 대구 가스폭발사고로 101명 사망, 95년 5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501명 사망, 99년 경기화성의 씨랜드청소년 수련원 화재사고로 23명 사망,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사고 192명 사망, 2014년 2월 경주 마우나리조트에서 OT온 부산외대 학생들 10명 사망, 시간이 흘러 우리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도 있지만 이런 사고들이 누적되어 “사고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다.

이런 대형 사고들에서 나타난 공통점은 선박사고 같은 경우 사전에 철저하게 출항전에 안전장치를 점검하지 않았고, 승객들은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선사는 불법적으로 인원을 많이 태우거나 짐을 실었던 점이다. 묵인된 불법과 잘못 행해진 관행……, 삼풍그룹 이준 회장은 고객들은 대피시키지 않고 자기 혼자만 30분전에 대피해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사고를 방치하였으며, 대구 지하철 사고에서는 기관사가 마스터키를 뽑아가버려 문을 열지 못한 승객들이 사망하였으며, 너무 잘 아는 세월호에서는 선장이 가장 먼저 피신하고 대피할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많은 학생들의 생명을 수장시킨 결과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결국 한마디로 말하면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없고, 사람보다 재산을 더 중히 여기는 마음, 나만 아니면 된다는 극단적인 이기주의의 발로가 아닐까 한다.

더 이상 대형 사고를 당하지 않으려면 이러한 사람들의 의식의 변화를 통해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사회문화를 만드는 일이 그 첫 과제이고, 다중이 이용하는 공공시설물, 비행기, 배, 버스, 지하철 등 운송시설, 그리고 다중이 거주하는 주거공간 등 모든 사고의 위험이 내재된 곳에서는 국가와 지자체가 적극 나서서 안전점검을 하고 안전시설이 갖추어지지 못한 곳은 충분히 계도하고 시설을 보완토록하고 이 계도에 응하지 않을 때에는 허가취소와 무거운 과징금 부과 등 실질적인 물리적 제재를 동원하여서라도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일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은 다음에 소를 키울 때 그 실수를 범하지 말라는 뜻이 내재되어 있는 말이다. 이제 더 이상 반복되는 실수형 사고, 안전불감형 대형사고로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헛되이 잃는 일은 발생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천오백여년전 공자가 겪은 화재사고에서 마굿간의 화재를 보고, 사람을 먼저 묻고 말의 안전은 묻지도 않았던 사람사랑의 정신이 너무 절실히 필요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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