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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여름가을 교정에 꽃이 피고, 겨울엔 학생들의 웃음꽃이 핍니다!
글 : 조종안 / chongani@hitel.net
2015.07.01 11:36:15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봄여름가을 교정에 꽃이 피고, 겨울엔 학생들의 웃음꽃이 핍니다!"
[학교소개] 정선만 임피중학교 교장이 전하는 ‘혁신학교’와 ‘숲꿈학교’ 

 

군산 외곽, 서수 들녘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 잡은 자그만 학교가 있다. 1948년 개교한 임피중학교(교장 정선만)이다. 전교생은 30명(1학년 9명, 2학년 11명, 3학년 10명). 그래도 군산에서 가장 넓은 부지(약 2만 5000평)를 소유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교정의 나무가 학생 수보다 몇 배나 많다. 울창한 숲은 청설모가 둥지를 틀고, 고라니가 뛰어다니는 등 자연의 일부를 옮겨놓은 듯하다.

 

 

임피중학교는 일본인 악질 농장주들이 1926년에 설립한 '이엽사'(二葉社) 농장 옛터다. 학교 앞뜰에는 일제의 혹독한 착취와 왜경의 폭압에 소작쟁의로 맞섰던 선조들의 항일정신을 기리는 ‘옥구농민항일항쟁 기념비’가 우뚝 서 있다. 옥구농민소작쟁의(1927. 8~1928. 9)는 군산 지역 삼일독립만세운동의 연장이요, 일제탄압에 대한 한민족의 도전이자 독립운동이었다. 학교 정문 앞 도로명은 ‘항쟁로’. 지명에도 선조들의 항일정신이 깃들어 있다.

 

농민항쟁 기념비를 지나 아름드리 고목들이 경쟁하듯 하늘로 치솟은 숲길로 접어든다. 방과 후여서 그런지 한적하다. 너무도 고요해서 호젓한 오솔길을 걷는 느낌이다. 몇 걸음이나 뗐을까.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인 춘고 이인식 선생 석상(石像)이 인자한 미소로 객을 맞는다. 석상 정면에 음각된 ‘사랑하는 제자들아, 내 인생의 후배들아, 책을 가까이하여 후회 없는 삶을 살기 바란다.’라는 문구를 삼가는 마음으로 읽는다.

 

 

이인식 선생은 1901년 임피면 만석 부호의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보성고보 재학 중 1919년 독립운동 중심 세력으로 활약하다 일경에 체포되어 10개월 옥고를 치른다. 출소 후 상속받은 전 재산(8,000원)을 상해 임시정부에 헌납한다. 1923년 일본 동양대학 입학, 항일운동 거사를 도모한다. 해방 후 귀국 임피중학교 2대 교장에 부임, 사비를 들여가며 후진을 양성한다. 1962년 건국 공로훈장 독립장 수여. 전북 교육위원으로 재직하다 1963년 작고. 1974년 10월 서울 동작동 국립 현충원 애국지사 묘역 151호에 안장됐다, 

 

이인식 선생 석상 건너편에 세워진 ‘공덕비’도 눈길을 끈다. 이 비는 1991년 임피중학교 재경 총동창회가 세웠다. 비석 상단에는 초대부터 11대 교장까지 이름이 새겨있다. 하단에 ‘민족의 넋이 살아있게 가르쳐 주신 역대 은사님들의 높은 뜻을 기리고 후배들에게 그 뜻을 전하고자 작은 정성을 모아 이 비를 세운다’고 적고 있다. 짧은 글에서 스승을 향한 제자들의 존경심과 후배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대로 묻어난다.

 

사계절 내내 꽃피고, 사방에서 자연의 숨결이 느껴지는 학교

숲에 설치한 조립식 원두막이 시골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200년생 고로쇠나무를 비롯해 편백나무, 소나무(해송), 상수리나무, 측백나무, 배롱나무, 팽나무, 개잎갈나무, 단풍나무, 은행나무 등 다양한 수목들이 발산하는 피톤치드는 신선하기 그지없다. 기분이 상쾌해지면서 더위도 멀찌감치 달아난다. 피튜니아, 풍령회나무, 옥잠화, 금계국 등 온갖 야생화가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사방에서 자연의 숨결이 느껴진다. 자연 휴양림에 온 기분이 든다. 피톤치드 가득한 숲에서 텐트 치고 캠핑을 즐기고 싶은 충동이 인다. 산들바람을 타고 온 향긋한 흙냄새가 코를 즐겁게 한다. 넓은 운동장도 눈에 띈다. 그곳은 그 옛날 이엽사 농장 벼 건조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늘을 향해 높이 솟은 측백나무는 일제강점기 소작농들의 참상을 지켜봤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무거워진다.


​아늑하게 자리한 본관 건물이 드디어 얼굴을 내민다. 정선만 교장이 연못 앞까지 나와 맞아준다. 정 교장은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자랑을 곁들여 학교를 소개한다. 68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임피중학교는 민족의 숭고한 얼이 숨 쉬는 배움터이자 수목원을 연상시킬 만큼 조경이 아름답게 꾸며진 학교라는 것. 정 교장은 “봄·여름·가울 교정에 꽃이 피고, 겨울엔 학생들의 웃음꽃이 핍니다.”라고 덧붙이며 웃음을 머금는다.

“방과 후 다양한 활동과 수업 혁신을 이뤄 학생들이 학교생활의 만족도를 높이고, 또 선생님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아름다운 교육공동체를 통해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자 한다. 임피중학교 전교생이 500명에 가까울 때도 있었다고 한다. 그처럼 부흥했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선생님들과 교직원들은 성심성의껏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열과 성을 다하겠다. 전국 각지의 동창들, 지역주민들의 협조와 관심 부탁드린다.”

 

 

임피중학교는 2002년 일본 아키타현(秋田県)에 있는 오가타중학교(大潟中學校)와 국제교류자매결연을 맺었다. 그 후 교환 방문, 홈스테이 등 한일 교류학습을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다. 교류학습은 두 학교 학생들 사이에 우정을 키우고 양국 문화·예술 역사를 배우고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홈스테이를 통해 e메일을 주고받고 선물도 건네며 우정을 키워온 학생도 있다고 한다. 

 

정 교장은 “올해도 3박 4일(7월 6일~9일) 일정으로 오가타중학교를 방문하기 위해 ‘한일교류학습 위탁용역 과업 설명회’까지 가졌는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10월로 연기했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2011년에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여파로 임피중 학생들의 일본 방문이 보류된 적이 있다. 그때는 오가타 중학생들과 현지 주민 등 11명이 임피중학교를 찾았다.

 

교실로 통하는 복도 좌우에는 학생들이 빚어낸 각종 도자기와 석부작, 목공예, 서각 등이 전시되고 있다. 이를 통해서도 다양한 취미활동과 체험학습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아침 산책 활동도 활발하다. 등교와 동시에 전 교직원과 학생들이 교내 산책로를 거닐면서 헬스기구를 통해 몸을 단련하고 끝나면 다도 체험에 들어간다.

창의적인 인재육성을 위한 자유학기제 희망학교도 운영 중이다. 학생의 진로, 즉 꿈과 끼를 키울 수 있도록 호원대학교와 연계한 학과체험, 군산시 청소년수련관 운영 등 다양한 진로 체험 및 학생선택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교외 활동은 소규모 학교의 업무와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인근 2개 학교와 공동으로 운영한단다. 

 

또한, 2013년부터 3년째 전라북도 지정 ‘혁신학교’를 운영해오고 있다. 2014년과 2015년 연속 ‘숲꿈학교’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정 교장은 “고 이인식 교장 2남 이병기씨가 3천만 원을 기부한 예산으로 지난봄 연못을 조성하여 혁신학교, 숲꿈학교와 연계하여 생태 교육을 해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음은 정 교장과의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

“꿈이 없는 사람은 나침반 없이 바다를 항해하는 것과 같다”

 

 

-혁신학교에 관해 부연설명을 부탁한다.
“학생이 학교생활을 즐겁게 하면 학부모도 자연적으로 만족하게 된다. 그에 따라 선생님들은 가르치는 일에 긍지와 자부심을 품는 교육공동체를 구현하는데 목표를 둔다. 가장 중점적인 것은 수업혁신이다. 과거 교사중심의 획일적인 주입식, 암기식 교육에서 탈피, 학생들의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토론식, 협력식 학습 등 교육 과정을 다양화 하였다. 예를 들어 1학년은 진로학습, 2학년 3학년은 생태학습 등 타 학교와 다른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1학년의 진로학습과 2, 3학년의 생태학습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진로학습은 학생들에게 꿈과 기를 키워주기 위해 전문 강사를 초빙해서 진로상담 및 내실 있는 진로 교육으로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생태 학습은 학교가 가진 강점을 활용하여 1인 1화단 가꾸기, 텃밭 가꾸기 등을 통한 생태 감수성을 함양하는 교육을 시행한다. 테마가 있는 체험학습(비전캠프, 도시문화체험, 뮤지컬 관람 등)도 이에 해당된다.”

 

-비전캠프 프로그램을 계획한 동기와 학부모들 반응은?
“학생들 꿈을 성장시키는 교육을 목적으로 비전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자기 꿈을 스스로 설계하고 현실화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꿈이 없는 사람은 나침반 없이 바다를 항해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하고 꿈을 키우며 성장하는 그런 학생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학부형들 신뢰도도 높고 협조적이어서 보람을 느낀다.”

숲을 통해 자연과 공존하는 방법과 자연의 섭리 깨달아

 

-숲꿈학교는 어떻게 이루어지나?
“학교 교육을 통해 학생들을 자연과 함께하는 미래 인재로 키우는 특화된 프로그램이다. 교육과정은 자연 친화적인 수업방법을 연구, 적용하고 활동 중심의 통합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다시 말해 패러다임을 전환하여 운영하는 것으로, 자연 친화적인 수업을 통해 경쟁 위주, 성적 위주의 교육에서 탈피, 자연에서 배움과 치유, 꿈을 키워나가는 교육이다.

우리 학교는 울창한 숲과 넓은 부지 등 주변 환경을 충분히 활용한다. 뒷산 숲을 통해 자연을 체험하고 자연과 더불어 공존하는 방법과 자연의 섭리를 깨닫는 교육을 해오고 있다. 또한, 텃밭에 각종 채소를 가꾸면서 농부의 수고로움과 땀의 소중함을 터득한다. 화단에 꽃씨를 뿌리고 보살피면서 생명존중 사상을 배우고 인성 교육을 함양하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
“방과 후 다양한 활동과 수업 혁신을 이뤄 학생들이 학교생활의 만족도를 높이고, 또 선생님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아름다운 교육공동체를 통해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자 한다. 임피중학교 전교생이 500명에 가까울 때도 있었다고 한다. 그처럼 부흥했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선생님들과 교직원들은 성심성의껏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열과 성을 다하겠다. 전국 각지의 동창들, 지역주민들의 협조와 관심 부탁드린다.”​ 

 

사진1 정원 분위기를 한껏 돋우는 만개한 피튜니아

사진2 교정에 세워진 이인식 선생 석상

사진3 임피중을 찾아온 일본 오가타중학교 학생들 환영식

사진4 임피중학교 정선만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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