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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댁 이야기
글 : 온승조(컬럼니스트) / gsforum@hanmail.net
2011.11.01 10:16:06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울산에 아주 큰 부자가 살고 있었다. 온 나라에서도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부자. 그 부잣집 셋째 딸이 여러 가지 온갖 역경을 딛고 전라도의 작은 항구마을로 시집을 오게 되었다.  그 마을에서는 큰 부잣집 딸이 시집을 온다고 해서 새로이 살집을 알아봐주고 신혼살림에 필요한 혼수품들을 정신없이 준비하고, 또 일부는 직접 주기도 하면서 부잣집 딸 덕에 동네에 상점을 열게 되면 동네사람들이 그 덕으로 넉넉히 살 수 있을 거라는 부푼 꿈을 안고 살았다.

 

그런데 시집온 지 3년이 넘도록 셋째 딸은 물론이고 처갓집에서도 동네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은 고사하고 흔한 인사치레도 안하고 상점물건도 다 본댁에서 조달하고 사람도 본댁식구들만 쓰고 동네에서 눈치 좀 할라치면 친정아버지 핑계만 대고 “친정이 형편이 좀 곤란해져서 올해는 못하겠고, 친정에서 돈을 쓰라고 허락이 안와서 돈도 맘대로 못써요, 나름 타향에서 고생하며 살고 있는 저의 심정도 헤아려 주세요.”라고만 한다.  동네사람들은 양치기소녀 같은 말에 이제 점점 부잣집 셋째 딸에 신뢰가 무너져 가기만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어르신회의에서 이거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부잣집 셋째 딸에게 한마디 한다.  “이거 이러는 거 아니다.  멀리서 시집와서 여태 밀어주고 살펴줬더니 친정 핑계만 대고 우리한테 너무하는 거 아니냐!  동네 돌아가는 것도 신경 좀 쓰고, 동네사람도 좀 써주고, 동네에 보탬이 되는 일도 하나씩 해가면서 서로 살 궁리를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 이거 부잣집만 믿고 살다간 굶어죽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랬더니 바로 부잣집 친정에서 편지가 왔다.  “귀한 딸 보내느라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가지고 그 시골로 시집을 보내놨더니 그 동네 인심이 말이 아니다”는 것이다. 특히 동네 상점이 아직 자리도 못 잡고 세상물정도 어수선해서 아직 물건도, 사람도 많이 쓰지를 못하는 어려운 맘은 헤아려 주지는 못할망정 왜 남의 집 살림살이에 동네 어른들까지 나서서 뭐라고 하냐는 것이었다.  이거 이러다가는 동네 사랑방까지 나서서 우리 집 욕하게 생겼으니 너무한다는 원성이 담긴 편지가 왔다.

 

부잣집이라고 너무 의기 왕성한 것도 문제지만, 부잣집 온다고 온 동네가 미치다시피 시중 다 들어 주고 정작 뭔 아쉬운 소리는 제대로 내지도 못하는 가난한 마을 이장님과 원로들도 답답한 맘이 한없을 이야기이다.

 

이제 시집 온지 삼년 밖에 안 되어 벌써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밀어붙이는 동네 사람들 맘도  불편하지만, 멀리서 시집온 몸 이미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하고 왔을 터, 슬슬 동네 눈치나 보고 마지못해 돈 푼이나 던져주는 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 할게다.  새로운 터에 살림을 시작한 것이 서로에게 잘된 일이 될 수 있도록 서로를 탓하기 전에 먼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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