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한복 ‘황금단’
김성순 대표
글로벌화 된 지금의 세상은 유용한 외래 문물을 많이 수용하기도 하지만 소중한 우리 전래의 것들을 잃어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 중 하나로 우리 고유의 한복을 들기도 하는데 언제부턴가 명절에도 거리에서 한복 차림의 사람을 보기가 그만큼 어려워 졌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든 그 나라의 복식(服飾)은 그 민족혼과 풍습이 농축된 결과물로서, 우리 한복만 해도 유려한 곡선미와 색채의 아름다움, 그리고 고름이나 대님을 매고 풀도록 된 느긋함이 밴 격식은 그대로 농경문화 속에서의 여유로웠던 우리 정신문화의 소산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산업화의 물결과 함께 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급속한 변화를 맞고 있는 지금은 그만큼이나 실용과 편리성만을 추구하는 세상이 됨으로써 복장 또한 큰 변모를 가져와 이제는 거의 양복이나 양장으로 대체되다시피 하였고 따라서 옷고름이나 대님이 있던 자리는 지퍼나 벨크로(찍찍이) 등이 차지하는 등 수천 년 우리 전래의 복식마저도 서양 것에 치여 뒷전으로 밀려나는 세태가 되어버려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따라서 분명 우리 것임에도 이제는 일상복이 아니라 명절이나 혼례 등 특정 행사시에만 잠깐 걸치는 그야말로 이벤트용 옷으로 전락한 한복이지만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우리 것에 대한 전통을 더욱 계승 발전시키려는 고집과 노력 또한 끊이지 않는 것은 크게 다행스런 일인데 그런 이들이 있기에 유구한 우리 문화의 얼과 맥이 이어짐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하겠다. 최근 나운동 KT 건너편에 새롭게 단장을 마치고 문을 연 ‘황금단’도 그중 하나로 대형 매장에 종류별 수천 벌의 한복을 구비하고 판매와 함께 대여도 해주는 전문 업소로서 이곳의 김성순 대표를 만나 한복과 운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반갑습니다. 매장이 엄청 크군요. 최근 개업하셨나 봐요.
사실은 길 건너편에서 ‘잔칫날’이라는 상호로 6년 정도 영업을 하다가 장소도 좁고 해서 지난주 이곳으로 이전했어요. 새롭게 시작해보자는 의미로 상호도 ‘황금단’으로 바꿨고요. 아직 정리가 다 끝나지 않은 상태인데 매장 면적은 대충 120평정도로 넓어서 제가 구상했던 면모를 갖추게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원래 한복을 전공하신 건가요?
그건 아니고 친정 언니, 동생, 조카들까지 일찍부터 한복에 종사했던 관계로 저도 자연히 익히게 되었고 하다 보니 제 적성에도 잘 맞는 것 같습니다.
대충 봐도 매장 안의 옷들이 수 천벌은 돼 보이는데 모양도 색상도 그야말로 형형색색이군요.
아직 진열이 다 끝나지 않았고 창고 안에 보관된 것도 많기 때문에 저도 정확한 수량은 파악을 못하고 있는데 수천 벌은 되겠지요. 한복의 트렌드도 최근엔 퓨전화 되고 있어 옷감도 그렇지만 색상이나 디자인도 예전과 다른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실용성이 강조되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분명 우리가 어려서 봤던 옛 한복의 모습들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옷도 시대적 환경이나 욕구에 따라 변화를 겪는 것은 자연적 현상일 텐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렇습니다. 제가 알기로 우리 한복의 역사는 대략 1,600년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길다고 들었습니다. 삼국시대 벽화나 유물에서도 나타나고요. 그 당시 한복의 모양은 지금과는 천양지차를 보이는데 그 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세월의 변화를 겪으면서, 또는 바느질하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 새로운 감각으로 조금씩 변모하지 않았을까요. 예를 들면 저고리의 길이나 동정, 소매의 길이, 소매의 통, 배래선의 모양 등은 불과 3~40년 전과 비교하더라도 많이 달라졌잖아요. 조선시대만 해도 같은 옷이라도 양반층이나 상민층의 옷이 달랐는데 지금은 옷으로 신분 구별을 하는 시대도 아니고 개성에 따라 얼마든지 맘에 드는 옷을 선택해 입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고 그래선지 모양도 다양하고 색상도 화려해지고 있습니다.
맞춤이나 판매뿐만 아니고 대여도 해준다고 들었는데.
네. 지금은 일상복으로 입는 사람은 극히 드물고 혼례나 7순 8순 잔치를 비롯해서 특정 행사시에나 입기 때문에 예전처럼 맞추거나 구입하기보다는 대여를 하는 경우가 전체 매출의 95% 정도로 훨씬 더 선호되고 있습니다. 대여는 적은 비용으로 그때그때 맘에 드는 옷을 골라 얼마든지 골라 입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맞춤이나 대여 비용은 어느 정도 되나요.
맞춤 가격은 실크 천의 경우 한 벌에 100만 원대이고 보통 화사의 경우 60만 원 정도 듭니다. 1회 대여 기간은 통상 2박3일을 기본으로 하며 대여 비용은 천이나 디자인에 따라 치마, 저고리 한 벌 기준으로 8~20만 원 대인데, 노리개나 핸드백도 어울리게 갖춰야 되기 때문에 15만 원대 이상 대여 시 세트로 끼워드리고 있고요. 그리고 아이들 옷 대여는 3만원을 대인데 단 아동드레스는 5~6만 원 정도 받고 있습니다.
진열된 의상을 보니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한복드레스 등 멋진 옷들도 많고 디자인이나 칼라도 과거에 비해 훨씬 세련되고 모던하다고 할까, 새삼 우리 한복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됩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정작 제고장 주인한테 푸대접 받는 한복이지만 외국인들은 찬사 일색이잖아요. 언젠가 서울에 갔다가 고궁에서 전통 혼례를 치르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구경하던 외국인들이 우리 옷의 아름다움에 반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원더풀을 연발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이렇게 멋진 옷을 왜 평소에는 전혀 입은 사람을 볼 수가 없는지 의아스럽다는 표정이었어요. 제가 알기로 외국에 전시된 우리나라 관광 홍보물의 사진 속에는 대개 우리겨레의 상징인 한복 차림의 모델이 등장하여 한국 여행을 오는 사람들은 그런 거리 모습을 상상하기도 할 텐데 막상 본고장에서는 한복을 외면하고 있으니 아이러니하달까요. 물론 일상생활에서 상시 착용하기엔 불편한 점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집안 행사나 명절 때만이라도 입는 풍토가 살아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업하시면서 애로사항이랄까 보람도 있을 텐데 들려주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애로사항이랄 것까지는 없지만 혼례를 앞두고 안사돈 되시는 분들끼리 같이 오시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커플복을 놓고 신부 측 엄마는 자기 딸에게 어울리는 옷을 선택하고, 신랑 측 엄마는 며느리 것보다는 아무래도 자기 아들에게 어울리는 옷을 선택하다보니 은근한 불협화음을 겪기도 합니다. 그런가하면 어느 엄마는 자기가 혼주임에도 혼주에게 걸 맞는 옷이 아니라 신부 취향의 옷을 굳이 자신이 입겠다는 바람에 신부인 딸과 옥신각신을 벌이기도 하더라고요(웃음). 조금 속상할 때도 있는데 전문가로서 당사자에게 어울리는 옷을 권해도 굳이 자신의 취향대로 옷을 선택해서는 지인들한테서 어울리지 않는단 소릴 들으면 아무래도 당사자 기분이 좋을 리 없고 덩달아 저희가 안목이 없는 것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억울하기도 하지요. 따라서 고객 분들께서는 자신의 취향 못지않게 신체 사이즈나 피부색, 머리 모양 등 여러 가지 조건이 다 다르기 때문에 그에 따른 저희의 권유를 존중해 주신다면 득이 되면 됐지 절대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리고 저희 고객들 거의가 여성이라서 오히려 마음이 편하고 영업상 크게 힘든 건 없습니다.
업소가 이 정도 크기면 군산에서는 제일 큰 규모일 듯한데 어떻습니까.
정확히는 모르지만 군산 시내 대략 70~80개 한복업소가 있는 걸로 아는데 저희 업소가 가장 대형이지요. 저희 매장의 옷들은 단순한 상품이라기보다는 젊은 감각의 전문 디자이너들의 작품들로서 국내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제품들입니다. 그래서 저는 남다른 자부심도 가지고 있고 그래서 저희 집을 한번이라도 이용한 고객께서는 이후 꾸준히 찾아주시기 때문에 단골고객도 많이 늘어 운영에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이 기회에 그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네요.
아무쪼록 앞으로도 우리 옷에 대한 자부심 잃지 마시고 일상에서의 보급과 함께 계승 발전시키는 일에도 애써주시기 바랍니다. 덕분에 저도 한복에 대해서 공부가 되었고요,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매거진군산도 크게 발전하세요. 저도 열렬히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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