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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종구 군산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인문대학과장) 인터뷰
글 : 조종안(시민기자) / chongani@hitel.net
2015.03.01 17:22:01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소설 <탁류> 배경들, 문화관광 콘텐츠로 개발하는 작업 서둘러야 

공종구 군산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인문대학장) 인터뷰

 

 

비안개가 자욱하게 깔렸던 지난 주말. 공종구 군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군산시 장미동 미즈커피(북-카페)에서 만났다. 전통 일본식 다다미로 꾸며진 2층 북-카페에 들어서니 소설 <탁류>의 저자 채만식 선생이 환한 웃음을 머금으며 반긴다. 한쪽 벽면을 빼곡히 차지한 도서들과 은은한 커피향이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공종구 교수는 채만식의 치열했던 삶과 풍자·해학이 담긴 작품들을 주제로 논문 발표와 강의를 여러 차례 했으며, 소설 <탁류> 정본에 나오는 방언과 속어, 고어(古語) 등에 해설과 주석을 붙여 새롭게 출판(현대문학 펴냄) 하는 등 ‘채만식 전문가’로 알려진다. 이날 우리는 공 교수의 설명을 곁들여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수탈의 상징 부잔교(뜬다리), 구 조선은행(근대건축관) 등을 돌아보며 추억여행을 즐겼다. 아래는 공 교수가 보내온 서면 인터뷰 전문이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자기 소개를 해주세요.

“먼저 <매거진군산>을 통해서 저와 우리 군산대학의 인문대학을 알릴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는 군산대학의 국어국문학과에서 한국의 근·현대소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일제 강점기 소설을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는 연구자이자 교육자로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제가 군산대학과 인연을 맺어 군산에 온 지 벌써 23년째인데 군산 시민의 입장에서 가장 행복한 일은 월명공원을 만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심 근교에 그렇게 울림이 좋은 산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군산은 충분히 축복받은 도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아주, 아주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매일 약 한 시간 반가량 월명공원을 걷는 게 이제는 제 신체의 리듬이 되었습니다. 취미는 혼자 떠나는 도보 여행입니다. 여행지에서 하루 종일 걷다 보면 바깥에서 보이는 제 모습이 떠오르곤 합니다. 그게 바로 타자의 시선에서 바라다보는 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홀로 떠나는 도보 여행이 너무 좋습니다. 타자의 시선에서 저를 바라보고 성찰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인 장 폴 사르트르는 ‘타자의 시선은 지옥’이라고 했습니다. 어느 정도는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체와 타자의 관계. 사바세계의 모든 중생들에게는 영원한 화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역학을 연구하는 교수 입장에서 군산대에 처음 부임해오셨을 때와 지금의 군산을 비교한다면?
“지역학을 연구하는 교수라고 하니까 솔직히 조금 많이 당황스럽네요. 지역학은 하나의 단일한 분과 학문이 아니라 ‘학제 간 통섭학’으로서의 융·복합 학문의 정체성을 지닌 학문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냥 소박하게 제가 전공하는 근대 문학, 특히 백릉 채만식 선생의 생애와 문학을 통해서 지역학에 개입하고 참여하는 입장입니다. 그런 입장에서 제가 군산에 처음 발을 내딛던 1992년 상황과 지금을 비교하면 상전벽해,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당연히 그 변화가 가져온 좋은 점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근대문학을 통해서 지역학에 개입하고 참여하는 한 사람의 연구자 입장에서 볼 때 적지 않은 근대 문화 유산들이 일제의 식민 잔재라는 역사의 논리와 개발의 논리에 밀려 역사의 창고에 봉인되어 사라져버린 부분은 많이 아쉽습니다. 특히, 채만식 선생의 대표작인 『탁류』에도 등장하는 군산 부청과 군산 경찰서, 군산 역전 등의 건물들이 사라진 것은 더욱 더 아쉽고요. 채만식 선생에 대해 애정을 가진 제 개인적인 생각이나 욕심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군산 시내 권역과 임피 권역에 지금도 산재한 채만식 선생의 많은 근대 문학 유산들(지금도 당시의 원형을 크게 잃지 않고 있는 작품의 배경들)을 문화 관광 콘텐츠로 정리하고 개발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작년 9월 군산대학교 제13대 인문대학장 업무를 시작, 제4기 군산학(群山學) 강좌(2014년 10월~12월), 국어문학회의 제57회 정기학술대회(2015년 2월) 등을 성공적으로 마치셨습니다. 특히 <디지털 시대의 ‘지역’과 ‘전통’>이란 주제로 치러진 학술대회는 분과별로 발표회를 가졌습니다. 고은 시인, 채만식, 군산학, 이성당 등 소재도 다양했는데요. 주위 반응은?  
“네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번 학술대회를 마친 후 자기 점검을 해 보니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디지털 시대의 지역과 전통’이라는 학술대회의 주제가 지역사회와 상당히 밀접한 관련도 있고 해서 학회 회원들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구성원들도 많이들 오셨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던 점입니다. 저희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홍보도 하고 했었어야 하는 건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더불어 인문학의 경우 이제는 학술대회도 문제의식이나 테마를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번 학술대회에 대한 주변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번 학술대회를 디자인하고 책임을 맡은 학회장으로서도 많은 보람을 느꼈습니다.” 
 
-교수님 말씀 중에 ‘지역’과 ‘전통’은 서울과 모던의 변방이나 그늘이 아니라 독자적인 작동 원리와 고유한 정체성을 지닌 하나의 소우주로 표현한 대목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특히 지역과 서울, 전통과 모던은 상생과 공존을 모색하는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방언을 가지고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흔히 서울을 중심으로 한 경기 방언은 ‘표준어’, 그 이외 지역의 방언은 ‘사투리’라고 합니다. 사실 그러한 분류는 권력관계가 개입된 편의적인 분류일 수도 있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언어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서울을 비롯한 경기 방언이 한국의 표준어가 될 만한 필연적인 언어적 특질이나 자질이 있지는 않다는 말입니다. 군산의 방언을 중심에 놓고서 보면 서울말 또한 표준어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는 말이지요. 이러한 맥락에서 군산은 서울의 변방이나 그늘이 아니라 서울과는 다른 차원의 중심이자 보편인 것이지요. 그렇다고 제가 배타적인 지역주의를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제 말의 핵심은 군산의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우리 군산에 대해 좀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 또한 그러한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2012년부터 해마다 열리고 있음에도 ‘군산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젊은이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일반 시민도 마찬가지구요. ‘군산학이 무슨 학문이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안타깝기는 하지만 ‘군산학’에 대해 모르는 군산의 시민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그리고 ‘첫술에 배부르겠습니까?’ 앞으로 계속 군산학 강좌를 지속해나가다 보면 상황은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강좌에 대한 반응이나 평가가 상당히 좋고 해서 군산 시민들의 관심이나 참여 또한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문호인 루쉰이 이런 말을 합니다. “꿈과 현실 사이에 실낱같은 끈이라도 있으면 그것으로 나는 충분하다. 원래 희망이란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땅 위의 길과 같다. 원래 땅에는 길이 없었다. 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이 되는 것이다.”(루쉰의 「고향」)  아전인수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군산학에도 이러한 희망의 징후나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의 말고 정의내릴 수 있는 대상은 아무 것도 없다’라는 명제처럼, 군산학의 정의 또한 간단히 정의내리기가 매우 어려운 대상입니다. 범박한 차원에서 군산학은 ‘군산의 총체적인 실상이나 역사에 대한 체계적인 학문’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대로 된 정의를 내리자면 한 편의 논문을 따로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1월에는 군산의 근대를 깊이 있게 살핀 <군산의 근대 풍경: 역사와 문화>(도서출판 선인)를 동료 교수들과 공저로 펴냈습니다. 역사 4편, 문화 4편 등 다양한 주제의 개별논문 8편을 엮었는데요. 책 소개를 부탁합니다.
“책의 성격이나 의의에 대해서는 책임 편집자의 역할을 맡은 제가 그 책의 머리말에 소상하게 밝혀 놓았습니다. 다시 한 번 요약 정리하자면, 이 책은 먼저 군산대학교 새만금종합개발연구원에서 매년 기획 총서로 출간하고 있는 ‘환황해새만금 연구 총서’의 시리즈로 출판된 저술입니다. 이 저술을 통해 저는 ‘학제간 통섭학’으로서의 ‘군산학’을 정립하고 그 성과를 공유·확산하는 데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또 그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이 저술에 수록된 8편의 글들이 모두 전문적인 학술 논문의 형태를 띠고 있어서 일반 대중들이 접근하고 소화하기에는 쉽지 않은, 따라서 이 저술의 문제의식이나 성과를 대중적으로 확산하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앞으로 지역학 관련 저술에 참여하는 필자들은 ‘문체의 대중화’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에 재현해놓은 미두장을 비롯해 내항, 구 조선은행 등을 돌아보면서 감회가 남달랐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제가 이곳 군산대학에 온 것은 정확하게 1992년 9월입니다. 채만식 선생에 대해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연구자의 입장에서 군산대학에 오게 된 것이 저에게는 두 가지 측면에서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채만식 선생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사실 군산대학에 오기 전만 하더라도 제가 채만식 선생에 대해 새롭게 이야기할 만한 부분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정도로 채만식 선생에 대해서는 상당한 양의 선행 연구들이 축적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군산대학에 와서 보니까 그러한 막연한 짐작과는 달리 아직도 채만식 선생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른 하나는, 채만식 선생의 생가를 비롯한 집필 가옥, 째보선창, 해망굴, 은적사, 임피 역사, 임피 향교, 동헌을 비롯한 주변 산책로, 임피 남산, 절골 약수터, 군산 내항, 월명 공원, 미두장, 구 조선은행, 개복동, 둔뱀이 고개, 콩나물 고개, 동령고개 등 채만식 선생의 문학적 배경으로 등장하는 공간이나 장소들이 아직도 그 원형을 크게 잃지 않고 남아 있는 군산에 있다 보니까 외지의 연구자들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생생한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입니다. 그런 공간이나 장소들을 답사하면서 채만식 선생이나 등장 인물들의 심리나 욕망을 상상적으로 추적하여 재구하는 시간 여행 또한 저에게는 군산에 살면서 얻게 되는 망외의 소득입니다.” 

 

 

-채만식문학상 운영위원장을 역임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군산지역에서 채만식의 문학, 특히 소설 <탁류>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요?
“네 현재 채만식문학상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전문가의 입장에서 채만식 선생이 자신의 문학을 통해서 일관되게 추구하고자 했던 가치나 정신을 가장 잘 계승한 좋은 작가가 수상할 수 있도록 곁에서 도움을 주고 있는 정도입니다. 『탁류』가 군산 지역에서 가지는 의미나 의의에 대해서는 논문을 하나 써야 할 주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채만식 선생에 대해서는 고향에서조차 보는 시각이 다양합니다. 특히 친일부역 작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에 대한 교수님 견해는?
“채만식 선생은 본인이 자신의 성격이나 기질을 ‘신경질 제 3기’로 규정할 정도로 깔끔하고 예민하고 정직했던 지식인이었습니다. 그러한 그가 자신의 정체성과는 정면에서 충돌하는 ‘대일 협력’이라는 역사의 과오를 범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민족의 죄인」이라는 작품에서 ‘용맹하지도 못한 동시에 영리하지도 못한 나는 결국 본심도 아니면서 겉으로 복종이나 하는 용렬하고 나약한 지아비의 부류’, ‘씻어도 깎아도 지워지지 않는 영원한 죄의 표지’ 등과 같은 고백을 통하여 본인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채만식 선생은 그 작품에서 자신의 역사적 과오에 대한 이해와 용서를 구하는 참회의 기록을 남기고도 있습니다. 자신의 잘못이나 과오를 정직하게 고백하는 데는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당시 채만식 선생의 내면을 거의 그대로 토로하고 있는 이 고백에 대해서는 인색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일 협력을 한 식민지 조선의 지식인들 가운데 채만식 선생처럼 자신의 역사적 과오에 대해서 정직한 참회의 기록을 남긴 사람은 제가 알기로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한 채만식 선생을 마치 대표적인 친일 문인인 것처럼 비난하고 매도하는 일은 한 개인은 물론이고 역사에 대해서도 예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은 부모들을 선택해서 태어날 수도 없지만 시대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도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2015년 새로운 계획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특별한 계획은 없습니다. 그저 지금까지 해 온대로 할 생각입니다. 참 한 가지 특별한 일이 있다면 지금까지 해온 군산학 시민인문강좌의 규모를 대폭 확장한 ‘인문도시’ 사업에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인문도시 사업은 시민인문강좌에 비해 군산시에서 지원하는 대응 자금과 선정될 경우 한국연구재단에서 받게 되는 사업비를 포함한 전체 사업비 규모가 약 4배 이상 될 정도로 큰 프로그램입니다. 그와 관련하여 이번 4월 말이나 5월 초쯤에 군산대학의 지원을 받아 학술 심포지엄을 가지려고 합니다. 그때 군산 시민들이 많이 오셨으면 좋겠다는 당부 말씀과 함께 제 말을 마치고자 합니다.”

 

공종구 교수는 한국연구재단 프로그램 매니저, 대교협 대학인증평가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인문대학 학장, 국어문학회 회장, 채만식문학상 운영위원장, 군산학 시민인문강좌 연구책임자, 문예연구 편집위원, 현대문학이론학회 편집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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