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 시달리던 독거노인 최모씨가 목숨을 끊으며
자신의 시신을 수습하러 올 사람을 위해 남긴 봉투.
1만원짜리 신권 10장이 든 봉투겉면에 ‘고맙습니다.
국밥이나 한 그릇 하시죠. 개의치 마시고...’라고 적혀 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 제공-
얼마 전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최씨(68세)가 남긴 마지막 편지입니다. 올해 조사한 인구조사에 의하면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비율은 12.7%로 매년증가하고 있는 추세이고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중 29.9%가 고령자입니다. 그리고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은 48.6%로 OECD평균 12.4%를 크게 넘는다고 합니다.
늘 바람이 차가워지고, 날씨가 추워지고 사람이 그리워 질 때면, 어려운 여건에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 중 최 씨의 죽음이 시사 하는 바가 너무 큽니다. 최 씨는 여든여덟 살의 노모를 모시고 살았고 두 노인의 기초생활수급액은 90만 원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노모가 돌아가시자 최 씨에게 돌아오는 생활비는 48만원 남짓한데, 이는 보건복지부가 2014년 발표한 1인 가구 최저 생계비 60만3천원에 훨씬 부족한 돈입니다. 고령인 탓에 일하기도 마땅치 않았지만 소득이 생기면 그 만큼 기초생계비가 깎이는 터라 굳이 생계비를 벌기위해 무리를 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 놓인 것입니다. 이런 와중에서 15평 남짓한 집이 팔렸다는 집주인의 통보를 받고, 전세자금 6,000만원 중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빌린 돈 5700만원과 자기돈 300만원이 전 재산인 노인에게는 더 이상의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이 28.5명이고, 이 중 60대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40.7명, 70대가 66.9명, 80대가 94.7명이라고 합니다. 자살의 원인은 건강(32.6%), 경제적 어려움(30.8%), 주변(가족, 친지, 친구 등)과의 갈등 및 단절(15.6%), 외로움(10.2%) 순이었다고 합니다. 결국 건강의 악화는 경제생활을 어렵게 하고 경제적 곤란은 주변과의 단절을 초래하고 이는 곧 자살의 충동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는 것입니다.
‘이식위천以食爲天’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전국시대를 통일했던 진나라가 폭정으로 인해 급속하게 무너질 때, 천하 영웅들이 패권을 잡기 위해 일어났습니다. 결국 항우와 유방의 대결로 정세가 압축이 되었습니다. 유방이 공략 지역을 잘못 선정했을 때, 역이기는 곡식의 집산지인 오창(敖倉)을 차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왕자이민위천王者以民爲天, 이민이식위천而民以食爲天.”
“왕이 되려는 자는 백성을 하늘로 여기고, 백성들은 먹을 것을 하늘로 여기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라디오시사고전)
송파 세모녀의 죽음에 이어 최 씨의 죽음이 전하는 간절한 바람은 이웃과 함께 사는 사회 일 것입니다. 세모녀법은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엉뚱하게 대통령이 부정수급문제를 강조하자 복지부정수급자를 찾는 데만 급급해, 복지부정신고제도만 강화되고, 실제 17개 행정부처가 100일간 복지부정액 100억을 적발했지만 개인수급자의 부정은 7,000만원에 불과했었던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17개 행정부처가 협동하여 더 많은 빈곤층과 어려운 환경에 놓은 사람들을 찾았으면 얼마나 좋은 일일까요? 날씨가 차가워지고 삶은 힘들어지지만 아직도 사람의 온정이 남아있는 세상이란 것을 보여주고 느낄 수 있는 겨울이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