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의 공소시효와 마찬가지로 국세청이 세금을 부과하는데 있어서 일정한 기간이 법적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바로 '부과제척기간(이하 제척기간)'입니다. 세법에 정한 제척기간이 경과하면 과세요건이 충족된다고 하더라도 세금을 부과할 수 없는 것이죠. 즉 세금의 공소시효라 할수 있습니다.
제척기간은 상속·증여세와 기타세금에 대하여 다르게 정하고 있습니다. 상속·증여세는 일반적인 경우에는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때로부터 10년의 제척기간을 적용하지만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기타 다른 세목의 경우 일반적인 제척기간은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때로부터 5년입니다. 하지만 세금을 자진신고하지 않거나 세금을 포탈 하는 등 부정한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제척기간이 늘어나기도 합니다. 상속·증여세는 15년, 기타세금의 경우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 7년,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국세를 포탈한 경우에는 10년으로 제척기간이 늘어나는 것이죠.
지금부터 소개해드릴 사례가 5년이었던 제척기간이 부정한 방법에 의해 10년으로 늘어나면서 세금을 두들겨 맞게 된 A씨의 사연입니다.
□ 2배로 늘어나 버린 '제척기간' = A씨는 지난 2004년 1월 토지를 취득해 2004년 7월 B씨에게 이를 양도하고 기준시가에 의한 양도가액으로 양도소득세를 신고했습니다.
2007년 국세청은 A씨에 대하여 양도소득세조사하면서, 위 양도 토지는 1년 미만 단기양도에 해당해 실지거래가액에 의한 양도가액을 적용해야 하므로 A씨로부터 실지양도가액 작성된 부동산매매계약서를 제출받아 양도소득세를 추가고지했습니다. 문제는 위 토지를 A씨로부터 취득한 B씨가 2013.2월 토지를 양도하고 토지의 실지취득가액으로 양도소득세신고시 부동산매매계약서, 영수증, 수표사본 등을 국세청에 제출하면서 발생했습니다. 2007년 A씨가 제출한 계약서는 양도소득세를 줄이기 위하여 제출한 허위 계약서였던 사실이 밝혀지게 된것입니다. 이에 과세관청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국세를 포탈한 것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국세부과제척기간 10년을 적용해, 지난 7월 A씨에게 2004년 귀속 양도소득세를 경정·고지했습니다. A씨는 과세관청의 처분에 즉시 불복하고 심판원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 "세금 회피 목적 없었다" vs "탈루를 위한 적극적인 행위" = A씨는 토지를 기준시가로 신고한 이유에 대해 "당시 양도소득세 기준시가 과세 원칙 하에서 토지의 양도가 단기양도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착오했을 뿐 양도소득세를 회피할 목적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A씨는 이어 "2007년 세무조사 시 제출한 계약서는 과세관청의 세무조사결과를 시인하겠다는 의미로 제출한 것으로서 적극적으로 먼저 제출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세기본법상 특례인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판단시점은 신고시점이라 할 것으로 당초 신고시점에서는 단순히 양도소득세를 과소 신고한 것에 불과하므로, 국세부과제척기간은 일반적인 5년을 적용해 양도소득세 과세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과세관청은 "A씨가 양도소득세를 적극적으로 탈루할 목적이 없었다면 2007년 세무조사 당시 허위로 작성된 계약서가 아닌 진실 된 실지거래가액이 기재된 실제 계약서를 제출해야 하나, A씨는 실지거래가액을 알면서도 이를 밝히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A씨가 확인서를 작성해 거짓의 쟁점계약서를 제출한 것은 비록 계약서가 양도소득세 신고시점에 작성된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양도소득세를 탈루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위로 보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과세관청은 그러면서 "국세기본법상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국세를 포탈한 것에 해당하므로, 국세부과제척기간 10년을 적용한 처분은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 심판원, "A씨, 이중계약서 작성했다" = 사실관계를 살핀 심판원은 A씨가 이중으로 계약서를 작성해 양고소득세를 실제보다 적게 신고한 것으로 확인된다며 과세관청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심판원은 "A씨가 국세부과제척기간 10년을 적용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함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나, 국세기본법은 납세자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공제받은 경우에는 국세부과제척기간을 10년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라 함은 납세자가 조세의 부과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 행위를 해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공제받은 것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양도소득세 신고 시 허위로 작성된 이중계약서를 제출하는 행위도 해당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심판원은 "A씨가 토지를 양도한 후 2005년 기준시가에 의한 양도가액으로 신고했으므로 신고서에 첨부된 매매계약서는 기준시가로 돼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B씨가 제시한 매매계약서는 함께 제시된 부동산 중개인의 확인서·영수증·수표 사본 등에 의해 진실된 매매계약서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 같은 점으로 비추어 볼떄 결국 A씨는 이중으로 계약서를 작성해 양도소득세를 실제보다 과소 신고한 것으로 확인되므로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