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亡命] 이라는 말은 정치나 사상, 종교 등의 이유로 자기 나라에서 탄압이나 위협을 받는 사람이 이를 피해 다른 나라로 나간다는 뜻의 명사이다. 그런데 요즘은 전혀 엉뚱한 데서 망명이라는 단어가 나오고 있다. ‘SNS 망명’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SNS의 선두주자인 ‘카카오톡’에 대해서 검찰이 사찰을 하겠다고 하자 이에 대해 불안을 느낀 이용자들이 사찰을 받지 않을 외국서버 SNS로 갈아타고 있는 걸 가리키는 말이다. [경찰도 '텔레그램 망명' 러시…'암호화 대화 가능' 때문?]이라는 매일경제신문 기사를 보면 최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둘러싸고 사이버 검열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 간부들도 상당수 외산 메신저 '텔레그램'에 가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매일경제가 24일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직 지방청장을 비롯해 서울청 고위 간부 등이 텔레그램에 가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보국과 수사국, 사이버안전국 인사들 가입비율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14. 10. 24 매일경제)
시사고전의 ‘도로이목道路以目’이라는 고사성어의 내용을 듣자하면, 주나라 려왕(厲王)은 폭정을 일삼았다. 수도에 사는 사람들이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했고 이에 소목공(邵穆公)은 백성들이 정부의 가혹한 지시에 힘겨워한다는 소식을 려왕에게 전달했다. 려왕은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지 않고 화부터 냈다. 그리고 위나라의 무당으로 하여금 자신의 잘못을 공공연하게 비판하는 사람들을 감시하게 했다. 이로 인해 세상이 잠잠해졌다. “국인들이 감히 려왕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길에서 눈짓으로 자신의 뜻을 나타나게 되었다.”(국인막감언 國人莫敢言, 도로이목 道路以目) 소목공은 언론을 막는 것을, 강둑을 막는 것에 비유했다. 둑을 쌓아 강물을 막을 수 있지만, 둑이 터지면 많은 사람이 다치게 된다. 물은 막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물길을 터서 흐르게 하고, 정치도 말문을 열어서 사람들이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게 해서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14. 10. 13일)
우리헌법 “제21조에는 ①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②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는 법조항이 있다. 그 밖에도 사생활 비밀 자유, 통신 비밀의 자유, 양심의 자유, 예술의 자유 등과 제 37조 1항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는 법 조항이 있다. 우리사회는 가끔 법보다 무서운 그 무엇이 작용하고 있는 구태의 사고방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내가하면 로멘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 되는 자기중심적 가치판단에서 보다 이타적이며 사회적 책임이 수반되는 선진 시민문화의 정착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절실한 때 인 것 같다. 사이버망명 이런 신조어가 생기며,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나라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링컨 미국 대통령의 게티스버그 연설문이 생각난다.
“and that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shall not perish from the earth.”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이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