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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과 태풍, 비바람과 추위의 어려움을 이겨내야 하고 정확성과 비거리는 물론 사흘 동안 30km를 넘는 거리를 걷고, 매주 전국 아니 전 세계에서 치러지는 대회에 참가해야하는 체력과 컨디션,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멘탈.  이 모든 것들은 프로 골프선수가 되기에 꼭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이다.  골프는 무척 민감한 운동이다.  아주 작은 요소들에도 샷의 난조가 나오고, 멘탈은 시도 때도 없이 무너진다.  퍼팅 하나에 수억 원이 오가는 대회에서 그 정도의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결코 우승이란 없다.  그 와중에 육체적 어려움이 생기면 좋은 스코어를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

군산이 낳은 대한민국 골프의 미래 손준업 선수를 만났다.  2004년에 프로에 입문, 2010년 7월 메이저 대회인 CT&T J골프 KPGA선수권에서 우승을 하고, 촉망받는 선수로 활동을 하다 손바닥 부상과 수술.  그리고 지금 그는 재기의 단계에 홀로 서있다.  골프채를 잡는 그립은 너무나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기에 손바닥의 부상은 치명적인 것이었다.  그런 그를 만나 골프와 인생과 미래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맥군_ 소속은 어디신지요?

현재 메인 스폰서는 아직 없습니다. 저희 아버님이 메인스폰서지요. (웃음) 

타이틀리스트는 골프용품, 필라는 의류, 하나투어도 서브 스폰서입니다.

맥군_ 골프는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요?

11살부터 골프를 시작했습니다. 아버지를 따라 연습장에 갔다가 낚인 거죠. (웃음) 이제 구력 14년이 됐네요. 지금 저는 87년생으로 올해 스물다섯입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재미없었어요. 제가 이 힘든 운동을 왜 시작하게 됐는지 조차 잘 몰랐으니까요. 아버지가 엄하셔서 잘 못하면 혼난 적이 많아요. 저희 아버지가 잘 때리시거든요. (웃음)

맥군_ 어제 손프로 아버님을 잠깐 뵈었는데, 포스가 장난 아니시더군요.

네, 뭔가 있으세요. (웃음) 어쨌든 저는 처음 골프에 재미를 못 느끼다가 이제 제 평생의 직업이 되고, 프로로 데뷔하고 난 3-4년 후에야 재미있어졌어요. 프로가 되고서도 특별한 의욕이 없었는데 다른 선수들 잘 치는 거 보면 부러운 마음이 들더군요. 나도 잘 쳐야겠다는 마음이 들면서 그때부터 재미도 생기고 열심히 하게 되더군요.

맥군_ 작년 만해도 KPGA 최고의 유망주였습니다.

네, 작년에는 특히 잘했던 거 같아요. 프로 데뷔 후 매년 좋아지고 있었으니까요. 올해에는 저도 스스로 기대를 많이 했었습니다. 하지만 4월 시즌 첫 시합을 시작하자마자 수술했습니다. 의사선생님께서는 3-4주면 괜찮아 질 거라 하셨는데 6개월 넘게 지난 지금도 아파요. 그러니 제가 평상시 잡던 그립을 못 잡고 겨우 변형해서 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도 시합하다 통증을 느낄 때가 많아요. 적응하기 힘들어서 미스 샷이 많이 나왔습니다. 지금은 조금 괜찮아지긴 했습니다만 처음 수술 후 3-4개월 될 때 까지는 진통제 먹으면서 쳤습니다. 안 먹으면 공을 칠 수가 없을 정도였죠.

맥군_ 그런 힘든 시기가 오히려 큰 선수가 되려는 발판이 되지 않을까요?

제 주변에서, 그리고 제가 따르는 선생님들께서도 이런 일은 항상 일어날 수 있고 이런 슬럼프 들은 좋은 교훈으로 삼는다면 더 발전할 것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시즌 중에 너무 성적이 안 나오고, 터무니없는 샷들이 나오니까 그냥 저는 마냥 힘들기만 했거든요.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요. 그런 말씀 들으면 위안이 되긴 하죠. 아직까지는 열심히 하는데 잘 안되니 속상합니다.

맥군_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멘탈(Mental)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수준에 올라온 선수들, 즉 기량이 비슷한 선수일수록, 80-90% 멘탈의 힘에 의해 우승을 달성할 수 있는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물론 기량의 차이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요.

맥군_ 제일 자신 있는 샷과 가장 재미있는 클럽은?

웻지? (웃음) 원래 숏 게임을 잘하고 스핀도 잘 먹이고 했는데, 올해 부상당하고 잘하던 샷마저 밑바닥을 쳤습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그래도 숏 게임이 제일 재미도 있고 자신 있습니다.

맥군_ 정말 궁금한데요, 백스핀은 어떻게 하는 겁니까? 이를테면 50미터 샷이라면?

일단 라이가 중요하고요. 스윙할 때 임팩트를 강하게 해야 합니다. 공이 먼저 맞으면 스핀이 잘 안 먹습니다. 잔디를 먼저 쳐야 합니다. 잔디를 먼저 친다고 뒷 땅이 아니라 바운스를 이용해서 쳐야 합니다. 클럽의 날로 치면 클럽이 깊이 파입니다. 디봇이 얇게 파이는 샷이 제대로 스핀이 먹게 됩니다. 아마추어들은 이해하기가 조금 힘드실 거 같습니다. (웃음)

맥군_ 올해의 목표는?

올해 Q-School을 통과하기 위해 미국으로 갈 계획입니다. 올 하반기 성적이 좋지 않았어도 미국에서 이 시합을 잘 치르기 위해 관리를 하고 있고요, 내년에는 PGA대회에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합니다.

맥군_ 작년 Q-School 통과 후 올해 PGA루키로 활약했던 김비오나 강성훈 선수같은 경우 정말 기대를 많이 받았었습니다. 하지만 성적은 그리 좋지는 못했습니다. 그만큼 미국의 벽이 높다는 뜻일 텐데요. 그리고 손프로님은 영어는 잘 하시는지요?

미국의 벽이 높은 것도 있겠지만 적응하기 힘든 게 더 큰 거 같아요. 코스나 분위기 같은 거 말입니다. 전 영어는 잘은 못하지만 그래도 알아듣는 건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열심히 공부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요? 살다보면 어떻게든 되겠지요. 오히려 영어보다도 Q-School이 걱정이지요. 이번 하반기에도 힘들면서도 Q-School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시합을 치렀습니다.

맥군_ 김비오 선수의 영어 인터뷰를 본적이 있는데 영어를 곧잘 하더군요.

네, 비오는 어렸을 때 미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영어 잘하고요, 성훈이도 계속 미국 왔다 갔다 하면서 열심히 했나봅니다. 성훈이도 영어 정말 잘해요.

맥군_ 징크스 같은 것은 있는지요? 이를테면 타이거 우즈는 마지막 날 빨간색 옷을 입잖아요.

저는 전혀 그런 게 전혀 없습니다. (잠시 생각) 음, 네 없습니다. 골프가 워낙 모든 샷이 다르고 또 하루하루가 다른 운동이라 아이언 샷이 잘 맞는 날이 있고, 숏 게임이 잘되는 날이 있지요.

맥군_ 친하게 지내는 동료는? 친한 여자 프로선수는?

여자프로는 잘 모르고요. 그나마 희경이 누나(서희경프로), 윤채영 프로들 정도고요. 남자는 배상문, 김대현 프로 등과 친분이 있습니다. 프로 선수 중에서도 서로 좋아하기도 싫어하기도 하는 선수들도 있습니다. 매너가 별로거나 후배들을 많이 갈구는 선배들 등등, 좋아하고 싫어하는 게 확실하게 갈리는 것 같습니다. 물론 선후배간 의리도 중요하게 생각하며, 단체운동이 아니기 때문에 단체 운동에서 벌여지는 그런 갈등 같은 부분은 많이 없는 거 같습니다.

맥군_ 좋아하는 음식은?

저는 고기류를 좋아합니다. 다치고 나서 살이 많이 쪄서 고생이네요. 다행히 제가 입이 짧아서 살이 찌는 편은 아닙니다.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좋아합니다. 소고기는 맛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맥군_ 옷을 무척 잘 입으시던데요, 손프로님은 패션에 관심이 많으시지요? 의류협찬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저는 패션에 굉장히 예민합니다. 필라에서 시즌에 한꺼번에 보내줍니다. 셔츠만 해도 2-30벌 정도를 보내주는데 저는 제가 마음에 드는 옷만 입습니다. 옷에 로고 등이 이미 부착되어 옵니다. 저는 입기만 하면 되지만, 그중 타이트한 옷을 좋아합니다. 마음에 안 들면 그냥 집에 놔둡니다. 그저 예쁜 것만 입어요.

맥군_ 작년 인터넷에 손준업 선수가 찼던 벨트가 화재가 됬 던 적이 있습니다.

아, 네. 저도 봤습니다. 아마 작년에 찼던 알마니 벨트였던가 그랬습니다. 부모님께서 사주셨던 벨트였는데 독수리 모양이었습니다. 패션의 일부분인 벨트에도 항상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맥군_ 골프선수들은 항상 윗옷을 바지 안에 넣어 입는 이유가 뭔가요? 규칙인가요?

규칙은 아니죠. 에티켓이죠. 단정해 보이기 위함입니다. 골프란 뭔가 예의를 중시하는 운동이니까요. 미국에서도 퍼블릭 코스는 편하게 옷을 입지만, 명문 코스에 가면 드레스 코드는 분명히 있습니다. 저는 연습라운딩 때도 반바지를 입어본 적도 없습니다. 타이거 우즈나 오바마 대통령도 반바지를 입고 라운딩 하는 것을 봤지만 이제는 이 복장이 이제 편해졌습니다.

맥군_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오르시면 만족이라는 단어가 생각나실까요?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이미 미국무대에 진출해서 활약하시는 양용은, 최경주 프로의 전철을 밟는 다기 보다는 그 분들보다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진 최경주 프로님이 우리나라 최고지요. 그 분들이 이루지 못한 꿈들을 넘보고 싶습니다. 타이거 우즈 정도의 업적은 살짝 어려울 거 같고요 (웃음) 타이거는 백년, 이백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선수니까요. 일단 한국에서는 최고가 되고 싶습니다.

맥군_ 응원하는 시민들이 무척 많습니다. 그분들에게 한 말씀?

항상 절 응원해주시고 TV앞에서 시청해주시는 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리고요, 연습장에서 가끔 얼굴도 모르시는데 저를 응원하신다는 말을 들으면 민망하기도 하고 너무 감사한 마음도 듭니다. 제가 지금 어려운 시기라서 잘 안 되고 있지만 앞으로 잘할 거니까요, 기대를 져 버리지 않게 열심히 해서 세계적인 선수가 되어 보답하겠습니다.

아직은 젊은 나이지만 겸손함을 알고, 차분히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손준업 선수. 아직 메인 스폰서도 없는 상황이지만 그의 미래는 오직 버디의 연속일 것이다. 예전 힘들었던 IMF시절 박세리선수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주었던 희망처럼, 손준업선수가 우리 군산에 보내는 희망의 이야기는 크다. 이 기사가 나올 즈음에는 그는 미국에서 Q-School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커다란 성공이 있을 것이며 우리는 그의 앞길에 무한한 응원을 보낸다. 손준업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