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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동정심을 잃었는가? 함께 울어줄 능력을 잃었는가?”
글 : 이영진 / younggeen@naver.com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1).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입니다2).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적 유혹에 맞서 싸우기를 빕니다3).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 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모델을 거부하기를 빕니다4). 삶이라는 것은 길입니다. 혼자서는 갈 수 없는 길입니다. 다른 형제들과 함께 걸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5). 우리의 대화가 독백이 되지 않으려면, 생각과 마음을 열어 다른 사람 다른 문화를 받아들여야만 합니다6). 이 말들은 교황 프란치스코의 한국 방문에서 남겨진 말들이다.
세월호가 바다에 가라앉은 지 130여일이 지나가고 있다. 아직도 10명의 실종자는 찾지 못하고 수색을 계속하고 있으며, 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은 의회를 표류하고 있다. 특히 “유민 아빠” 김영오씨의 40여일간의 단식으로 표현되고 있는 단원고 유가족들과 일반인 유가족의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수용 태도마저 의견이 나뉘고 있다. 이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 속에 살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에게 교황은 말씀으로, 포옹으로, 세례로 그들의 아픔을 기억한다고 말하며 가슴에 응어리를 어루만지며 돌아갔다.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을 말도 안되는 억지 논리를 어지러이 늘어놓으며 슬쩍 자기주장을 껴 넣는 정치적 의도가 없는 성직자의 배려야 말로 그 어떤 정치적 표현 보다도 힘이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교황은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적 사고방식을 경계하라는 말씀을 남기고 갔다. 어쩌면 세월호 사고 역시 물질만능주의적 사고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낡은 배의 수명 연장을 위한 일련의 입법화 조치와 더 많은 사람을 태우기 위한 구조변경과 엉터리 구조변경을 눈감아준 관계자들을 위해 금품을 살포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이익을 챙겨 받은 사람들 ... 어느 날 홀연히 부패한 시신으로 나타난 “유병언”씨의 시신으로는 아직 밝혀지지 못한 그 넓고 깊은 내막을 한 번에 다 밝힐 수 는 없을 일일 것이다.
그리고 이 어수선한 순간에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은 기강을 풀어헤치고 어느 병사는 동료를 살상하는 피해를 입히고 구속되었으며, 어느 병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 잘못된 관행과 폭행악습으로 얼룩진 병영 실태를 고발하기도 하고 동료간 성폭행 사건이 일기도 하는 불행한 사건들이 연속되면서, 이 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아름다운 청년들의 신성한 국방의 의무가 진흙구덩이가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또 나라를 지키러 간 젊은 아들이 시퍼런 주검으로 돌아온 부모의 심정은 어떠하겠는가?
이런 무너지는 아픔을 안고 사는 사람들을 마음을 열고 따뜻하게 안아주며, “ 삶이라는 것은 길입니다. 혼자서는 갈 수 없는 길입니다. 다른 형제들과 함께 걸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말하며 함께 걸어갈 것을 다짐하는 교황과는 달리,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이 나라를 책임지고 이끌어 달라고 국민의 선택으로 뽑은 대통령을 만나러 청와대 근처만 가면 버스로 경찰로 장벽을 만들어 버리고, 대통령 스스로가 5월 19일 대국민담화에서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 유족의 애끓는 마음이 잘 반영되도록 특별법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라고 다짐을 하셨는데 ... 말로만 엄벌을 지시한다고 일이 진행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때로는 어머니 같은 손으로 어머니의 가슴으로 아프고 힘들어 하는 국민들에게 따스한 손길, 따스한 말 한마디를 해주며, 어린 아이의 든든한 엄마처럼 옆에만 있어 주는 것으로도 국민들은 무한한 힘을 얻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 우리 모두가 어느 날 잃어버렸을지도 모를 “함께 울어줄 능력”을 되찾는 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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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8.14 서울공항에 도착해서
2) 8.14 청와대 연설
3) 8.15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강론
4) 8.15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강론
5) 8.16 명동성당에서
6) 8.17 해미성지에서 아시아 주교들과의 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