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지구가 돈다고? 당신 머리가 머리 돈 거 아니야?”
교회의 틀 안에서만 세상을 보던 중세 사람들은, 지구가 자전한다는 갈릴레이의 생각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68살 먹은, 자기 손으로 만든 망원경을 통해서 수백 개의 별을 발견한 이 과학자를, 자택에 감금시켰다. 날마다 일곱 편의 성시를 낭독하며 죽을 때까지 참회하라는 벌을 주었다. 세상은, 갈릴레이가 죽고 나서야 그의 과학적 이론을 수용했다.
“태양광 발전은 여름에 최고로 좋은 게 아니에요? 뙤약볕을 하루 종일 집광판에 모으면, 에너지를 많이 얻을 수 있잖아요.”
글이 안 써지면, ‘내가 무슨 대단한 일을 한다고 전기 많이 잡아먹는 컴퓨터를 붙잡고 있나’ 괴로운 나는, 태양광 전기 생산 효율이 여름에 더 떨어진다는 말에 갸우뚱했다. 성운전력 오병주 대표는 “날씨가 맑고 선선하면서 일조량이 많은 봄철이 태양광 에너지를 생산하기에 좋아요” 라고 했다. 이해를 다 못하고서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보더니 설명을 덧붙였다.
“태양광 발전은 반도체로 이루어진 집광판(모듈)이 필수예요. 이 집광판이 있기 때문에 전기 에너지로 바꿀 수가 있어요. 모듈의 열이 1도 올라갈 때, 0.4%의 손실이 생겨요. 한 여름에는 모듈 표면의 온도가 80도 이상 올라가죠. 그러면 손실이 나는 거죠. 에너지 생산도 덜 되고요. 그래서 태양광 에너지는 봄가을이 가장 좋은 거예요. 특히, 5월 6월에요.”
태양광 발전은 효율이 중요하다. 집광판이 태양빛을 오래 받을수록 좋다. 그래서 정남향에 집광판의 각도가 있다. 태양의 위도에 따라서 위 지방으로 올라갈수록 세워야 하고, 아래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낮추어야 한다. 전라북도는 30도, 전남 신안은 28도에 주로 고정시켜 놓는다. 겨울에는 세우고 여름에는 눕히는 반고정식 집광판도 있다고 한다.
태양광 발전사업의 수익은 한전의 판매수익(SMP)+에너지관리공단의 가중치를 부여한 판매수익(REC)의 합계금액이다.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지급하는 비용은 같은 발전량이라도 가격이 다르다. 28개 지목 중 전, 답, 임야, 목장, 과수원에 설치한 태양광에서 얻은 전기는 70%, 23개 지목의 100KW이하는 120%, 100KW이상은 100%, 건물 위에서 생산하면 150%를 준다.
허름하게 버섯 재배하는 건물을 지어놓고서 그 위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이유다. 그래서 올해 6월, 산자부에서 입법고시를 했다. 땅에 짓는 태양광은 지목에 상관없이 전기 생산량이 100kw이하일 때는 120%로 조정한단다. 이런 태양광발전 시공전문업체가 군산에도 대여섯 곳 있다. 성운전력의 오병주 대표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건설에는 건축, 토목, 전기 등이 있어요. 그런데 전기는 업종이 소규모일 수밖에 없어요.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 무얼까. 신재생에너지 중 전기공사업체들이 접근하기에 쉬운 게 태양광이에요. 풍력은 대단지 설비가 필요하고, 지열도 쉽지 않고요. 저도 지금 200kw(킬로와트) 허가 받아서 100kw는 공사가 끝났어요. 1시간에 최적의 조건에서 최대 100kw를 생산할 수 있다는 말이죠. 하루 평균 300-400KW쯤 에너지를 만들어요.
태양광을 지역마다 자체적으로 생산해서 소비할 수 있다면, 진짜 좋은 거죠. 이건 친환경이잖아요. 원자력발전소를 짓고, 그래서 철탑을 세워 대도시로 안 보내도 되고요. 단점은 발전이 낮에만 돼요. 밤에도 전기를 쓰는데요. 효율이 좋은 축전설비를 만드는 기술이 발전해서 자가 설비로 생산해서 쓰면, 예산도 줄고 민원도 줄겠죠. 자연을 훼손할 일도 없고요.”
오래 전, 다큐멘터리로 본 태양광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 작은 집이 몰려있는 일본의 주택가였다. 웃을 때 덧니가 보이던 아기 엄마는 가계부를 보여주고 있었다. 태양광 에너지를 집 옥상에 설치한 뒤에 일어난 변화를 이야기했다. 쓰고 남은 전기는 되팔기까지 한다고 했다. 다만, 흐린 날이 있기 때문에 전기 요금이 ‘발생한다’고.
나는 물과 전기 같은 한정된 에너지는 피나게 아끼는 사람, 큰애한테 “책 좀 읽어”만큼 “전기 코드 빼” “샤워 짧게 해”라고 말한다. 남편이 주말에 소파에 누워서 뒹굴뒹굴 해도 관대하다. 그러나 1분당 10회 이상 리모컨으로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면 신경이 곤두선다. 잔소리 하지 않는 현명한 아내가 되기 위해서 내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문을 꽝 닫으면서.
발전사들은 일정 부분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라는 의무조항이 있다. 태양광 발전을 하려면 정부와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사업 개시 신고까지 끝나면, 그 날부터 태양광 발전량을 한전에서 매달 측정하고 돈을 정산해서 준다. 에너지 관리공단은 입찰을 통해서 선정된 업체만 계약(12년)을 통해 정산한다. 나머지 업체들은 전력거래소와 직접 거래한다.
개인들도 태양광을 설치해서 쓸 수 있다. 팔 수는 없다. 가정집은 보통 3kw짜리 태양광을 설치한다. 대략 1천만원, 정부에서 비용의 50%를 지원한다. 한 달 10만원 이상의 전기요금을 내는 집에 적극 권장한다. 실제로, 만화가인 우리 남편 친구는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많은 전기를 쓴다. 그래서 태양광을 설치해서 겨울에도 반팔 입는다는 자랑을 했다.
전기공사업체는 태양광 설비만 하는 것이 아니다. 건물이나 공장의 전기설비와 보수를 한다. 도로의 가로등과 조명시설도 빼 놓을 수 없다. 우리 삶과 맞닿아 있다. 그렇게 일하는 전기공사업체가 군산에만 90여 개가 있다. 1천만 원 이상의 관급 공사는 반드시 공개입찰을 거친다.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뜻 있는 사람들끼리 힘을 모아서 군산시 전기공사협의회를 만들었어요. 우리 지역 일은 가능하면, 지역 업체들을 쓸 수 있도록요. 서로 저가경쟁으로 생기는 피해를 줄이고, 입찰하면서 생긴 오해나 갈등을 풀기 위해서죠. 사람을 알면, 갈등이나 대립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가 있잖아요. 그래서 협의회를 통해 정보도 공유하고 친목도 다져나갈 겁니다.”
성운전력을 꾸려나가면서 한국전기공사협회 군산시협의회를 이끄는 오병주 대표가 가장 기다리는 건 태양광 발전에 좋은 봄가을이 아니다. 여름방학이다. “우리 세대는 부모님하고 여행한 세대가 아니잖아요”라고 말하는 그는 아들과 무언가라도 같이 하고 싶다. 추억을 만들고 싶다. “놀러 가자” 그러면, “싫어요” 라고 말하는 아들한테 매달려서라도.
“준규(그의 아들)야, 너 사춘기라고 아빠 엄마한테 잘못 많이 하잖아. 속죄하는 마음으로 아빠랑 여행 가자. 산에 가자.”
2년 전, 그는 중3 아들이랑 단둘이 지리산 종주를 했다. “우리는 촌놈이니까 몸땡이로 하는 건 잘하잖아”라고 했지만, 25kg이 넘는 배낭을 메고 걸으면서 죽는 줄 알았다. 특히, 둘째 날에 벽소령에서 장터목까지 가는 길은 다리가 안 떨어졌다. 보다 못한 아들 준규가 배낭을 서로 바꿔 메자고 했다. 아들은 한 고개 넘고 나서 “못하겠다, 아빠” 하고 주저앉았다.
그들 부자는 장터목에서 군산에서 온 사람들을 만났다. 그 사람들이 질풍노도의 시기인 준규에게 “어린 나이에 진짜 대단하다. 최고다!”라고 칭찬을 했다. 오병주 대표는 아들이 씨익 웃으며 누그러지는 틈을 타서 “내년 여름 방학에는 한라산에 가자”고 했다. 그와 준규는 다음 날 새벽 6시가 조금 안 됐을 때에 천왕봉에 도착했다.
그걸로 충분했다. 3대가 공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지리산 일출을 보겠다는 욕심은 없었다. 그런데 해가 떴다. 장엄한 풍경이었다. 이렇게 100번만 일출을 보면, 지리산 산신령하고도 친구 먹을 수 있는 특혜까지 주어진다는데. 오병주 대표는 아들 준규가 아름다운 대자연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 기대가 됐다.
“아빠, 아빠 공덕은 아니지요? 아닌 것 같아. 그럼 3대가 누구부터 누구까지일까?”
그는 작년에 식구들과 한라산에 갔다. 올 여름 방학에는 설악산에 갈 것이다. 숨이 턱턱 막히면서 막막하기까지 한 공룡 능선을 넘을 때쯤에, ‘몸땡이’ 로 하는 건 다 잘 한다는 그의 ‘촌놈 드립’은, 그보다 더 키가 크고 근력도 짱짱해진 아들 앞에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담담했다.
“세상일은 다 상대적이에요. 애들도 ‘공부’ ‘공부’ 하면서 키울 필요가 없어요. 공부 잘하는 사람들 모아놓으면, 그 안에서도 못하는 사람이 생겨요. 일도, 크게 키워서 대한민국 최고의 건설 회사를 만드는 것이 행복일 수 있지. 근데 아기자기하게 사는 것도 보람 있어요. 규모만으로 삶의 질을 결정할 순 없죠. 적절한 분배를 통해서 소규모로 같이 사는 것이요, 제도적으로 가야 할 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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