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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동 그리고 그림자 정해춘展
글 : 서진옥(글),진정석(사진) / seoball@lycos.co.kr,jin0101@hanmail.net
2014.01.01 14:12:34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들이 어느 순간 가슴으로 클로즈업 되어 떠오를 때가 있다.  이처럼 예술의 순간은 때로 무심하게 다가오지만, 그 결과가 가져다주는 파장은 늘 감격적이다.  때로는 단 10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우리가 몰랐던 세상을 발견할 때도 있다.  달콤한 사랑이 필요한 이 계절, 예술만큼 마음까지 따뜻한 남자 정해춘를 만났다.  새로운 예술의 창조를 끊임없이 갈망하는 그와의 시간은 유쾌함 그 자체였다.

 

찰나의 순간 그보다 멋진 예술은 없다

짧게는 30초, 길어야 3분.  그만큼이면 족하다.  주어진 시간이 짧을수록 긴장감과 몰입감은 높아진다.  미처 다 표현하지 못할지라도 그 시간을 헛되게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순간의 예술, 크로키.  신이 창조한 최고의 예술품 ‘인체’를 그려나가는 누드크로키의 특별한 전시 “율동 그리고 그림자” 정해춘 전시가 13일부터 22일까지 군산W갤러리에서 열렸다.

 

크로키는 자유로우나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이다.  원하는 선 하나를 얻기가 쉽지 않다.  짧은 시간에 승부하다 보니 선이나 인체 묘사에 대한 기본적인 훈련이 요구된다.  또한 순간의 포인트를 잡아내기 위해 직관으로 작업한다.  모델을 보고 원하는 장면을 바로 화폭에 옮기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훈련은 필수적이다.  그래서 내공을 쌓아가는 자신과의 싸움이 되기도 한다.

 


 

이번 정해춘 작가 전시에서 선보이는 크로키 작품은 한 포즈에 1~3분이 대부분이다.  3분이 넘으면 이미 크로키가 아닌 다른 드로잉이 된다.  그림을 표현하는 재료는 매우 다양한데 이는 작가의 역량으로 누가 정해주지도 또 강요하지도 않는다.  보통 한 작품을 완성까지 3분을 넘긴 적이 없다.  그중에는 1분 안에 완성된 것도 있고, 2~3분 안에 완성된 것들도 있다.

 

정해춘 작가는 주어진 시간을 찰나적인 수치로 나누는 것도 크로키 작업의 분업 과정이라 말한다.  그는 속필로 속도감을 나타내며, 때로는 한 호흡을 건너 쉬며 나오는 필(筆) 맛으로 선의 강약을 조절한다.  그렇게 윤곽이 이루어지며 형성된 여백의 구도는 아름답고 멋있는 채색으로 다이내믹한 느낌이 든다.  때로는 강렬한 먹 자체의 색깔과 희석된 중후한 배경색이 뜻밖의 유쾌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어떤 작품은 회화성을, 혹은 역동성을, 때론 리듬감을 강조하기도 한다.  단순해 보이는 크로키의 세계는 무한하다.  자신이 선호하는 모델을 표현하기에 적합할 것 같은, 그날 그 때의 기분에 따라서도 다양하고 엉뚱한 재료를 선택해 맘껏 화면에 그어대는 붓 끝에서는 그 세계가 자유롭게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한 번 어긋나면 두 번 다시 기회가 없기에 촌음을 아껴 순간순간 정신과 감정을 몰입하는 것만이 묘책이다.  드로잉은 모든 미술의 기초이면서 독립된 장르로, 묘사를 뛰어넘어 승화된 품격과 개성을 표현해내기 위해 많은 작가들이 노력하고 있다”

 

 


 

크로키, 그 속필의 또 다른 매력에 빠지다

크로키로 표현되는 작품에서 감(感)은 비슷하게 흉내 낼 수 있을지 몰라도 결코 동일한 작품은 나올 수 없다.  모델이라는 피사체에서 우리 인간의 신경에 충격 메시지로 도달하는 속도는 시속 300km로 그 속도의 감은 결코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크로키에서 가장 중요한 속필(速筆)이 맛인 탓이다.  정해춘 작가 스스로도 그 짧은 시간에 인간의 머리에 저장되어 있는 훈련된 많은 정보를 순간 정리하여 지각할 수 있다는 것에 매번 감탄을 한다고 한다.  작품의 결과가 좋고 나쁨을 떠나 인간이 가진 무한대의 경이로움 속에 속해 있다는 행복감, 뿌듯한 존재감을 느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기존의 관념이나 질서가 흔들리는 것을 두려워하고 참되지만 이상해 보이는 것보다 거짓되지만 그럴싸해 보이는 것을 더 좋아한다면. 작품의 결과물에서도 창의(創意)는 그러한 아이러니함에서 갈등하며 탄생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인터뷰와 촬영은 전시장에서 시작을 했다.  전시장 가득 선보이는 크로키 작품 역시 역동적이고, 화려하고, 아름답고, 뜨거운 열정과 혼신, 그리고 또 다른 세상을 보는 듯 긴 여운으로 전해진다.  때로는 짧은 만남의 시간 안에 서로가 몰랐던 또 다른 세상을 발견하듯 그의 힘 있는 열정도 함께했다.

 

정해춘

원광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 졸업

동 대학원 회화과 졸업

 

개인전 14회

전북도립미술관 개관초대- 전북미술의 조명전

대한민국 중심작가 초대전

한 • 중 정예작가 초대전

몸짓-Drawing의 현대적 모색전 등

 

2010전라미술상 수상

한국누드미술대상전, 전북미술대전, 벽골미술대전, 순천미술대전 운영 및 심사위원역임

목우회, 전미회, 노령회, 토색회, 전주누드크로키회, VISA회 회원

원강대, 전남대, 전주대, 우석대, 호원대, 원강보건대 강사 및 겸임교수 엮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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