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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과 사회사업’의 2중주
글 : 오성렬(자유기고가) / poi3275@naver.com
2013.11.01 17:06:27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외진 곳에서 ‘마음은 하나님께 손길은 이웃에게’를 실천하는 이들이 있다. 회현면 증석리에 자리한 ‘구세군 군산목양원’. 이곳은 지적장애인을 수용하는 복지 시설이다. 단지 수용을 넘어서 일상생활교육을 비롯한 교육재활사업과 의료재활사업 등을 통하여 건전한 심신의 회복을 도와 사회복귀나 적응 능력을 배양하는데 목적을 둔 학교로서의 역할도 함께 지닌 곳이다. 

 

약 150년 전, 영국의 감리교 개혁파 목사였던 윌리엄 부스(William Booth)에 의해 창설된 구세군은 단지 복음만 전하는 교회가 아니라 어려운 이웃에 대한 봉사와 헌신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을 기본 정신으로 하고 있다. 군산 신흥동에 설립된 후생학원이 구세군의 사회복지시설 1호라면, 1999년도에 증석초등학교 건물을 기증받아 개원한 목양원은 장애복지시설 1호로서 나이 18세~65세 미만의 발달장애인 60명 수용을 정원으로 하고 있으며 현재 52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지난 2010년도, 제 5대 원장으로 부임한 이종범(61) 사관은 경기도 포천 태생으로서 청년기 때 구세군 신앙에 심취되어 40여 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외모부터가 무척 조용하면서도 검소해 보인다.  이 원장은 원내 시설을 요모조모 안내하면서 운영 실태 전반에 관한 설명을 덧붙여 주었는데 모든 시설이 정갈하게 유지 관리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이나 생김새도 제각각인 수용자들(남30/여22명)의 표정이 하나같이 밝고 명랑해 보인 점이 놀라웠다. 그것은 힘든 여건에서도 원장 포함 28명의 직원들이 이웃사랑이라는 구세군신앙으로 화합과 결속을 이룸으로써 얻어낸 결과물이 아닐 수 없다 하겠다.

 

시설 환경은 원래 학교 건물이어선지 약 2,400여 평의 부지에 본관, 별관 합하여 건평만도 550여 평에 이를 만큼 규모도 컸고, 남·여 따로 된 생활관과 욕실을 비롯해서 공동시설인 주방, 의무실, 미용실, 체력단련실,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넓은 이벤트 실에다가 잔디가 잘 조성된 축구장까지 여타 장애인시설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었다. 또한 부락과는 멀리 떨어진 들판이어서 민원의 소지가 없을뿐더러 거침새 하나 없이 툭 트인 시야도 넉넉한 심성을 갖게 해주는 또 다른 요소일 듯싶었다.

 

이곳의 입소 대상은 국민기초생활수급자를 비롯해서 지적(발달)장애등급을 받은 자 중 법정전염병이나 정신병 판정을 받은 적이 없고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하며, 입소 전 지적장애인 본인 상담과 부모· 가족 상담을 거친다. 또한 상시 수용 외에 통원 수용, 단 하루나 며칠 동안의 단기 수용 등 다양한 형태로 시설을 이용할 수도 있는데 현재 그 인원만도 20여 명에 이르고 있어 전체적으로 보면 매일 70~80명 선이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목양원의 사회재활프로그램(9월 기준)을 보면 아침6시에 기상하여 저녁 9시에 일과를 마감하며, 월요일엔 심리치료와 함께 국어 교육, 노래배우기, 가사활동, 화요일엔 수학 교육 및 건강 체조, 그리고 대중교통이나 대중문화시설 이용을 통한 사회 적응훈련을, 수요일엔 축구 및 실내 운동과 노래방, 개인 위생관리 요령 등을 익히고, 목요일엔 심리치료와 국어 교육 외에 동요 배우기와 동아리활동, 금요일엔 수학 교육과 체육활동, 가사나 요리활동을 비롯해서 입주민 자치회의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주말은 신체발달 차원에서의 자유 시간으로 많이 채워지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운영은 대부분 외부 강사나 자원봉사로 이루어지거니와 기쁨과 보람으로 기꺼이 동참해주는 지원자들도 늘고 있다. 

 

 


 

의무실을 지키고 있는 채무늬 간호사는 자신에게 주어진 목양원 가족의 건강돌보미 역할이 때로 힘든 순간도 없지 않지만 그보다 즐거운 마음이 앞서기에 하루하루 행복할 때가 더 많다고 말한다. 환자가 발생하면 가벼운 정도는 의무실에서 해결하지만 상태가 심한 경우에는 직접 시내 병원으로 후송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한다. 또한 보건소나 개인 의료 기관에서 각 분야별 정기적으로 의료진이 방문하여 자원봉사 차원의 진료를 해주기도 하는데 목양원 가족들에게는 하나같이 고마운 분들이 아닐 수 없다 하겠다. 

 

그렇다면 이곳의 운영은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 걸까. 이 원장에 따르면 한 해 예산만도 약 12억 원에 이른다는데 이 중 국비 지원액이 50% 정도이고 그 밖에 시, 도 지원금, 법인보조금, 그리고 약 6천여 만 원의 후원금과 수용자 가족 부담금 등으로 충당되며 일반 시민들이 기증해주는 후원물품도 있다 한다. 언제부턴가 종교인이 운영하는 전국의 사회복지시설에서 심심찮게 보조금 횡령이나 수용자 학대 등의 사고로 물의를 빚는 현실을 대하며 이 원장은 개탄을 마지않고 있는데 그러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모든 예산은 철저히 투명하게 집행하며 공개한다. 다만 이곳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처우가 일반적인 직장에 비해 낮은 수준이어서 이 점이 안타깝다는 말도 잊지 않는데 그러나 단지 보수보다는 원래가 기독교적인 깊은 신앙심에 바탕 한 헌신과 배려심이 그들을 이곳에 있게 하는 원천일 거라는 생각도 해본다.

 

금년 봄, 목양원 가족들(수용자)이 처음으로 2박3일 제주도 나들이를 했던 순간을 그들은 영원히 잊지 못할 듯하다. 선생님들, 자원봉사자들까지 약 90명이 함께 한 이 여행은 난생 처음 타보는 비행기가 무서우면서도 신이 났거니와 제주도에서의 온갖 낯설고 신기한 볼거리들은 두고두고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여행에서 돌아와 쓴 감상문들은 비록 문체는 서툴다 해도 거짓 없는 순수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원장 역시 목양원 가족들의 무척이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더없이 흐뭇했던 그 여행이 평생 잊히지 않을 거라며 그들이 언젠가 정상인의 모습을 갖춰 사회복귀를 하게 되는 날까지 자신은 물론 관계 직원 모두 최선을 다 하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하고 있단다.  

 

 


 

지적(발달)장애 특징 중의 하나는 나이와 상관없는 천진난만함이다. 어떤 이유에선지 두뇌 발달이 어린아이 적 상태로 정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산적일 수 없기에 본능적이며 순박하다. 좋으면 웃고 싫으면 거부하며 아프면 운다. 이기심과 탐욕으로 날이 지고 새는 오늘의 세상과 격리당하여 보호받고 있는 그들이 과연 언제까지 때 묻지 않은 그 순수함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 오히려 거꾸로 걱정도 든다. 필자가 방문했던 날 잔디운동장에서 단체 기념사진을 찍을 때에는 나이가 어리든 많든 모두가 다가와 웃음 가득 담긴 인사를 수줍게 던지고 즐거워하며 앞 다퉈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해주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밝고 명랑한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천사는 저들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구세군 군산목양원

군산시 회현면 증석리 58-8

(후원 및 자원봉사 문의)

063)466-6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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