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 나포면 십자들녘이 온통 황금빛 물결이다. 금강 담수호 둑길을 따라 개설된 도로변에는 만개한 코스모스 군단이 바람에 하늘거리며 깊어가는 가을을 노래한다. 10월은 상달로 하늘은 높아지고 말은 살찌는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했는데, 알알이 익어가는 벼들은 풍요 그 자체다. 보는 것만으로 배가 불러온다. 이곳 십자들녘에서 수확한 쌀은 단백질 함량 6.5% 이하 최고품질의 ‘철새도래지 쌀’로 군산의 대표브랜드이기도 하다.
자료에 의하면 2007년 수출길에 올랐던 군산 쌀은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최근까지 영국, 호주, 러시아 등 24개국에 걸쳐 1800t을 수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양으로 군산은 쌀 수출의 메카로 그 명성을 유지해 가고 있다. 2013년산 쌀 수출도 500t을 목표로 하고 있단다. 이 모두가 농부들이 여름내 흘린 ‘땀의 결실’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올해도 풍년을 예고하고 있다 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추수철을 앞둔 이때쯤이면 들녘에서 바빠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새를 쫓는 허수아비 아저씨들이다. 또 있다. 지난 9월 11일 서포리에 있는 식당(들꽃내음)에서 첫 모임을 갖고 8명으로 출범한 ‘나포 슬로시티 소식지’(준비위원장 노철희) 주민기자단이다. 마을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참신하고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줄 이들을 달리 표현하면 뉴스게릴라들. 지역발전에 관심이 많은 40~60대 나포주민으로 구성됐다.
‘슬로시티’(Slowcity)는 느림의 삶을 추구하는 국제운동
노철희 위원장은 ‘슬로시티’에 대해 “공해 없는 자연 속에서 전통문화와 자연을 보호하며 자유로운 옛 농경시대로 돌아가자는 느림의 삶을 추구하는 국제운동”이라고 말한다. 노 위원장은 “기존의 농촌 개발 사업이나 주민 숙원사업과 같이 관 주도로 건물을 짓거나 생활환경을 정리하는 사업이 아니라 주민이 생활 속에서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스스로 실천해나가는 주민운동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북형 슬로시티’에 대해서도 부연했다.
“한마디로 삶의 방식을 바꾸는 면(읍) 만들기 공동체 사업입니다. 지역 고유의 자원·문화 등을 활용한 슬로푸드, 슬로산업, 슬로투어, 슬로공동체 구성을 통해 ‘살기 좋은 슬로시티 전라북도’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사업이죠. 8월 말 현재 전북 13개 시군에 1개 면(읍)이 예비지구로 선정됐으며, 후반기에 본 지구로 지정되면, 앞으로 3년간 지원을 받습니다. 군산에서는 지난 6월 ‘나포면’이 최종 선정되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요. 나포 슬로시티 소식지도 전북형 슬로시티 사업의 하나로 창간호는 10월 중순경 발행될 예정입니다.”
“나포는 청정지역이고, 빨래를 햇볕에 말릴 수 있어 좋아요!”
주민 기자 8명 중 60대 부부가 함께 참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김영기(65), 송현정(63) 부부. 남편은 금융계, 아내는 교사 출신으로 노후를 자연과 더불어 지내려고 10년 전 귀농했다 한다. 김씨는 “사계절 변화를 하루하루 피부로 느낄 수 있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정서에도 좋다”고 답했다. 송씨는 “아파트와 달리 빨래를 빨랫줄에 걸어놓고 햇볕에 말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나포초등학교에서 근무한 적도 있다는 송씨는 “사람도 만나고, 사진도 찍으면서 청정지역인 나포에 대해 배우고 널리 알리고 싶어 자청했다”고 덧붙였다.
편집을 맡은 전종민 간사는 타블로이드판 8면으로 발행될 나포 슬로시티 소식지 창간호는 슬로시티협의회 소식을 비롯해 나포면 행사소식, 나포면 주민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현안 칼럼, 이달의 인물, 사진 속의 나포 이야기, 우리 마을 자랑, 농사 이야기, 학교 이야기, 건강 이야기 나포 작은 도서관에서 추천하는 도서, 초대 시(詩), 업체 및 기관 소개 등으로 꾸며진다고 소개한다.
주민설명회 여덟 차례, 다양한 의견 쏟아져
지난 6월 예비지구로 선정되고 주민기자단 모집과 함께 여덟 번의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나포면 평균 연령은 60~70대로 면민 대부분 노인이다. 그럼에도 참석률이 가장 높았던 날은 신방마을 주민설명회(9월 15일)로 주민 25명 중 22명이 참석했다. 참석률만큼 열기도 뜨거웠다. 주민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을 듣고 자신의 의견도 개진했다. 전 간사는 “안내방송 마이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하소연에서 마을 대표 작물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 어래산성과 공주산 전설을 하나로 묶으면 좋겠다는 의견, 이번에도 끼리끼리 해먹고 마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까지 다양한 의견을 청취할 수 있었다.”며 주민기자단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1,00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만큼이나 많은 유물과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공주산을 예로 들었다. 정상에 오르면 충남과 금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공주산은 마을주민 60여 명의 공동소유로 되어 있다고 한다. 더구나 생존해 있는 소유주는 9명뿐이고 50여 명은 자녀들에게 소유권이 넘어간 상태여서 새롭게 가꿔보고 싶어도 도장을 일일이 받으러 다닐 엄두가 나지 않아 포기한다는 주민들 얘기를 듣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는 것. 전 간사는 “지혜와 힘을 모아 원주민(토박이)과 이주민(귀농인)이 화합하고 상생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주민들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것도 나포 슬로시티 소식지가 풀어가야 할 숙제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나포슬로시티 사무실
군산시 나포면 옥곤리 나포면사무소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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