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운동 현대2차 아파트 건너편에 위치한 제과점 ‘베이커·리(Baker·Lee)’건물 맨 꼭대기(6층)엔 이색 음악 공간이 있다. 이름 하여 ‘무지개 소리’라는 여성 기타 합주단의 연습실. 명칭이 암시하듯 7명의 아줌마들로 구성된 기타 동아리로서 나이 55세부터 62세까지 원숙미가 돋보이면서도 모두가 가톨릭 신자라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무지개 소리가 처음 결성된 것은 12년 전인 지난 2001년도. 최초 4명이서 노래를 통한 취미 공유와 이웃 봉사를 실천해보자는 취지로 의기투합되어 ‘무지개 기타반’이라는 이름으로 동아리 활동을 시작한 것인데, 5년 전 7명의 단원이 확충됨에 따라 당시 회장이던 심재신(62)씨의 제의로 ‘무지개 소리’로 명칭을 바꾸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일곱 색깔을 지닌 무지개가 그만큼이나 제각각의 다른 음색으로 동일체를 이루고 있는 7명의 단원을 상징한다는 것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
올해 들어 새롭게 회장직을 맡고 있는 신현숙(61)씨는 가톨릭 평화신문 기자로도 활동하고 있는 여성으로서 전임 심재신 회장의 뒤를 이어 동아리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겸손이 담긴 환한 웃음을 보이는데 총무인 김성자(55)씨, 악보 및 선곡을 담당하는 정영숙(58)씨와 더불어 열정적으로 팀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고, 직전 회장으로서 유일하게 베이스기타를 맡고 있는 심재신 씨의 경우는 오랜 미국 생활 때문인지 풍부한 성량에 팝과 재즈에 능하기도 하지만 성격도 활달하여 팀의 맏언니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 소유 건물에 연습 공간을 마련해준 베이커·리 이인호 사장의 부인이기도 한 송영옥(58)씨에게는 단원들 모두 고마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는데, 사실 도심에서 이만한 연습실을 마련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어서 공감이 컸거니와 틈틈이 맛있는 빵으로 간식도 챙겨줘 단원들 모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한마음 한목소리로 연습하는 광경은 보는 사람 마음까지도 행복에 젖게 해주고 있었다.
그녀들은 성당에서의 활동 말고도 시간이 날 때마다 사회복지시설이나 요양원, 의료원, 노인대학, 교도소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듣고 싶어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힘들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즐거움과 위안을 주고 있는데 살면서 이때처럼 보람과 행복이 느껴지는 순간이 없다면서 밝게 웃는 모습이 마치 친자매들 이상으로 다정해 보인다. 또한 하나같이 남편을 비롯하여 가족들의 응원도 보이지 않는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녀들이 즐겨 부르는 레퍼토리들이 궁금하여 앞에 놓인 악보집을 슬쩍 넘겨보니 ‘당신만을 사랑해’ ‘사노라면’ ‘가을사랑’ ‘사람들’ ‘내가 만일’ 등등 대체로 잔잔한 곡들을 비롯해서 ‘오빠생각’ ‘섬집아기’같은 동요도 눈에 띄는데 아무래도 여성들이어선지 노랫말이 순수하고 감성적인 곡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노인대학 등 나이 드신 분들은 귀에 익은 이미자 노래 등 옛 가수들의 ‘뽕짝’을 불러드려야 흥겨워 한다는 심재신 씨의 웃음어린 귀띔도 있었다.
삶이 풍요로워지고 여가가 늘면서 저마다의 취미활동도 다양해졌으나 그 중에서도 노래는 자신도 즐겁지만 그 누군가에게 기쁨을 준다는 의미에서 특별함이 있다. 또한 노래를 즐기는 사람은 심신이 안정되고 엔돌핀이 증가하여 건강에도 도움이 됨으로써 치매 예방에도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구나 같은 뜻을 공유하는 사람들과의 사귐으로 인하여 인간관계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은 덤으로 얻는 행복이기도 할 터다. 희망과 신비로움의 상징이기도 한 무지개만큼이나 ‘무지개 소리’가 더욱 소외된 지역사회 곳곳을 찾아 외로운 이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영롱한 빛을 발하는 멋진 동아리로 시민들에게 오래토록 다가가기를 기원해 본다. *
무지개 소리
연습실/나운동 816-3
BAKER·LEE 6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