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운동 주공4차아파트 건너편 4층 건물. 1층에 ‘사랑가정의학과’라는 의원이 있고 그 위층에 ‘Music 4U’ (뮤직포유) 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그 간판은 길 건너편에서 보면 가로수에 가리기도 하지만 세로로 쓴 영문 글씨라서 그다지 눈에 잘 들어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곳은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좀 특별한 업소다.
그 곳에 들어서면 우선 구수한 원두커피의 향이 귀에 익은 클래식음악과 함께 실내에 가득하다. 약 50여 평 남짓한 공간 안쪽 전면의 작은 무대 위로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고 그 아래쪽으로 제법 투자 좀 했을법한 고급스러운 오디오 장비들, 그리고 피아노와 기타 등의 악기가 비치되어 있는 걸로 보아 얼핏 보기에도 이곳이 음악을 연주하는 곳임을 느끼게 해준다. 이곳에서는 매월 첫째 주 토요일에 영화를 상영하며, 셋째 주 토요일에는 음악회를 연다. 영화는 작품성 있는 외화 위주로, 음악회는 1, 2부로 나눠 1부에서는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연주 실황을 영상으로 감상하고, 2부에서는 당일 초대된 뮤지션들이 무대에 올라 즉석 연주를 들려준다. 이렇게 한 달에 한 번씩 연 음악회가 지난 6월로 100회째를 맞았으니 어림잡아도 8년이 지났음을 알 수 있다. 그 동안 이곳을 다녀간 성악가만 해도 메조소프라노 백남옥을 비롯, 전북대 출신으로 루마니아 보토샤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인 강민석 등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다.
이곳이 특별하다고 하는 이유는 영화나 음악회에 오는 손님들 모두에게 입장료는커녕 오히려 간단한 식사와 맛 좋은 커피까지 모두 무료로 제공된다는 점이다. 그런가하면 멋진 음악들만을 선별하여 손수 구운 CD를 정성스레 케이스에 담아 일일이 나누어 주기도 한다. 이 일을 지난 8년 동안 참으로 집요하고 고집스럽게 계속하고 있는 Music4U의 강석종 사장님(73)은 그래서 좀 유별난 분으로 회자되기도 한다. 단지 음악만 제공해주는 ‘Music 4U’ 를 넘어서 사장님의 넉넉한 인심까지 제공 받는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에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놀라워한다.
아직은 문화적 토양이나 저변이 취약한 군산에서 이렇듯 자신의 개인적 잇속보다는 지역의 문화발전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분이 있다는 것은 군산의 자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말은 쉽지만 결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곳을 찾는 손님들 중에는 익산, 전주, 서천, 멀리는 서울, 대전에서까지 오는 분도 있다. 한결같이 찾아주는 고객들은 거의 40대 이후의 원숙한 연령층을 이루고 있고, 교수, 시인, 의사, 전문직, 자영업, 공직자 등 직업도 다양한데 다만 이곳의 분위기와 음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 하나로 자연스럽게 친교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그 들 중에서도 음악적 취미와 재능이 있는 사람들로 자연스레 ‘포유가족‘ 이라는 동아리가 만들어져 이들은 매주 금요일 저녁시간에 모여 연습을 하며 외부 행사가 있을 때면 무대에 서기도 한다. 피아노나 기타, 색소폰 외 어떤 것이든 악기를 연주 할 줄 알거나 노래에 소질을 보이는 사람은 이곳의 운영 취지와 분위기를 이해하고 열심히 동참할 의향이 있으면 성별과 연령 제한 없이 누구라도 ’포유가족‘이 될 수 있다. 또한 이곳이 클래식만 감상하는 곳이라는 일부 소문과 달리 동호인끼리는 팝송이나 발라드 가요곡 등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01_사회와 음악 해설 중인 강문주씨 02_뮤직포유 음악실 내부 03_관람중인 손님들 모습 04_군산대 김성천 교수
강 사장님의 따님이자 ‘사랑가정의학과’ 원장인 강상희씨가 아버지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작 강사장님이나 따님 모두 자신들의 이름이 알려지는 것에 대해 손사래를 치며 겸손해 하고 있으며, 특히 강사장님은 ‘Music4U’가 비록 자신이 만든 공간이기는 하지만 이곳을 찾는 모든 애호가의 것이라며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아무쪼록 지난 8월 20일 102회를 넘긴 ‘Music4U’의 음악회가 200회, 300회 계속되면서 군산시민, 나아가서는 전라북도민 모두의 문화적 감성과 정서를 풍요롭게 하는 생동감 넘치는 공간으로 더욱 사랑받고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