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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향(藝鄕) 군산, 연극을 품에 안다
글 : 이연희(객원기자) / hbday-@hanmail.net
2013.03.01 14:51:38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2014년 군산시가 전국 연극인들의 무대가 된다.  전북 군산과 전남 여수, 제주도가 3파전을 벌였던 ‘2014년 전국연극제’ 개최지가 군산으로 확정됐기 때문이다.  ‘군산에서 전국연극제를 한다고?’라며 혹자는 의외라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군산은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이르기까지 연극의 전성기를 맞으며 그 위상을 자랑해왔다.  군산의 연극과 30여 년을 함께 해 온 전 한국연극협회 군산지부장이자, 전국연극제 추진위원회 사무총괄을 담당하고 있는 김영철(55) 씨에게 군산 연극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전국연극제는 연극인들의 창작 의욕을 고취하고 연극의 발전을 목적으로 1983년에 시작해 서울을 제외한 15개 시·도에서 지역 예선을 거친 대표 극단들이 무대를 꾸리는 연극인들의 대축제다.  전국연극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한국연극협회가 공동 주최하며 유일하게 대통령상이 수여되는 권위 있는 행사다.  올해 전국연극제는 군에서는 최초로 충남 예산군과 홍성군에서 열리며 이어 군산에서 열리는 전국연극제는 지난 2002년 전주에서 개최된 후 전북 도내에서는 10여 년 만의 유치다.

 

전북…전국연극제 최우수상 5회 수상,지역연극의 보고(寶庫)

기본 인프라가 미약한 군산시, 전국연극제 유치 준비는 어땠을까.  “2년이라는 긴 준비기간이 있었습니다.  많은 이들의 노력과 지지가 유치 성공의 뒷받침이 되었죠.  그 과정 가운데 어려움도 있었지만, 올해 개관하는 예술의전당과 새만금 아리울 아트홀 등을 강조해 유치까지 이끌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전북은 전국연극제 최우수상을 5회 수상한 실적을 가진 수준 높은 지역연극의 보고(寶庫)다.

 

이번 군산시의 전국연극제 유치는 그동안 전북의 연극인들이 쌓아온 실력과 오랜 유치 염원이 일궈낸 성과라고도 볼 수 있다.  전국연극제는 내년 6월 10일부터 24일까지 25일간 군산예술의전당을 중심으로 군산시 및 새만금 일원에서 진행된다.  연극경연뿐 아니라 대학, 청소년, 어린이팀 공연과 거리 악극 및 문화행사를 포함해 120여 회의 공연이 펼쳐져 이목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살짝 연극제 행사의 기획을 들여다보니… 

이뿐 아니라 연극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포럼, 학술 세미나 등의 부대행사가 준비 중에 있어 다채로운 주제로 연극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  연극제 기간에 2천여 명의 연극인과 2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전북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군산 및 새만금 지역에서 열리는 대규모 연극제로 새만금일대를 널리 알리는 계기를 마련할 뿐만 아니라 공연예술 활성화를 기대해 볼 만하다.  물과 불꽃의 만남을 통해 전국연극제가 소통의 축제임을 알리는 ‘불꽃놀이’ 전야제를 시작으로 본 행사 ‘광대, 그대 한 판 놀자’가 열린다. 

 

또 연극작품의 일일 배우가 되는 체험 프로그램 ‘스포트라이트’, 특정 상황을 제시하고 이를 순발력 있게 연기해 보는 시민 참여 프로그램 ‘연극의 달인’ 등 다양한 체험 행사도 기획 중이다.  특히, 새만금방조제 길이가 33km인 점에서 착안한 시민이 즉흥에서 참가할 수 있는 ‘3분 30초 연극제’, 물의 도시에 걸맞게 물을 주제로 한 공연물 ‘미라클 워터’ 등 군산지역 특색을 살린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폐막작에는 연극의 미래 ‘분자 아트’로 마무리될 전국연극제는 그 기획만 봐도 벌써 연극을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이달부터는 전국연극제를 추진하기 위해 T/F팀을 구성해 군산연극협회가 주축이 돼 전라북도 문화예술과, 연극협회 전라북도지회, 군산시청 등이 함께 준비에 나선다.  오는 4월 자료조사를 시작으로 10월에는 본격적으로 유치준비위원회 사무실을 운영할 계획이다. 내년 2월부터 6개월 정도는 행사준비에 만전을 기울이게 된다.

 

 


 

1980년대, 군산의 화려한 연극사 시작

전국연극제 유치를 일궈낸 군산의 연극사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대는 군산 연극의 르네상스 시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군산에 처음으로 1984년도 2월에 ‘동인무대’가 창단됐고, 이듬해 ‘갯터’가 창단됐습니다.  동인아트홀은 1991년 창단한 소극장으로 전라북도에서는 몇 안 되는 소극장 중 하나였습니다.”  군산 최초 소극장은 동인아트홀 무대다. 이 무대에는 ‘에쿠우스(EQUUS)’란 대표적인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강태기, 송승환, 최재성, 최민식, 조재현 등 유명배우이 실제로 이 작품의 ‘앨런’역을 맡아 연기해 인정받기도 했다. 

  

그 역시도 ‘동인무대’와 ‘갯터’의 시작을 함께한 군산연극사의 산증인이다.  ‘갯터’에서 ‘신의 아그네스’라는 작품의 기획 제작에 조력했다.  이후 그는 뮤지컬 ‘진포대첩’의 희곡을 직접 썼고, 300여 명을 캐스팅 한 마당극 ‘진포대첩’의 공동연출, 남녀배우가 삭발투혼을 벌이며 행위예술로 표현한 ‘햄릿머신’의 연출도 맡았다.  극단뿐 아니라 한국연극협회 지부장, 한국예술총연합회 군산지부 사무국장 등을 거치면서 군산의 문화예술의 큰 획을 그은 군산 최초 퍼포먼스 그룹 ‘제4문화’ 창단에도 함께했다. 

 

 

 

그가 한국예술총연합회 군산지부의 사무국장 등을 지내면서 기획한 1996년부터 지금까지 열리는 ‘청소년예술제’, 현재 새만금 축제에 흡수된 ‘벚꽃축제’ 등은 군산의 중요한 문화예술행사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1994년 창단해 2002년까지 이어온 제4문화가 저에게 많은 기억에 남습니다.  주로 자연을 주제로 한 환경 고발성 퍼포먼스를 했습니다.  그 초대 작품이 '겨울을 훔친 사람들'이라는 작품이었어요.  제4문화의 의미는 재즈하는 사람도 퍼포먼스를 하고, 무용하는 사람이 시를 쓰기도 하는 이런 식의 장르의 기득권을 허무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다소 생소한 장르를 선보이니 정치적으로 예민한 부분을 떠올려서인지 경찰서에서도 왜 하필 제4문화냐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 적도 있었어요(웃음)."

 

이후 군산에서는 ‘사람세상’, ‘녀자’, ‘둥당애’, ‘백토’ 등 극단이 창단됐다.  요즘은 뮤지컬을 많이 따르는 추세이며, 뮤지컬의 상업화가 더 앞서다 보니 정통연극과 이분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그러나 진짜 연극의 맛은 정통연극에서 우러나는 법이다.  그는 아직도 많이 군산의 열악한 현실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연극인재는 있어도 이를 수용할 만한 여건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군산시의 부족한 인프라는 유능한 연극인을 대도시로 떠나보내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군산에는 시립교향악단과 시립합창단뿐 아니라 앞으로 시립극단, 시립국악단의 개설로 지역문화예술의 기반 조성과 발전이 함께 이뤄졌으면 합니다.”  그의 바람대로 군산이 연극과 문화예술의 변화를 일으킬 날갯짓을 시작했다.

 

전주소리문화의전당이 생기면서 2002년 전주시는 전국연극제를 유치했고, 괄목할 만한 성공을 이끌었다는 평을 받았다.  그 뒤로 전주의 연극문화 활성화는 물론, 시립극단 창단도 자연스레 이뤄졌다.  이처럼 전주시의 전국연극제 유치 선례는 군산 연극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  새로운 전기를 맞은 군산 연극, 그리고 군산은 진정한 예향으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사)한국연극협회 군산지부 (동인무대)

군산시 삼학동 298-3 / (063)445-8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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