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3일 저녁 6시 30분. 군산청소년수련관 청소년운영위원실에 나이도 성별도 학교도 다른 10명의 고등학생이 모였다. 군산지역 고등학교 학생회 연합 ‘이클립스’의 대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각 학교의 대표들이 모인 이클립스 대표회의는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우아했다. 학생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존칭을 사용했고 자신과 다른 의견도 경청하며 대안을 제시했다. 십대 후반의 학생들이 진행하는 회의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2009년 창단한 군산지역 고등학교 학생회 연합 이클립스는 군산지역 8개 고등학교(군산고등학교, 군산남고등학교, 군산여자고등학교, 군산여자상업고등학교, 군산영광여자고등학교, 군산제일고등학교, 군산중앙고등학교, 군산중앙여자고등학교) 학생회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활동하는 인원은 70여명 정도다.
‘이클립스’는 개기일식이라는 의미의 영단어 ‘Eclipse’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해와 달이 하나 되는 개기일식처럼 군산지역 청소년들이 하나로 모여 지역사회와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그 의미처럼 이클립스는 창단 이래 지역사회 내에서 청소년을 주제로 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청소년 문화행사, 기부활동 등에 참여해 왔다.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청소년 인권을 위한 설문 조사 및 토론회 개최, 18세 참정권 활동, 공정무역 캠페인, 교육감의 공정한 선거를 위한 메니페스토 활동(개인이나 단체가 대중에 대하여 확고한 정치적 의도와 견해를 밝히는 것으로 연설이나 문서의 형태이다. 종종 비정치적인 분야에서 자신의 주장과 견해를 분명히 밝히는 때에도 사용된다-출처:위키백과), 교육감과의 간담회, 군산시청소년문화존 부스 운영, 리더십 캠프 주최, 사각지대 청소년을 위한 멘토링 학습 및 기부 활동, 푸르메재단 기부 활동 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청소년 인권을 위한 설문 조사 및 토론회 개최’는 이클립스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활동 중 하나다. 지금까지 이클립스는 지역사회 안에서 학교 폭력, 학생인권조례, 청소년 성 문제, 청소년 문화 활동 부족 등에 대한 논의를 발전시켜 왔다. “우선 설문을 통해 청소년들이 주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실태 조사를 하고요. 이후에 설문 내용을 바탕으로 토론회를 열었어요.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고 그 대안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죠.”
이클립스는 매년 여름과 겨울에 1박2일 일정으로 ‘리더십 캠프’를 열고 있다. 이클립스 회원들이 직접 기획부터 운영까지 전 과정을 맡아 진행한다. ‘리더십 캠프’의 프로그램은 크게 지역사회 인사 초청강의와 토론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지난해에는 전주지방검찰청 군산지청의 서민주 검사님께서 강의를 해 주셨고요. 올해는 최인정 군산시의원님께서 청소년 리더십을 주제로 이야기를 해 주셨어요. 강의가 끝난 후에는 배운 내용을 이클립스와 접목하는 부분에 대해 토론을 진행했고요.”
청소년 문화 분야에서도 이클립스의 활동은 활발하다. ‘군산시청소년문화존’ 부스 운영은 그 대표적인 예다. ‘군산시청소년문화존’은 군산청소년수련관, 군산시청소년문화의집, 진포문화예술원이 주최하고 군산시, 전라북도, 여성가족부가 후원하는 군산지역 청소년문화축제다. 이클립스는 지난해 ‘군산시청소년문화존’에서 우수동아리상을 수상했다. “청소년문화존에 참여해서 저희가 진행하는 캠페인도 알리고요. 먹거리 판매와 게임 운영을 해서 조성된 기금으로 기부를 하고 있어요.”
이클립스는 사각지대 청소년을 위한 헌책바자회와 쌀 모으기 및 떡 판매를 통한 푸르메재단 기부활동 등도 진행했다. “푸르메재단은 기금을 조성해서 장애 아동들을 위한 어린이재활병원을 건립하는 곳인데요.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짓는데 저희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기부를 하게 됐어요. 현재 짓고 있는 어린이재활병원에 이클립스의 이름이 새겨질 예정인데요. 저희에게도 무척 큰 의미가 될 것 같아요.”
지금까지 이클립스가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지속해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클립스 회원들은 가장 먼저 ‘의지’를 꼽는다. “저희가 입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시간을 내서 활동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아요. 하지만 계속 하다보니까 활동에 대한 책임감도 생기고 자부심도 느껴지더라고요. 각 학교 학생회 학생들 중에서 하고 싶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것 같아요.”
최근 이클립스 회원들은 2013년 운영 계획 준비에 한창이다. 올해에는 기존의 인원을 기획팀, 활동기록팀, 홍보팀 등으로 나누어 단체로서의 체계를 갖추어 나갈 예정이다. 이클립스는 현재 연계기관인 군산청소년수련관에서 장소와 담당 지도사 등의 지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운영비는 학생들이 1년에 2회 5000원씩 내는 회비가 전부다. 재정적 문제로 인해 활동에 많은 제약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이클립스 회원들은 씩씩하다. “작년에도 그래서 허리띠를 엄청 졸라맸었거든요(웃음). 조금 힘들긴 하겠지만 최선을 다해 봐야죠.”
이클립스 회원들은 앞으로 군산지역 내에서 ‘청소년 단체’로 자리매김 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지역사회 안에서 청소년의 권리를 이야기하고 다양한 활동을 이끌어 내고자 하는 이클립스의 목표의식을 짐작할 수 있다. “저희가 바라는 것은 단 한가지예요. 군산지역 학생들이 모두 모여 함께 활동하는 것이죠. 아직 참여하지 않고 있는 학교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희 취지에 동감하신다면 함께 참여해 주셨으면 해요. 저희들은 언제든지 환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