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립예술단(시립교향악단/시립합창단)이 오늘날 국내 어느 예술단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면모와 수준을 갖추고 시민들의 사랑을 받게 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후원의 열정을 쏟는 사람들이 있다. 이름 하여 ‘사랑회’. 군산시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하는 최고의 순수 민간 후원단체를 자임하는 조직이다. 시립예술단과 사랑회의 열애는 어느덧 10년의 세월을 안고 있다. 하지만 긴 세월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에게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이들의 관계가 적이 수상하다. 그 대답을 ‘사랑회’ 회장 고선풍 군산대 명예교수, 자문위원장인 고기점 리츠프라자호텔 회장, 운영위원장인 강윤필 새만금물류 대표를 통해 들어본다.
맥군_ 만나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특별한 순서 없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나눴으면 합니다. ‘사랑회’는 언제 어떤 계기로 발족하게 되었나요.
고선풍_ 지금부터 10년 전인 2003년도에 당시 강근호 시장의 사모님께서 군산시립교향악단의 여러 가지 여건이 열악하니 뜻 있는 시민들로 후원 단체를 만들어 힘을 보태면 어떻겠느냐는 제의를 해서 태동하게 되었고 초기에는 모두 여성들로만 구성했는데 당시 이 외과 사모님(김인숙 작고)과 고기점 회장님께서 주도적 역할을 하셨습니다. 저도 권유를 받아 참여하게 되었고요. 그러다가 2007년도 경부터 활동이 소원해졌습니다. 그래서 시향뿐만이 아니고 시립합창단까지 포함해서 후원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고 남성 회원의 확충 필요성이 거론되어 많은 남성 회원도 참여함으로서 새롭게 진용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맥군_ 사랑회의 발족 취지나 역할은?
고선풍_ 사랑회는 2009년도 5월 9일 은파 물빛다리 무대에서 가졌던 군산예술단의 ‘열린 음악회’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출범하였는데 당시 회원은 100명 정도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시립예술단원들의 보수가 아주 적었고 공연 시 빈자리도 많았을 뿐만 아니라 관람 수준도 낮아 안팎으로 제반 상황이 좋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그래서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후원금 모금과 함께 공연 시에는 빈자리도 채워주고 관람 문화도 선도해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하게 된 것입니다. 이후 1년에 두 번 예술단 단원들과 정례 회동을 갖고 있는데 하절기엔 ‘리츠프라자’호텔에서, 동절기엔 ‘궁전예식장’에서 후원행사를 열고 있습니다.
맥군_ 저도 4~5년 전부터 시립교향악단이나 합창단의 공연이 있을 때면 거의 빠짐없이 가는 편인데 우리 군산의 예술단 실력과 수준이 생각했던 것보다 높아 놀랐고 국내 어느 예술단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없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관객 수준도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나아진 편이었고요.
강윤필_ 초기엔 관객들의 관람 문화도 지금에 비해선 상당히 뒤떨어진 편이었습니다. 특히 공연장에서 어린 학생들이 떠들기도 했고 그래서 저희 회원들이 빈자리를 채우는 일에서부터 그런 장내 무질서를 바로 잡는 일도 자진해서 했습니다. 지금은 군산 공단에 입주한 대기업들, 예컨대 현대중공업이나 세아베스틸 사원들도 회원으로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는데 그들이 처음 가졌던 생각은 대도시는 공연문화가 많이 발달해 있으나 군산은 워낙 조그만 중소 도시여서 수준도 낮을 것이라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시향이나 합창단의 공연을 보고 난 뒤 의외로 규모나 수준이 대단한 것에 놀랐다고 합니다. 그래서 기꺼이 그분들도 사랑회에 동참하게 되었고 사랑회의 역할이 크다는 것에 감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고선풍_ 이러한 오늘이 있기까지 고기점 위원장님께서 열의도 대단하셨고 공로가 크시지요.
고기점_ 제가 뭐 한 일이 있다고요. 사실 초창기 강근호 시장님의 열의가 대단하셨던 덕이지요.
맥군_ 사랑회의 조직과 회원, 그리고 예산은 어떻게 되나요?
고선풍_ 제가 대표직을 맡고 있고 (여성인 대광전기 임명희 사장과 공동 대표) 크게 자문위원회와 운영위원회를 두고 있는데 여기 계신 리츠프라자 고기점 회장님께서 자문위원장이시고 강윤필 사장께서 운영위원장입니다. 운영위원회 안에는 사무국, 재무국, 기획국, 홍보국, 대외협력국을 둬서 역할을 분담하고 있고요. 현재 전체 회원 수는 150여 명이고 직업이나 연령층도 다양합니다. 회비는 회원들 간에 차등을 두고 있는데 저와 고 위원장님이 연 기백만 원, 자문위원, 운영위원, 일반회원들은 기십만 원 씩 전체 회원들로부터 연간 2천만 원 정도 걷히게 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공식적인 회비를 말하는 것이고 비공식적인 행사시에는 그때그때 별도로 각 회원들이 성의껏 후원을 하고 있습니다.
맥군_ 그렇군요, 그동안 사랑회의 활동에 대해서도 말씀을 나눠보고 싶은데요.
고기점_ 사실 인구 30만이 채 안 되는 조그만 소도시에서 시립예술단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자 자랑이기도 합니다. 전국적으로 따져보아도 시립예술단을 보유한 도시는 손꼽을 정도거든요. 사랑회가 비록 많은 후원은 못하지만 꾸준한 활동을 통하여 오늘날 수준 높은 예술단으로 자리를 잡게 되기까지 관중 확보 면만 보더라도 큰 역할을 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지금은 공연 때마다 빈자리가 없을 정도잖아요. 그리고 여름과 겨울, 일 년에 두 번 약 150여명 되는 전체 예술단원들을 초청하여 선물 기증 등 후원 행사를 열고 있는데 단원들도 무척 즐거워합니다. 부산 같은 대도시도 우리 같은 후원단체가 없다면서 군산을 무척 부러워하고 있는데 사랑회가 모르긴 해도 아마 전국 유일의 후원 조직이 아닌가 합니다. 저희의 후원이나 역할이 비록 작은 것이긴 하지만 단원들이나 시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면 큰 자부심이 들기도 합니다.
강윤필_ 돌이켜보면 회원들의 노력이 정말 대단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선풍_ 모든 회원들이 열성적입니다만 특히 비행장 안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고석철 사장 같은 경우는 평소 후원을 어찌나 많이 하는지 정말 열의가 대단한 분입니다. 언젠가 단원들 수십 명이서 비행장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햄버거 등 많은 물품을 기꺼이 지원해줘 오히려 저희가 미안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제는 행사를 앞두고 참석 요망 전화 연락드리기도 미안할 정도에요.
고기점_ 그래요. 평소 성격도 활달하고 보통 적극적인 분이 아니지요. 그래서 우리 단체의 중책을 맡아달라고 여러 번 간청했는데 고 사장 말이 회장도 고 씨이고 자문위원장도 고 씨인데 자기마저 감투를 쓰면 남들이 뭐라 하겠느냐, 고 씨끼리 다 해 먹는다는 소리가 나올게 빤하지 않겠느냐면서 한사코 사양하더라고요. 유머도 넘치고 재미도 있는 분이에요.
고선풍_ 그리고 고기점 회장님께서도 물심양면으로 후원을 많이 해 주셔서 이제 미안해서 리츠프라자에서의 행사는 더 이상 못 할 것 같아요.
고기점_ 아이고, 그런 말씀 마세요, 정말 열심인 회원들이 얼마나 많은데.
강윤필_ 그런데 저는 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고기점_ 무슨 말씀을요, 남들이 강 위원장이야말로 사랑회에 미쳐있는 사람이라고 한다는 걸 모르시나봐요. 자기 사업하기도 바쁠 텐데 그런 열의가 어디서 나오는지 너무 대단하고 아마 타고나신 것 같다고들 하잖아요. (웃음)
맥군_ 공(功)을 서로 미루시기만 하니 왜 ‘사랑회‘라고 명칭을 붙였는지 이해가 되는군요. 아무래도 그렇게 겸손한 분들로 모인 단체이다 보니까 후원이나 봉사를 해도 대외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게 아닌가 합니다. 그럼 사랑회의 활동에 대한 얘기를 계속해 볼까요.
고기점_ 사랑회 발족 당시만 해도 시민들의 클래식 관람 수준이 뭐랄까 거의 유치원 수준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였고 관객도 적었어요. 그래서 시민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너무 어려운 정통 클래식보다는 듣기 편한 영화음악 등 비교적 대중성을 가진 공연의 필요성이 느껴졌고 또한 이해가 쉽도록 무대 양쪽에 스크린을 설치해서 자막으로 해설을 도움으로써 이후 반응이 아주 좋아 클래식 음악의 감상에 따른 이해와 전반적인 수준을 높이는데 기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뛰어난 공연이라 해도 시민이 찾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몇 년 전부터는 열린 음악회 등 시민에게 찾아가는 음악회로 유도하고 있는데 시민들의 반응도 아주 뜨겁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다른 도시에는 없는 후원단체라는 것에 회원들 모두 자긍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윤필_ 사랑회 운영하면서 예술단의 지휘자 두 분, 단무장 두 분, 그리고 수석연주자 등과 분기별 정례회를 갖고 있는데 그 때마다 대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공연이 될 수 있도록 요청했고 그런 방향으로 변해 오고 있는 것은 아주 고무적인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봅니다.
고선풍_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지금의 정낙복 시향 지휘자께서 절대적으로 공감을 해 주셔서 변화를 이끈 부분이 큽니다. 단원들의 생각이야 어떻든 간에 지휘자의 생각이 가장 중요한 것이니까요. 그래서 지금은 시민들을 예전처럼 시민문화회관 등, 정해진 공연장으로만 찾아오도록 하는 게 아니라, 예술단이 시민을 찾아가는 그런 양상으로 변모했고 그런 차원에서 군산의 미 공군 비행장에도 가끔 찾아가서 공연을 함으로써 큰 호응을 얻고 있을 정도입니다.
강윤필_ 그 뿐만이 아니고 서울이나 타지에서 공연 일정이 있는 날엔 버스를 대절하여 예술단원들과 함께 우리 회원들도 격려차 참여하고 있습니다. 예술단에서 추후 중국 공연을 계획 중에 있는데 우리 회원 일부가 참여하면 예술단원 150여명 정도와 함께 총 170여명 이상의 인원이 되리라 봅니다. 그래선지 단원들 모두 주 중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제 과거에 비해 단원들의 처우도 상당 수준으로 안정화 돼서 그런지 비교적 맘 편히 연습에 전념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고선풍_ 특히 지금의 문 시장님 내외분께서 공연 때마다 거의 빠짐없이 참석해서 격려해주시는 것도 힘이 되는 부분이라 여깁니다. 시장님은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나 인식이 남 다를 정도로 각별하신 분이셔서 앞으로 불원간 준공을 앞두고 있는 예술의 전당이 완공되면 연 200일 이상 공연이 열리는 공간이 되지 않을까 하는데 기대가 큽니다.
강윤필_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예전에 계셨던 이학진 부시장(예술단장)께서도 저희들이 건의하는 사항은 바로 해결해 주실 만큼 열의가 대단하셨지요.
맥군_ 공연의 횟수도 늘여야 되겠지만 그 못지않게 콘텐츠도 중요하겠지요. 그리고 예술의 전당이 개관하게 되면 공연 시 입장료를 받는다고 하는데 어떻습니까, 그렇게 되면 관객이 줄지는 않을까요?
고선풍_ 예술의 전당이 지어지면 우리 군산 시민들뿐만 아니라 전주, 익산, 김제, 서천 등 타지 인구도 흡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다양한 콘텐츠를 운용해야 될 줄 압니다. 프로그램만 좋으면 비록 입장료를 받는다 해도 관객은 찾을 것으로 봅니다.
고기점_ 저도 입장료를 받는 것은 바람직한 면이 더 클 것이라 생각해요. 계속 공짜로만 보여주면 아무래도 관심이나 애착도 덜 할 테니까요. 돈을 내고 들어가야 스스로에 대한 품격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훨씬 더 공연에 집중도 할 수 있을 것이란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맥군_ 이야기를 듣고 ‘사랑회’가 어떤 일을 하는 단체인지 잘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고선풍_ 다음 행사 때는 매거진군산도 꼭 초청하겠습니다.
고기점_ 매거진군산은 우리 고장을 대표하는 멋지고 유일한 잡지라는 점에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고장 소개 좀 많이 해 주세요.
강윤필_ 매거진군산 파이팅입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구독하겠습니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도 기부나 후원 문화가 조금씩 확산되어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기부는 반드시 재물이 여유로운 사람이 하는 것 이라기보다는 마음이 풍요로운 사람이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인데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나눔의 미학’이란 말에서 보듯 나눔으로써 아름다워지는 것은 그 개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그 여파를 미치게 되어 한층 성숙된 사회로 발전하는 토양을 다지게 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본래 하나이던 내 것이 타인에게 둘로 나뉘어져 그로 인해 얻어지는 기쁨과 감사의 마음은 덤으로 얻어지는 행복이기도 하거니와 이미 이것을 실천하는 ‘사랑회’의 숨은 열정이 있었기에 우리고장의 문화 예술이 양적 질적으로 한층 더 발전하는 동력이 되지 않았나한다. 즉 ‘사랑회’는 일정 부분 시립예술단의 성장 밑거름 역할을 하고 시립예술단의 멋진 연주는 다시 시민에게 행복을 주는 선순환 사이클로 우리 모두에게 정신적 풍요로움을 선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랑회’야 말로 우리 고장의 자랑이자 자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