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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껴안아 캔버스 위에 올리다
글 : 서진옥(문화평론가) / seoball@lycos.co.kr
2012.12.01 13:25:26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문득 마주친 누군가와 천천히 사랑에 빠져가듯, 어느 날 예술과 마주쳤고 이내 깊은 사랑에 빠졌다. 예술이 아니면 안 되는 삶, 고등학교 미술선생님 거쳐 전북을 대표하는 예술인으로 삶을 꾸려가는 원창희 선생님을 명산동 그의 작업에서 만나봤다. 

 

예술을 마주하고 열정을 끌어안기

계절의 문턱에 선 일흔의 원로화가는 여러 권의 책들을 집어 들었다.  그리곤 최근 전시 화보집 및 작품들을 보여준다.  40년간 몸담았던 교단생활, 학생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에 대한 답장은 이내 대화를 나누듯 줄줄이 이어지고 마침내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창조된다.  무수한 이야기 속에는 군산을 향한 사랑이 있고, 자연의 아름다움이 있고, 안타까운 사회가 있고, 예술의 고뇌가 있다.  청춘남여의 애틋한 사랑을 닮았으면서도 일상부터 사회문제, 자연의 변화까지 가슴으로 나눌 수 있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가지에 매달려 각기 다른 속도로 물들어 가는 나뭇잎을 바라보듯이 한 작품 한 작품마다 감동이 달라진다.

 

“문화든 예술이든 공동의 열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예술적 이야기만 집착하면 관계는 단순해지겠죠. 공동의 화제를 가지고 함께 느끼고 배울 수 있을 때 대화가 더욱 풍요로워지고 소통의 범의가 넓어지는 법이죠.  함께 동행의 마음으로 서로서로 끌어 안어야 군산의 문화 예술이 새롭게 피어납니다.”

 

초겨울 하늘 빛 빼닮은 지붕아래 군산의원도심 골목에는 오가던 사람들의 반백 년 이야기가 담겨있다. 할아버지에 추억, 아버지의 추억, 그리고 그의 추억까지, 번잡하고 거창하지 않은 소소한 청춘의 삶 예술의 기억들이 무언가를 상상하게 만든다.

 

소통을 만들어주는 따뜻한 매개체, 예술

70세라 말하기 어렵게 원로화가의 어투는 논리적이고 단호 한다.  그러나 원로화가의 붓질 혼은 구불구불한 고향 길을 닮았다.  멀리 고향집이 보이면 마음에는 평화가 찾아오고 고민과 번뇌는 씻은 듯 사라진다.  붓질 따라 한 터치 한 터치 따라 가다보면 이러한 평화의 경지에 다다르게 된다.  “교직시절 아이들과 순수를 교감했고, 사는 내내 자연으로부터 평화를 배웠습니다.  사람들이 갈구하는 원초적 그리움인 정, 순수, 자연이 화폭 속에 끊임없이 등장하기 때문에 편안함을 느끼는 듯해요.  또 가감 없이 마음과 생각을 표현하려 하죠. 자연도 스스로를 숨기거나 꾸미는 법이 없잖아요.”

 

햇살 좋은날엔 좋은 사람들과 산책과 맛난 것도 먹고, 일상은 그의 작품처럼 평화롭다. 이제  또 어느 세상 곁으로 다가가 누울 것인가. 어떤 마음을 나눌 것인가. 그의 마지막 한 마디에 원로화가의 순결한 소망이 담겨 있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리기. 이 두 가지가 날 살아 갈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생각하고 그리기과정에서 자신만의 예술관이 생기고 길을 찾게 됐고. 객관적인 학습보다는 자기 깨달음이 우선이어야 해요. 생각하고 그리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새로운 세상이 보입니다.” 

 

원창희 선생님은 40년간 교육계에 몸담아 그동안에도 군산과 서울은 물론 대만, 중국 등에서 개인전 및 각종 초대전을 갖는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뿐만 아니라 춘향미술대전 심사위원과 전북 미술대전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장, 한국문화 미술대상전 초대작가 및 집행위원, 한국미술협회 군산지부장 등을 역임하는 등 식지 않는 열정적 활동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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