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중소기업진흥공단 ‘유망중소기업’
2002년 전라북도 ‘유망중소기업’
2006년 중소기업청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INNO-BIZ’
2007년 전북지방중소기업청 ‘경영혁신형 중소기업’
주식회사 삼원중공업(이하, 삼원중공업)의 수상내역이다. 유망 중소기업으로 시작해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경영혁신형 중소기업까지 삼원중공업이 걸어온 길을 짐작할 수 있다. 군산에 위치한 삼원중공업은 국내 조선 중소기업 중에서도 선두기업으로 꼽힌다. 1년에 100여척의 배를 제작하고, 국내시장 뿐 아니라 세계시장에서도 인정받는 삼원중공업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삼원중공업을 이끌고 있는 한창범 대표이사를 만나 그 해답을 찾아보았다.
리어카의 진심으로 시작하다
“처음부터 꼭 조선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선친께서 군산에서 대신조선을 운영하였었고,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배를 짓는 것을 많이 보고 자랐습니다. 학교 졸업하고 군대 다녀와서 9년 정도 대신조선에 있었죠.” 1989년 대신조선을 퇴사한 한 대표는 이후 건설업계에서 활동했다. 3년간의 노력으로 건설 사업이 안정기에 접어들었을 무렵 한 대표는 돌연 조선 사업에 뛰어들었다. “제가 전문적으로 경영을 해 본적은 없었지만 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우선 대신조선에서 일하면서 고객을 많이 알고 있었고, 그분들과 신뢰관계가 있었고, 어민생활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한 대표의 아내는 생각이 달랐다. 건설업계에서 자리 잡은 시점에서 굳이 새로운 모험을 해야 하느냐는 입장이었다. 반대하는 아내의 마음을 돌린 것은 한 대표의 진심이었다. “제가 처음 아내를 만났을 때 페인트 관련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제가 저를 시험해 보기 위해 일부러 차를 두고 리어카에 페인트를 싣고 다녔었어요. 주변 사람들도, 친구들도 저를 보고 웃었죠. 그래서 그 때 ‘두고 봐라, 5년, 10년 후면 너희가 웃는 모습이 달라질 거다’ 다짐했었습니다. 아내에게 둘이 은파를 걸으면서 말했어요. ‘나는 지금도 리어카를 끌 수 있다. 단, 당신이 뒤에서 밀어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처음부터 시작하겠다는 마음가짐에 한 대표의 아내 역시 뜻을 같이 했다. 그리고 1993년, 한 대표는 최초의 삼원중공업 ‘삼원기업’의 문을 열었다.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하라
현재 삼원중공업 수주 선박의 대부분은 관급선박이다. 농림수산식품부, 해양경찰청, 방위사업청, 관세청, 국립해양조사원 등 선박을 운용하는 정부 부처의 배를 제작하고 있다. “저희가 제작하는 배중에 99%는 관급선박입니다. 1% 정도만 민간선박이죠. 보통 1년에 11건에서 12건의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있습니다.” 한 프로젝트 당 수주하는 선박의 수가 6~7척 정도 되는 것을 감안하면 1년에 100여척의 배를 제작하고 있는 것이다. 삼원중공업에서는 2000년 관급선박을 제작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170여건의 관급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한 대표가 관급선박 제작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1990년도 중반의 일이다. 당시 국가에서는 과잉남획으로 고갈되는 수산자원을 회복하고, 적당한 수준의 어족자원 유지와 어민의 소득증대를 위해 1994년부터 ‘연근해어업 구조조정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처음에 시작할 때 굉장히 결단이 컸었습니다. 1990년도 중후반에 어선이 감축되고, 어민 구조조정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럼 우리가 거래하는 배들이 사라진다는 것이고, 미래를 봤을 때 이대로는 안 된다 싶었죠.” 하지만 삼원중공업의 관급 선박 수주는 쉽지 않았다. 까다로운 기준과 쟁쟁한 메이저 업체와의 경쟁을 뛰어넘기 위해 한 대표가 주목한 것은 ‘특수선’이었다.
“다른 업체에서 하지 않는 걸 했습니다. 똑같이 하면 안 되니까요. 알루미늄 선박이나, 속도가 빠른 경비정, 고속제트보트, 감시정 등의 특수선을 공략했죠.” 한 대표의 결정에 위험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시설투자와 연구개발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엄청난 만큼 적자의 위험이 높다는 것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우리도 충분히 실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모르는 부분은 외부강사를 초빙해서 교육을 받고, 근로자들에게 기술교육도 했습니다. 이제 소형선박에 있어서는 수출도 하고 있습니다. 사업가로서는 그게 가장 보람 있는 일이죠.”
삼원중공업이 특수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데에는 ‘연구개발’의 역할이 컸다. 전문적인 연구개발의 필요성을 느낀 한 대표는 2009년부터 주식회사 삼원중공업 선박기술연구소(이하, 선박기술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선박기술연구소는 선박을 구성하는 선체, 기관 등의 부분을 세분화하여 연구 개발하는 기관이다. “정부지원을 받아서 군산대학교, 인하대학교 등 전국에 있는 대학교와 함께 연구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연구소 프로젝트에 실무 팀이 함께 참여하고 있어 연구를 통해 개발된 선박 건조 기술이 현장에 도입되고 있습니다.” 현재 삼원중공업에서는 200톤, 300톤 이하의 소형선박과 특수선을 동남아시아 지역에 수출하고 있다. 국내 시장 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배움이야 말로 경쟁력이다
민간선박에서 시작해 관급선박을 제작하고, 특수선을 수출하기까지 한 대표는 늘 한발 앞서 변화에 대처해 왔다. “10년, 20년 까지는 아니고, 3년, 5년 후를 바라보려고 했습니다. 내 시야 바로 앞에 들어오는 걸 보지 말고 멀리 봐야 합니다. 앞에 것을 두고 조급해 하면 결국 큰 걸 놓치게 되죠. 그림을 볼 때도 멀리서 봐야 전체적인 것을 볼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 관점이 정말 중요합니다.” 앞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자기계발 역시 중요하다. 한 대표는 이를 위해 매주 한번 씩 서울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요즘에는 법을 좀 공부하자 해서 대한상사중재원에서 조정에 관한 법률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CEO 과정도 받고, ARP 아카데미도 들었죠. 통례적으로 6개월 과정인데 보통 1년에 한 가지씩 꾸준히 받고 있습니다.” 한 대표는 교육을 받기 위해 하루를 꼬박 투자해야 하는 번거로움 보다 교육 과정에서 배우고 느끼는 것이 더 많다고 설명한다. “지방에서 몰랐던 것도 많이 알게 되고, 견문도 넓어지게 됩니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배우는 지식이 상당해요. 기업인들이 해야 하는 건 선두주자로 가는 겁니다. 다른 사람이 개척하면 따라가야지 하면 안 돼요. 기업인들이 먼저 가줘야 종업원이나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갈 수 있는 겁니다. 기업인들도 많이 배우고 경험해야 합니다.”
한 대표는 직원들의 자기계발에도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배우려고 하는 직원은 ‘무조건 보내줘야 한다’는 것이 한 대표의 생각이다. “직원들도 직업훈련 프로그램 등을 많이 받아요. 캐드나 이런 부분 배운다고 하면 회사에서 지원도 해 주고요.” 한 대표의 지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저희가 해외에 제품 검사하러 1년에 한번 정도 나가는데 일부러 직원들을 더 보냅니다. 수입처들 가서 직접 보고, 견문도 넓히라고 3박 4일 정도 시간을 더 줍니다.” 한 대표가 직원들에게 해외 출장을 권장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직원들이 식견을 넓히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제가 직원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어요. 평생을 삼원중공업에 있으려고 하지 말고, 더 크게 가라고 합니다. 앞으로 조선분야는 중국과 경쟁을 해야 합니다. 중국 인구는 16억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5천만 정도잖아요. 16억과 경쟁하려면 한 사람 한 사람이 비즈니스맨이 되어야 합니다.”
내일을 생각하다
최근 세계경제가 악화되면서 국내 조선업계도 많은 타격을 받고 있다. 현재 국내 조선업계 수주 잔량은 지난 2008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저희도 딜레마가 있는데 기업은 변하지 않으면 도태되기 마련입니다. 변화를 하고 폭을 넓혀야 하는데 조선은 다른 분야를 개척하려면 연구비, 개발비, 시설비 등이 많이 들어요. 그러니까 쉽게 엄두를 내기 어렵죠.” 한 대표는 무리해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 보다는 현재의 기술로 다른 분야의 선박을 제작하는 방향을 생각중이다. “기술 개발을 해도 실용화가 안 되면 어렵기 때문에 당분간은 내실을 다지는데 집중할 생각입니다. 대신 현재의 기술로 제작이 가능한 요트 등으로 선박 종류의 폭을 넓혀 볼 계획입니다.”
앞으로 한 대표가 바라는 삼원중공업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지역과 함께 가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요즘 경기가 안 좋잖아요. 이런 때일수록 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에 더 많이 참여하고, 사회에 환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노력들이 정말 필요한 분들에게 닿아야 하겠죠. 기업과 지역이 다 같이 양보하면서 함께 갔으면 좋겠습니다.” 삼원중공업은 지역과 함께 하기 위한 노력으로 내년부터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의 일부분을 직접 관리할 예정이다. “시청과 협의해서 은파유원지나 월명공원의 한 부분을 저희가 관리하려고 합니다. 쓰레기도 줍고, 주변정리도 하고, 부서진 것도 보수하고, 화장실도 깨끗하게 청소하고 그러면 시민 분들도 기분 좋게 이용하실 수 있겠죠?”
인터뷰 말미 한 대표는 ‘조선’을 ‘종합예술’에 비유했다. “배를 짓는다는 것은 ‘종합예술’과 같습니다. 선박의 구조 중에는 선체, 기관 등 여러 부분이 있습니다. 그 부분들이 모여 한척의 배가 되는 것이죠.” 선체, 기관, 전기, 통신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과 노하우를 통해 선박이 제작된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예술가, 장인의 정신으로 조선을 바라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제 삼원중공업은 배를 짓는 마음으로 지역을 바라보고 있다. 지역과 시민, 그리고 기업이 함께 만드는 사회. 삼원중공업의 ‘종합예술’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주)삼원중공업
본사_전북 군산시 소룡동 1646-4
군산공장_전북 군산시 소룡동 496-1
전화_(063)468-8711~4
팩스_(063)468-8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