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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짜장 3자 大戰 승부는 맛으로!
글 : 조종안(시민기자) / chongani@hitel.net
2012.11.01 16:40:29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물(水)은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자원이자 에너지로 알려진다.  그래서 '생명수(生命水)'로도 불린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상대가 자신의 존재가치를 무시하거나 만만하게 대하면 '야~ 임마 사람을 ‘물’로 보지 마!'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물태우'라는 별칭이 따라다닌 대통령도 있었다.  인간의 신체도 70%가 수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다. 그렇게 소중한 '물'을 왜 비하해서 표현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게 또 있다.  간짜장, 삼선짜장, 사천짜장, 육니짜장, 쟁반짜장 등 다양한 종류의 짜장면 중 맛이 으뜸인 '물짜장'이다. 최고의 풍미를 자랑하는 짜장면 이름이 '물'로 시작해서다. 

 

재미있는 것은 중화요리(中華料理)의 도시 군산에서 40년 넘게 살아온 병원 원장도, 칠순을 훌쩍 넘긴 교사출신 토박이도 물짜장 시식 후 "군산에 이렇게 고급스럽고 맛있는 짜장면이 있는 것을 몰랐다!"고 입을 모으며 감탄사를 터뜨린다는 것이다. 지금껏 물짜장이란 음식 이름조차 모르는 시민도 상당수에 이른다.

 

오묘한 맛에 빠져 물짜장 마니아 되다

중화요리점 메뉴판에서 물짜장이란 이름을 처음 발견한 지 30여 년.  부정적인 선입관 때문인지 그동안 먹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면(麵)을 밍밍한 물에 비벼 먹거나 말아먹는 짜장면으로 알았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맛이 없으면 ‘물짜장’이라고 했겠느냐?"며 친구들과 농을 하기도 했다.  지난 2010년 10월 어느 날이었다.  집에서 책을 보는데 동생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동생은 "오늘 선약이 없으면 점심때 물짜장이나 한 그릇 하시죠“라며 ”여기저기 다녀봤지만 물짜장 맛은 군산이 최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때 처음 맛보고 표현하기 어려운 오묘한 맛에 빠져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맛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물짜장 마니아가 되었다.

 

한곳으로는 부족해서 이집저집 맛보고 다니기를 2년여.  오늘은 '국제반점(國際飯店), 영화원(永華園), 홍영장(鴻英莊) 물짜장을 초대해서 맛의 전쟁, 즉 3자 대전(大戰) 펼쳐보기로 했다.  세 곳의 공통점은 모두 개업한 지 40년이 넘었으며 화교(華僑) 출신이나 2세가 운영하고 있다는 것.  어느 집 물짜장이 가장 맛있는지, 선택은 독자의 몫으로 돌린다.  짚고 넘어갈 게 하나 있다.  물짜장의 원조는 군산이라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이 인터넷 검색을 보고 전주의 모 주방장이 20여 년 전에 개발한 것으로 아는데 천만의 말씀.  국제반점, 영화원, 홍영장 주인은 하나같이 군산이라고 주장한다.  대중화가 되지 않아서 그렇지 30년 전부터 자신들이 단골손님의 미각을 즐겁게 해오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면이 입안에 착착 감기는 국제반점 물짜장 

드라마 <고맙습니다>와 영화 <타자>를 촬영했던 국제반점.  한때 미군과 양공주들, 시청직원들에게도 인기가 좋았던 중국음식점이다.  1960년대 초 '진흥반점'으로 개업해서 중간에 '천흥반점', '국제반점'으로 바뀌었고, 지금은 요리경력 36년으로 고급 중화요리로 유명한 서울 '아서원'에서 요리기술을 터득한 후대덕(52)씨가 운영하고 있다.  물짜장을 주문하면 납작한 사각(四角) 접시에 면과 소스가 가득 담겨 나온다.  애주가들이 술안주로 즐겨 먹는 유산슬 소스에 면을 비벼 먹는 기분이랄까.  걸쭉한 국물에 비빈 따끈따끈하고 졸깃한 면발은 입안에 착착 감긴다.  주요 재료가 무엇인지 궁금하던 차에 후씨가 "물짜장은 춘장 대신 생선 진액을 재료로 하는데, 저희는 굴 소스로 만들죠"라고 한다.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우리 집 물짜장은 아저씨(남편) 손맛에서 나옵니다"라며 거든다.  이어 "육류는 돼지고기, 새우, 오징어, 두 종류의 소라, 목이버섯, 부추, 양배추, 호박 등이 들어가고, 반죽을 오래 해야 면발이 쫄깃하다"며 "호박도 봄부터 여름까지는 애호박, 가을부터는 늙은 호박을 사용한다"고 덧붙인다.  일반 짜장면은 대형 솥에 짜장을 가득 볶아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면이 담긴 그릇에 퍼주지만, 물짜장은 주문을 받으면 그때그때 조리한단다.  국제반점 물짜장의 특징은 얼큰하고 맵게 해달라고 하거나 순하고 담백하게 해달라고 주문하면 손님의 요구에 맞춰 내온다는 것이다.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겨울에는 말리(茉莉)나무 꽃잎을 연탄난로에 우려낸 자스민차가 엽차 대신 나오는 것도 국제반점의 매력.  정신적 스트레스를 잘 받는 수험생과 여성에게 좋다는 자스민차는 향이 그윽하고 기름기를 제거하는 효능이 탁월해서 물짜장 후식으로 그만이다.

 

국제반점 군산시 영화동 22-8 (063)-445-8868

 

 


 

세계적 ★ 다섯 개 수준의 영화원 물짜장

50년 전통의 영화원은 실내 분위기부터 남다르다.  중화풍의 실내 장식과 소품들은 식당의 품격을 말해주는 듯하다.  입구 유리창과 메뉴판 등에 거꾸로 써놓은 ‘福’자도 이색적이다.  거꾸로 써놓은 이유는 福이 하늘에서 손님들에게 내려지기를 비는 의미라고 한다.  바르게 써놓으면 福이 하늘로 올라가 버린다는 것.  문을 열고 들어서면 구수한 춘장 냄새와 은은한 차이나 향이 어우러지면서 코끝을 즐겁게 해준다.  영화원도 미군과 양공주 단골이 많았으며 당시엔 볶음밥으로 유명했다.  돼지기름에 고슬고슬한 밥알을 볶는 냄새가 환상적이던 그때 영화원 볶음밥은 오믈렛으로 싸먹는 정통 일본식 오므라이스 이상으로 인기가 좋았다. 

 

주인아주머니는 “손님들 식성이 다양해서 맛은 장담 못하지만, 재료는 자신할 수 있다”며 “우리 집 물짜장에는 해물, 채소, 육류 등 18가지 재료가 들어가고, 그중 바다의 인삼으로 불리는 해삼이 듬뿍 들어간다”고 소개한다. 붉은색의 물짜장은 순한 짬뽕처럼 느껴지면서 감칠맛이 더한다.  국물(소스)을 남기고 나오면 훗날 후회한다는 것을 명심하시도록.  면을 직접 빼는 것도 영화원의 자랑이다.  짜장면은 밀가루와 물의 비율, 숙성 시간이 생명이라 하는데, 물을 충분히 뺀 쫄깃한 면발은 매콤 달콤한 소스와 맛의 조화를 이루면서 미각을 돋운다.  수저로 소스와 건더기를 떠먹으면 ‘예술이네!’ 소리가 절로 나오는데, 모두가 서울 태화관에서 조리기술을 연마한 여진육(66) 주방장의 작품이다.  여기에 사각사각 씹히는 깍두기도 일품이다.

 

보안업체(ADT캡스)에 다닌다는 30대 중반의 남자 손님은 “영화원 물짜장은 오색향미가 느껴져 아내도 좋아한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친구를 따라 처음 왔을 때 음식이 깔끔하게 차려나오고 느끼하지 않아서 좋았다”면서 “밥맛이 없거나 기분이 우울할 때 아내와 함께 물짜장을 먹으러 온다”고 말했다. 

 

영화원 군산시 영화동 (063)445-4938

 

 


 

한꺼번에 두 가지 요리 즐기는 홍영장 물짜장

군산시 중앙로 옛 경찰서 로터리에서 내항(구 조선은행) 방향으로 조금 걸어가면 동령고개가 나오는데, 내리막길 오른편에 자리한 홍영장은 1950년대 말 호떡집으로 개업해서 일찍이 손짜장면으로 명성을 떨쳤다.  그러한 영향으로 홍영장은 60대 이상 단골손님이 많다.  ‘명절을 앞두고 누군가 그리우면 홍영장에 가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직접 음식을 조리하면서 중국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주인 서원후(47)씨는 서울로 올라와 개업하라 해도 싫다 할 정도로 애향심도 강하다.  아버지에게 주방 기술을 전수받은 서씨는 주방장을 아내는 경리와 영업 상무를 겸하고 있다.  반세기가 넘는 식당의 역사만큼이나 넉넉하고 구수한 주인아주머니 인심과 입담은 식욕을 한층 돋워준다. 

 

홍영장 물짜장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흐므지다’이다.  차지고 쫄깃한 면과 보기만 해도 침이 꼴깍 넘어가는 소스가 각각 다른 그릇에 담겨 나오기 때문이다.  면의 절반은 고소하고 담백한 소스에 비벼 먹고 나머지는 볶은 짜장을 조금 달라고 해서 비벼 먹으면 포만감은 물론 먹는 즐거움이 배가된다.  면과 볶은 짜장은 무한 리필이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한꺼번에 두 가지 요리를 즐길 수 있어 ‘짬짜면’을 떠오르게 하는 홍영장 물짜장은 면과 국물을 분리해서 먹으면 건강에도 좋고, 먹는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다.  걸쭉하게 비빈 면을 다른 접시에 옮겨 담아 먹으면서 수저로 소스를 조금씩 떠먹으면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맛이 입안에 감돈다.  홍영장 물짜장은 다양한 재료에 우렁이가 듬뿍 들어가 쌈박한 맛이 나는 게 특징. 순하면서도 독특한 향미가 일품인 소스도 그냥 떠먹지 말고 수저에 새우와 부추, 오징어와 호박, 우렁이와 버섯, 돼지고기와 양파 등 해물과 채소를 뷔페식으로 고르게 담아 맛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먹으면 '식도락'이 따로 없으며 더욱 깊고 오묘한 맛을 즐길 수 있다. 

홍영장 군산시 장미동 1-18 (063)445-8096

 

오늘처럼 몸으로 찬기가 스며드는 날은 따끈하고 쫄깃한 물짜장이 먹고 싶다. 다 필요 없다. 물짜장 한 그릇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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