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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하모니로 양지를 지향하는 Sun Flower 어머니 합창단
글 : 오성렬(자유기고가) / poi3275@naver.com
2012.11.01 15:15:50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여기 한마음으로 모인 여성들이 있다.  아니 한 아픔이라고 해야 할까, 서로의 눈빛만으로도 속내를 알아챌 만큼 동병상련을 함께한 그녀들이기에 그녀들의 노래는 그윽하면서도 애틋하다. ‘Sun Flower’는 장애아를 둔 어머니들로 결성한 합창단이다.  장애아 부모회는 지난 2008년도, 특수학교인 명화학교 학부모 중심으로 조직 운영되고 있었으나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로 진학하여 통합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의 학부모들로만 2010년도에 ‘나팔꽃과 해바라기’라는 명칭으로 따로 모임을 만들었고 그 모임에서 지난해 4월에 합창단을 결성한 것이다.  군산교육지원청에 노래교실 운영을 건의한지 3년 만에 결실을 보게 된 셈인데 이로써 지휘자를 비롯하여 연습에 필요한 장소 등 일정부분 지원도 뒤따르고 있다. 본격적으로 합창단이 결성되자 단명도‘Sun Flower’로 지었다. 태양을 향해 밝게 손짓하는 무리 진 해바라기를 닮고 싶어서일까.

 

 


 

단원들은 매주 화요일 남초등학교에 모여 연습을 하는데 하나같이 모두 열심이고 갈수록 분위기도 한층 밝아지고 자신감도 살아나고 있다.  이들이 모임을 결성하게 된 것은 장애아를 둔 부모로서 저마다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교육이나 치유의 사례를 공유함으로써 서로에게 힘이 되자는 것인데 합창단을 결성한 것도 그 취지에서 출발한 것으로서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사실 합창은 개성을 표현하는 독창과 달리 단원 전체가 하나의 하모니를 이뤄내야 되는 것이기 때문에 나보다는 팀에 대한 배려, 감정이나 정서적 동질감 등이 전제될 때 가능한 분야로서 꾸준한 연습을 통하여 Sun Flower에서도 그것이 구현되고 있거니와 그래서 그녀들은 주 1회 다 같이 모여 노래하는 시간이 너무도 화기애애하고 즐겁다고 말한다.

 

창단 초만 해도 의욕은 넘친 반면 여건은 미비하여 다소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작년 4월 교육지원청의 주선으로 지금의 최규옥(51)지휘자와 인연을 맺게 되면서부터 비로소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초기에는 연습 공간도 없어 약 3개월 동안 수송동 참빛교회를 이용하기도 했으나 다행히 작년 8월부터 남초등학교에 연습실이 마련되어 큰 걱정은 덜게 되었다.  초등학교 교사 출신인 최 지휘자는 전북대 교육대학원에서 음악교육(성악)을 전공한 여성으로서 독실한 기독교 신앙인이기도 한데 지금의 Sun Flower를 만나 노래를 지도하면서 큰 보람과 행복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노래는 인간의 영혼을 맑게 하고 상처를 달래주며 스트레스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합창단 어머니들을 통해 실제로 보고 느끼면서 감명을 받고 있기 때문이란다.

 

모임의 회장인 최정숙 씨에 따르면 Sun Flower는 창단 이후 지난 1년 6개월 동안 약 8회의 외부 공연을 가졌는데 그 중 시민문화회관 무대에 선 것만 해도 4차례로서 특히 작년도 초등학교 어머니 중창단 공연, 그리고 얼마 전 진포예술제‘음악의 향연’공연 시에는 14명의 어머니 외에 아버지 네 명도 참여하여 더욱 뜻 깊은 무대가 되었다 한다.  또한 합창단 모임을 통하여 단원인 어머니들 간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고 친밀감이 쌓여, 오가는 수다도 정겹고 실제 필요한 정보 교류도 이뤄져 자녀 교육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합창 실력이 나날이 느는 것도 즐겁기 그지없다면서 연습 시에는 지휘자의 지도에 따라 피아노 반주에 맞춰 서로 간 행복에 젖은 눈빛을 교환하며 열심히 음정, 박자를 익히는 그 모습도 다정하기 이를 데 없어 너무 흐뭇하다고 말한다.

 

 


 

최 회장의 경우에는 제일고에 재학 중인 둘째 아들 N군(발달장애아)에게 일찍이 피아노도 가르쳤고 이희완 화백의 수채화교실에서 그림 교습도 받게 하고 있는데 이후로 아들의 생활 여러 부분에서 고무적인 변화가 엿보인다고 한다.  작년에는 N군이 직접 자신의 그림으로 카렌다를 만들어 학교 교사 전원에게 기증함으로서 주위를 놀라게 했다는데 이를 통하여 장애아는 아무 것도 못할 것이라는 주위의 편견을 떨치고 오히려 어느 부분에서는 더 잘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마음속으로 외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혼자 있는 시간 대체로 극심한 정서 불안 증세로 가족들에게 고통을 주기 십상인 여느 경우와 달리 N군의 경우처럼 피아노를 치거나 이젤 앞에 앉아 열심히 그림에 몰두함으로서 정서적 안정을 찾아가는 기대 이상의 효과로 부모에게 안도감과 기쁨을 주는 이와 같은 모범적 사례는 남들은 부러워하는 안정된 직장도 그만 둔 채 오로지 아들의 뒷바라지에 헌신하는 어머니의 지극 정성에서 기인한 것임은 말 할 나위가 없다 하겠다. 최 회장은 N군에 대한 엄마로서의 지극한 사랑과 애틋한 심경을 그녀들이 즐겨 부르는 합창곡‘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중  가사 한 구절로 들려준다. “ ...아~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 모두가 너라는 걸, 네가 있는 세상 살아가는 동안 더 좋은 것은 없을거야...” 

 

이 외에도 합창단에 가입하고 난 뒤 자신과 아이에게 변화가 생겼다는 말을 여러 단원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이명이 씨의 경우는 집에 와서도 그날 연습한 노래를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버릇이 생겼는데 언젠가 보니 놀랍게도 아이도 자신의 노래를 따라 부르더라는 것이다. 밝아진 아이의 노래로 인하여 집안 분위기가 달라졌고 이로 인하여 부모가 다시 행복해지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인데 이 또한 합창단에 가입하지 않았으면 느낄 수 없었을 사례일지도 모른다. 그런가 하면 조항실 씨의 경우는 평소 심한 두통을 달고 살았는데 노래 연습을 하면서부터 거짓말처럼 통증이 사라지고 내성적이었던 성격도 긍정적으로 밝게 변해지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어 이렇게 바뀐 자신이 놀랍다는 말도 한다.

 

또한 단원들 사이에서 뷰티샵 원장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의 용모를 지닌 김소영 씨는 장애아를 둔 엄마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밝고 활달해 보이는 웃음이 인상적인데 그녀 역시 노래를 연습하는 시간이 너무 즐겁고 언제부턴가 생활에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말하는가 하면 합창단에 가입한지 이제 1개월 남짓 되는 라희중 씨는 노래 연습과 합창을 통하여 마음에 내재된 슬픔을 떨치고 스스로의 존재를 찾은 느낌이라며 이러한 자아 충족을 통하여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끼게 되었다고 말할 때의 표정이 자못 진지하다.  취재를 위해 필자가 남초등학교 연습실을 찾았던 날도 단원들 모두에게서 밝은 생동감과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지휘자나 반주자, 그리고 단원들 모두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면서도 아기자기한 화합을 이루며 마치 친자매들 이상으로 다정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녀들은 노래를 통하여 모두가 하나를 이루고 있었다.

 

장애는 단지 불편한 것일 뿐 부족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아직도 장애아나 그 가족에게 제일 고통스러운 것은 주변의 백안시와 편견이 아닌가 한다.  그렇다 해서 스스로를 숨기고 분리를 자초하거나 비관만 한다는 것은 더욱 고통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시도해보지도 않고 지레 포기하는데서 변화나 발전의 싹은 잘릴 수밖에 없다. 들을 수도, 볼 수도, 말할 수도 없는 장애를 갖고 태어났으면서도 대학 졸업을 마치고 일생을 작가이자 사회사업가로서 명성을 떨친 헬렌 켈러 여사, 자기 몸 하나조차 가누기 힘들어 평생을 휠체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고통의 상태에서도 세계적인 물리학자가 된 스티븐 호킹 박사,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초인적인 이들의 경이로운 삶은 후세에도 큰 귀감이 되고 있는데 그것은 우연한 기적을 이룬 것이 아니라 남들이 포기할 때 끊임없이 시도했기 때문이고 남들이 쉴 때 불굴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일 터다.

 

어디 그 뿐인가. 양 팔이 없는 수영선수, 두 다리를 잃고 의족으로 달리는 마라톤 선수, 불과 네 손가락으로 빠른 소나타를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등등 감동을 주는 사례는 셀 수없이 많다.  물론 그러한 성취를 얻기까지 그 무엇 하나도 순탄치 않았으리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따라서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자신의 존재를 당당히 표현하고 반드시 해낼 수 있다는 긍정적 마인드를 갖는 것이 첫 번째 선결 요소가 아닌가 한다.  그런 관점에서 Sun Flower 합창단은 좋은 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는 케이스다.  마음을 열고 노래와 정서를 공유함으로써 자신도, 자녀도, 가정도 밝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원들은 매월 셋째 주 수요일 산행을 통하여 우의를 다지고 있기도 한데 최정숙 회장은 앞으로 통합교육 자녀들뿐만 아니라 특수학교 자녀들의 어머니에게도 문호를 개방하여 더욱 많은 사람이 동참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것은 단지 외연 확장만을 목적에 둔 것이 아니고 일차적으로는 어머니들의 마음이 밝고 행복감을 느낄 때 그 영향이 자녀에게도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겠기 때문인데 그러한 가정이 하나라도 더 확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는 곧 노래를 통하여 모두가 하나 되고 상호 보완적 관계를 형성하여 이로써 행복지수와 자신감이 배가될 수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확신에서 기인한 것일 게다. 

 

Sun Flower는 오는 11월22일 전주 ‘디딤돌 장애인 평생교육센터’의 초청 공연을 한 달 남짓 앞두고 오늘도 연습에 열심인데 아직 단복도 갖춰지지 않아 타 합창단복을 빌려서 입어야 될 정도로 재정 상태는 좋은 편이 아니다.  교육지원청 윤성길 지원과장도 큰 틀에서 행정적 지원은 일부 해주고 있으나 예산상 어려움 때문에 정작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해주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한다.  하지만 Sun Flower가 더욱 많은 활동을 통하여 시민에게 다가가고 알려져 사랑을 받게 된다면 반드시 뜻있는 분들의 후원도 뒤따르지 않을까 한다.  그것은 비단 일개 합창단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우리 이웃의 많은 장애아를 둔 가정에 대한 응원이 됨으로써 이 사회를 더욱 훈훈하고 살맛나는 사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Sun Flower 연락처

군산교육지원청  /  특수교육지원센터  /  063)466-2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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