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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화음의 앙상블,그녀들의 소리가 들리나요?
글 : 오성렬(자유기고가) / poi3275@naver.com
2012.10.01 13:30:35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나운동 삼성전자 뒤편 주차장 인근 KT 빌딩 2층에 카페 ‘소리’가 있다.  이곳이 문을 연지는 석 달 남짓이지만 이곳은 군산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조금은 이색 지대다.  단정하게 잘 정돈된 실내 한편의 그랜드 피아노며 나지막하면서도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무대 위의 각종 음향기기와 기타, 그리고 아담한 바(Bar)가 설치된 광경이지만 이곳의 운영자인 주경숙(54) 씨와 그녀의 동생인 주경주(50) 자매의 범상치 않은 라이브 실력은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알 정도로 한마디로 판타스틱 그 자체다.

 

 


 

이곳은 저녁 7시경 문을 연다.  라이브는 통상 8시경 시작하는데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언니와 피아노를 치며 화음을 넣는 동생, 이들의 앙상블은 감미롭다 못해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사실 언니인 경숙 씨는 서울에서의 대학 시절부터 ‘노래마을 사람들’ (이하 ‘노마사’) 멤버로서 오랜 활동 경력을 쌓은 실력파다.  ‘노마사’의 리더는 당시 제2의 김민기로 불렸던 가수 백창우로서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그녀의 노래 실력을 알아보고는 단번에 팀의 일원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녀는 가수에의 꿈을 가졌던 것은 아니며 어디까지나 취미를 즐기는 수준으로서 잠재된 ‘끼’를 맘껏 발산해보고 싶은 욕구 때문이었다. ‘노마사’의 주 레퍼토리는 운동권의 영향을 받은 민중가요 경향이었으며 그녀 자신도 2집까지 앨범을 낸 전력을 가지고 있다.  최근까지도 당시 멤버들과 소식을 주고받으며 지내고 있다는데 언제 봐도 꾸밈없는 외모와 웃음은 누구에게나 넉넉하고 편안한 인상을 준다.  동생인 경주 씨는 7살 되던 해부터 피아노에 재능을 보여 교습학원을 다녔다 하며 대학에서도 피아노를 전공하고 현재는 본인이 직접 학원을 내어 후진을 양성하고 있는 피아노 외길 여성으로서 얼굴 전체로 까르르 밝게 웃는 웃음은 보는 사람의 기분마저도 덩달아 들뜨게 해줄 정도로 해맑기 그지없다.  경주 씨는 “언니인 경숙 씨가 이곳의 주인이기도 하지만 노래실력으로 보나 무대 경험으로 보나 자신은 비견할만한 실력이 못 되고 그저 매니저 역할이나 하는 정도입니다”라고 겸손해 하지만 필자가 듣기에는 괜스런 엄살 같기만 하다.  경주 씨의 피아노 실력이나 노래 솜씨도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니까 말이다.

 

 


 

이러한 그녀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약 8년 전쯤 어느 날 MBC ‘지금은 라디오시대’(이종환, 최유라 진행) 프로를 청취하던 중 전화로 청취자의 듀엣 노래 경연을 한다기에 우연히 그 방송을 들은 경주 씨가 언니와 같이 참가하면 어떨까 하는 충동이 일어 진행자인 이종환과 통화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당시 언니인 경숙 씨는 서울에 거주하고 있었고 동생 경주 씨는 군산에 있었던 관계로 각기 서울과 군산에서 전화기에 대고 불러야 되는 2중창이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어 난감했는데 뜻밖에도 이종환이 한번 해보자며 격려를 불어넣어주었다.  그렇게 되어 MBC 방송국과 서울의 경숙 씨, 군산의 경주 씨 간에 전화를 통한 3자 대화가 이루어지고 듀엣 노래 경연에 참여한 셈인데 이종환에 따르면 이러한 3원 방송은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에서는 초유의 사건이었다고 한다.  약 40여 팀이 참여한 이 경연에서 경숙 씨 자매는 염려했던 것이 무색할 만큼 노래를 잘 불러 결선에 진출할 수 있는 8개 팀에 들게 되었고 결선은 며칠 뒤 여의도 MBC방송국에 직접 나가 치르게 되었다.  막상 방송국에 들어가 경연장 무대에 오르려니 무대 경험이 많아 노련한 언니와 달리 이런 경험이 처음이기도 하거니와 조금은 소심한 성격의 경주 씨는 너무도 긴장이 되고 떨리는 가슴이 진정이 되지 않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언니인 경숙 씨가 “가족들 앞에서 노래 부른다 생각하고 편히 부르라”고 자신감을 불어 넣어줘 겨우 겨우 무대에 설 수 있었다.  이날의 8개 팀은 모두가 40개 팀 가운데서 선발된 실력자들로서 만만한 팀이 하나도 없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한 팀이 마음에 걸렸다.  워낙 실력이 출중했기 때문이다.  드디어 순서가 되어 그녀들은 무대에 섰다.  막상 무대에 오르니 이상하리만치 긴장이 눈 녹듯 사라지고 마음이 차분해지고 있었다.  그녀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심전심으로 파이팅을 주고받으며 최선을 다해 실력을 발휘했다.  이날의 심사위원석에는 심수봉, 설운도, 이진관 등 너무도 유명한 세 사람이 앉아 열심히 채점을 하고 있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녀들이 1등의 영예를 차지한 것이다.  상으로는 피아노 한 대가 주어졌다.  돌이켜보면 이 사건(?)이 경주 씨로서는 무대에 대한 공포증을 떨쳐내고 한층 자신감이 살아난 계기가 되었으니 결과적으로 임도 보고 뽕도 딴 즐거운 경험이 된 셈이다.

 

요즈음 그녀들은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말한다.  8남매 중 유독 둘째와 넷째 딸인 두 사람만이 음악적 재능을 타고 나기도 했지만 그 이외 여러 가지 면에서 눈빛만으로도 속마음을 알아챌 만큼 죽이 잘 맞는다는 것이다.  손님을 상대해야 되는 이런 업소 운영이 처음이라서 아직은 미숙한 점도 있지만 마음껏 노래 부를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것이 너무도 행복하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어떻게 보면 업소는 구실일 뿐 자신들의 놀이 공간을 꾸며 놓은 게 아닌가 할 정도로 철부지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이 묻어난다고 할까.  이러다보니 경주 씨는 피아노학원 원장이 아니라 언제부턴가 자신의 본업이 카페 매니저가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고 있단다.  숨기거나 요령피울 줄 모르는 밝으면서도 솔직담백한 성격의 이들 자매는 그래서 더욱 왠지 사람을 끌리게 하는 인간적인 채취를 엿보이게 하고 있다.

 

이야기 도중 8시 라이브타임이 되자 자매는 무대에 오른다.  경숙 씨는 의자에 앉은 채 능숙한 솜씨로 기타를 연주하고 경주 씨는 피아노 앞에 앉는다.  이윽고 그녀들의 감미로운 화음의 선율이 실내에 가득 퍼진다. “한세월 분주함도 서글픈 소외도 그대를 생각하며 다 잊고 말았소, 작정도 없는 길을 헤매던 기억도 그대가 있으니 다 잊어지겠지, 그대 그대 그대가 아니면 산도 바다도 의미를 잃어 아 아 이젠 꿈같은 고운 길을 둘이서 가겠네”  이연실의 ‘그대‘라는 곡이었다.  연이어 ’행복의 나라로‘가 계속된다.  “접어드는 초저녁 누워 공상에 들어... 아, 나는 살겠소. 태양만 비친다면 밤과 하늘과 바람 안에서  비와 천둥의 소리 이겨 춤을 추겠네. 나는 행복의 나라로 갈 테야.”  객석은 모두 숨을 죽이고 있다.  각기 조금은 다른 음색의 감미로운 화음은 연주자나 청중 모두를 하나로 이어주고 있었다.  앙코르와 박수가 끊이지 않는다.  객석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아니 군산에 이런 곳이 있다니 여태 왜 몰랐지?”이런 소리도 섞여 있다.  하나같이 감동어린 표정들이다.  노래 부를 때만큼은 한없이 진지해지는 그녀들의 모습은 그래서일까 한시도 무대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이끌림을 준다.

 

 


 

기분 좋음에 들뜬 어느 날, 아니 문득 까닭모를 서글픔이 밀려오는 어느 날, 카페 ‘소리’에 들러보시라.  기쁨은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눠져 그대들의 마음이 평정과 진무(鎭撫)를 얻게 되리라는 것을 확신한다.  그칠 줄 모르는 아름다운 그녀들의 멋진 하모니가 그곳에 있는 한.  박수도 마음껏 치고 이야기를 끝내고 밖으로 나오니 ‘소리’의 지붕위로 별이 총총 빛나고 있었다.

 

노래마을사람들 카페 ‘소리’

군산시 나운동 840-1 KT빌딩 2F

전화 063) 462-9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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