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한 통신사 광고로 공대 여학생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었던 ‘공대여신 아름이’를 기억하는가? 공과대학에는 그만큼 여학생을 보기 드물다는 현상을 반영한 광고였다. 그러나 요즘엔 ‘공대 아름이’는 옛 대명사가 되고 있다. 최근 이공계 기피라는 난항을 겪고 있는 공과대학. 그러나 최근 군산대학교에서는 공과대학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 그 중심에는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여풍(女風)이 불고 있다. 타 대학에서도 벤치마킹을 할 만큼 높은 평가를 받으며 공학교육의 패러다임을 일으키고 있는 군산대 공과대학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김동익 학장님을 만나 들어보았다.
맥군_ 반갑습니다 교수님. 현재 군산대 공과대학장님으로 계시는데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요?
아무래도 취업률이라고 볼 수 있죠. 모든 대학이 취업률을 중시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대학이 취업준비 기관이냐 하는 반론도 있긴 하지만 대학에 들어온 최고 관심사가 졸업하면서 자기 전공분야로 나갈 수 있느냐의 여부이기 때문에 당연히 취업률을 염두 해 둘 수밖에 없습니다. 공과 대학도 예외는 아닙니다.
맥군_ 그럼 현재 군산대 취업률은 어느 정도 되나요?
최근 군산대 공과대학은 취업률이 많이 높아지고 있어요. 올해 2월 졸업생의 취업률은 64% 이고요, 작년은 59%가 됩니다. 지난 1년간 5% 정도 높아졌다고 볼 수 있죠. 군산지역의 산업단지가 활성화됨에 따라 군산대학교 공과대학의 취업률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습니다.
맥군_ 군산대는 여학생 공학교육 선도대학 지원사업(WIE : Women Into Engineering Program)로 지난 2006년부터 6년 연속 A등급을 받아왔고 최우수 사업단으로도 지난해 선정됐는데요.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인가요?
2003년도 군산대가 발전계획을 수립하면서 어떤 부분에 치중할 것인지 고민을 했었는데 공과대학에 진학한 여학생의 전공분야 진출을 높이는 것이 그 중 하나였습니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자료 분석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또 공대를 졸업한 여학생과 공대를 재학 중인 여학생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공대 여학생들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해 제공했더니 굉장히 큰 호응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기계나 장비에 익숙하지 않은 여학생들을 위해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마침 당시 정부에서도 인력정책으로 고민하던 중 여성을 과학기술인력으로 확대하는 안이 나왔습니다.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의 이공계 진학을 유도하는 것이죠. 그것이 바로 정부가 여성과학기술인 지원 사업으로 2000년부터 시작한 WISE(Women into Science and Engineering) 사업입니다. 자연대학과 공과대학으로 진학을 독려하는 것이죠. 그러나 또 하나의 문제는 졸업 후 전공분야 진출입니다. 교수님들은 대부분이 남자분이시고 학과 과정부터 남성 중심의 수업위주로 흘러가다보니 상대적으로 여학생은 관심 밖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여학생이 소외당해왔다고 느낄 수도 있고, 전공 분야를 그만큼 등한시 하다 보니 사회 진출 비율도 낮아지게 된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 부분의 개선점은 바로 공대에도 여학생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여학생을 위해 대학에서 보살펴 줄 부분도 필요했습니다. 전국 대학교가 이를 동시에 실시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시범적으로 운영된 ‘여학생 공학교육 선도대학 지원사업(WIE:Women Into Engineering Program)’에 군산대가 공모과정을 거쳐 선정된 것입니다. WIE사업은 군산대를 비롯해전국대학 가운데 연세대, 성균관대, 강원대, 부경대 등 5개 대학이 선정됐었고, 군산대는 이미 학교 자체에서 운영한 이공계 여학생 특별프로그램이 운영해 왔던 것이 우수한 평가를 얻을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된 것 같습니다.
맥군_ 여학생 공학교육 선도대학 지원사업 후 취업률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군산대가 사업시작 시점에는 여학생의 취업률이 48% 내외였는데 사업 종료시점인 2011년 졸업생의 경우 74%까지 올라갔어요. 5년 가까이 30% 가까운 취업 상승률을 가져왔고, 이는 5개 사업단 중에서도 가장 탁월하게 개선된 사례입니다.
맥군_ 올해부터 시작된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을 위한 지원 사업(WISET:Women In Science, Engineering and Technology)사업은 그전의 WIE사업과 어떻게 다른가요?
앞서 말씀드렸던 시범사업단 운영 후 정부에서도 전국적으로 이 사업을 확대할 필요를 느꼈고 관련 사업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정부의 여성과학기술인 지원은 이공계 여성전문인력 육성사업(WISE), 여학생 공학교육 선도대학(WIE), 전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T), 공학계 여학생 프로젝트 지원사업(WATCH21) 등 일명 4W사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가 통합돼 WISET사업이 출범하게 됐습니다. WISET은 현재 전국 16개 시․도에 지원사업단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북지역사업단은 군산대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WISET사업은 자연계열 중에서도 특히 여성비율이 여전히 20%에 못 미치고 있는 공학 계열 유도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맥군_ WISET 전북지역사업단으로 군산대가 선정된 것은 일찍부터 여학생 공학교육에 남다른 관심을 두고 관련 사업을 해온 결과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네. 아무래도 관련 사업을 자체적으로 시행해 왔던 이유가 크다고 볼 수 있죠. 전체 WISET사업에서도 군산대의 몇 년간의 사례가 상당히 많이 참고가 되고 있습니다.
맥군_ WISET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어떤 내용인가요 ?
먼저 중·고등학교의 여학생들을 공학계열로 진학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사업이 있습니다. 대부분 공학에 대해서 잘 모르잖아요. 예전에는 공학이 남성 중심의 학문이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여학생이 공학계열에 진로를 정해도 자기 만족감이 높을 뿐 아니라 평생 경력 개발 분야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사실을 아는 학생들이 드물다보니 아예 공과대학을 진학 희망순위에서 제외시키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그런 부분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중학교 대상으로는 방과후 활동이나 주말학교에 ‘찾아가는 실험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대상으로는 ‘미리 가는 연구실’을 운영해 학생들이 공과대학 교수님의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지난 7, 8월 군산대는 물론 전북대, 전주대, 원광대, 우석대 공과대학 교수님 중 15명 교수님의 연구 프로젝트에 도내 80여 명의 여학생들이 참여했습니다. 이 과정 가운데 공학 분야의 관심을 높이게 하는 것입니다. 어떤 학생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기도 해 교수님들의 연구에 나름대로 기여를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교과목 가운데 1학년이 배우는 기술·가정이라는 과목이 있습니다. 과목 내용 가운데 에너지, 수송기계, 건축 등 부분을 수업시간에 공대 교수님이 3시간 동안 직접 해당 강의를 하게 됩니다. 공학 전공 교수가 관련 부분에 대해 직접 강의를 함으로써 학생들에게 공학 분야에 대한 흥미와 관심도를 높이는 것이죠.
이 프로그램은 WIE사업을 할 때부터 운영하고 있고 군산여고, 영광여고에서 진행을 꾸준히 해온 바 있습니다. 그 결과로 군산여고, 영광여고 출신 여학생들의 공과대학 진학률이 10%미만에서 현재 20%까지 늘어나 공과대학으로 진학하는 비율이 매년 높아지고 있습니다.
맥군_ 공과대학에 들어온 여학생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간단히 소개 부탁합니다.
첫 번째는 자신감을 갖게 하는 프로그램으로 ‘자기 주도 간담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인 1조를 이뤄 주제를 갖고 간담회를 하게 해 기획력과 의사소통 능력을 쌓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게 하는 것이죠. 또 직접 외부강사 섭외를 하면서 사교능력까지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두려워하지만 한번 해 본 학생들은 재차 시도를 통해 절로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두 번째는 국내외 전공분야 현장 답사입니다. 전공학생 5~6명이 팀을 이뤄 전공과 관련된 해외 사업장, 국내 사업장을 방문하는 데 그 과정을 스스로 해결하도록 합니다. 또 입사희망기업분석 경진대회를 하고 있습니다. 희망하는 기업이 가진 관심사, 앞으로 극복 점과 역점 사업 등을 분석하면서 이해는 물론 입사 면접에도 좋은 답변을 할 수 있는 대비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지난해 최우수상을 받았던 조선공학과 2명의 팀은 현대중공업에 들어가기를 희망했었는데 모두 공채에 합격하는 쾌거도 이뤘습니다.
맥군_ 공학을 전공하는 여학생에게 장단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여학생은 전기와 기계에 대한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핸디캡으로 작용할 수가 있다 것이 단점이면 단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공구나 장비를 다루면서 익숙하게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여학생들은 컴퓨터가 고장이 날까 봐 본체의 뚜껑을 열기를 두려워하는데 실제 컴퓨터를 몇 번 분해 조립하면, 그러한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지게 되죠. 현장에서 사용되는 공구와 장비를 다루면서 있어서도 같은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근 공학은 소프트웨어 부분, 감성과 디자인 등 다양성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한국인뿐 아니라 동남아인, 유럽인 등이 뭉치면 훨씬 더 다양한 사고가 나올 수 있듯 남성의 사고에 갇혀있던 공학이 여성이 적극 참여함으로 훨씬 더 유용한 학문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현재까지 공학이 남성 위주의 학문이 되어왔다는 점은 역설적으로 여성에게 큰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맥군_ WISET사업으로 여학생에게 주어지는 혜택도 많아지고, 여학생들의 역량이 커지면서 남학생들이 견제하진 않았나요?
처음에는 그런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여학생에게 유리한 조건이라는 점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지만 그런 남학생도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도록 했더니 좋은 반응이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사업 프로그램 중 성인지 학생 세미나를 통해 그동안 단지 생물학적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넘어 상대방 성(性)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계기가 됐습니다.
남학생과 여학생이 함께 참여함으로써 제로섬게임이 아닌 서로 인정하려는 자세를 갖게 되고 더 나아가 이해하고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맥군_ 여자가 운전을 잘 못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곤 하는데 이것도 여성과 남성의 차이인가요?
공간적 감각은 여성이 떨어진대요. 남자와 여자와 차이죠. 그래서 남편이 운전을 가르쳐주다가 많이 싸우는 경우가 많이 있잖아요.(웃음)
맥군_ 여학생들의 공학 분야 진학을 유도하기 위한 걸스 엔지니어링 위크(데이) 행사가 매년 열려 지난해도 큰 호응을 얻었다고 들었습니다. 올해 행사는 무엇에 주안점은 두셨나요.
지난해에는 에너지에 대한 주제로 진행했습니다. 에너지는 전 인류적인 관심사며 극복해야 할 문제인데 그 가운데 공학이 이바지해야 합니다. 남자뿐 아니라 여자도 같이 동참하자는 취지로 그 해결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가는 것이 주제였습니다.
올해는 ‘지역전략사업에 우리도 필요해요’라는 주제로 행사가 열렸습니다. 군산은 국가산업단지가 굉장히 넓게 조성돼있습니다. 가장 넓은 산업단지에 필요로 하는 기술인력 공급이 군산에서 주도적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견기업, 규모가 작은 회사라면 수도권에 연고지를 둔 학생이 군산까지 오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지역적 기반을 갖고 있는 군산대 졸업생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유리한 조건입니다.
군산지역의 인재가 지역에 안착해 지역발전을 돕는 지역인재 선순환구조는 정부에서도 가장 이상적인 인력 정책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많은 공학도 여성 인력이 배출된다면 지역이나 대학이나 국가 발전 차원에서도 이상적인 지향점이 된다고 할 수 있겠죠. 이제 공학계열은 4년제 대학 졸업자에 대한 수요가 가장 많은 분야로 현재 군산국가사업단지 500여 개 업체에서 2만여 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2018년경에는 신재생에너지, 조선해양분야, 자동차부품 분야 등에서 신규인력 1만여 명이 채용될 예정입니다.
따라서 새만금 첨단산업단지 내에서 수요가 발생할 태양광 등 녹색 기술 산업, 조선기자재 등 부품제조산업, 신소재 나노 융합 등 첨단융합산업 부분의 여학생 진출이 매우 유리합니다. 요즘에는 지역 업체에서도 여성 엔지니어를 채용하는 데 상당히 개방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여성이라고 해서 크게 남성과 다른 부분은 없고 오히려 더 좋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역량만 있다면 여성인력 채용의 문은 열려있습니다.
맥군_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
대학 진학의 목적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전공 분야로 진출하는 것일 겁니다. 취업은 결국 학교, 전공 보다 그 분야에서 필요한 기본적 역량을 얼마나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서 좌우되기 때문에 그 역량을 갖추기 위해 스스로 노력도 필요합니다. 군산대학 공과대학 118명의 교수님이 한 분 한 분마다 최대한 교육지원을 하는 시스템을 갖춰나가고 있습니다. 불과 7~8년 전만 해도 군산지역산업이 낙후로 군산대학교 취업률이 높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군산지역 산업이 급속도로 발달해 군산대의 사정도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습니다. 도내 유일의 조선공학과의 취업률은 100%를 자랑하고 있고, 기계공학, 신소재공학 ,건축공학, 컴퓨터 정보공학 등도 평균 70% 이상의 취업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 군산대는 산학융합캠퍼스(QWL) 조성사업, 산학협력선도대학(LINC)육성사업, 공학교육혁신센터지원사업 등 다양한 정부 지원사업도 운영되고 있어 취업에 필요한 역량을 키우는데 필요한 조건을 잘 갖추어 가고 있습니다. 최근 여성적 감수성과 섬세함을 요구하는 공학 분야가 더 많아지고 있어 여학생들의 공학 분야 진출이 오히려 이공계 진학을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는 요즘 큰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거라 봅니다.
김동익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니 군산대 공과대학은 취업난과 이공계기피현상에도 흔들리지 않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남성의 전유물로만 생각해 왔던 공학 분야에 등장한 여성 공학도라는 블루칩이다. 이제는 여성 엔지니어로 활동하는 선배를 보고 공학도의 꿈을 키워가는 여학생도 늘어나고 있다. 공학을 둘러싼 낡은 울타리를 벗어나 공학의 재발견에 나선 지역 인재들이 군산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넓게 펼쳐진 공학의 장과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군산대 공과대학의 장래는 밝아 보인다.
국립군산대학교 공과대학 학장 신소재공학과 교수 김 동 익 공학박사
573-701 전북 군산시 대학로 558 / (063)469-46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