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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종구의 독서칼럼: 책과 사람 그리고 세상 이야기 장강명 외. 「킬러 문항 킬러 킬러」. 한겨레엔, 2024.
글 : 공종구 / kong@kunsan.ac.kr
2025.06.30 12:50:31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현재 한국사회가 앓고 있는 질병 가운데 병입고황(病入膏肓)일 정도로 심각한 수준의 중증 질환이 있다면 어떤 걸 들 수 있을까? 교육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교육 문제로 인한 사회적 병리 현상을 망국병이라고 부르는 것만 봐도 그 병집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가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실제 교육 문제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을 것 같아 보이는 한국은행 총재마저도 교육문제가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할 정도로 현재 한국 사회가 앓고 있는 교육 문재의 병증은 위중한 상태이다. 구체적으로 이창용 총재는 2024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강남의 사교육 경쟁이 집값과 가계 대출을 밀어올리면서 불평등이 심화되고 지역의 인구감소가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그 해법으로 강남 출신의 대입 상한선 도입과 같은 과감한 대책을 제안하고 있다.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들 한다. 한 국가의 근본과 근간을 세우는 과정에서 기초 공사가 될 정도로 교육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교육 문제가 변화와 개혁의 단골 어젠다로 부상하는 것도 교육의 그러한 중요성을 반영한 결과이리라.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제까지 한국사회에서는 백년대계에 걸맞은 장기적인 비전의 청사진을 반영한 제대로 된 교육 정책이나 제도를 수립시행한 적은 거의 없어 보인다. 교육 개혁의 전도사로 자처하고 나선 관료나 전문가들이 경쟁적으로 백가쟁명의 갑론을박을 벌이며 의욕적으로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도입하거나 바꾸곤 했지만 한 번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온 적은 거의 없다. 왜 그럴까? 그러니까 그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아마도 짐작건대 학력이나 학벌이 무소불위의 상징권력으로 군림하다시피 하는 한국사회에서 교육문제는 다른 어떤 문제보다도 복잡하고 중층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독서 칼럼 대상 텍스트로 ????킬러 문항 킬러 킬러????를 소환하고자 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이다. 그 제목에서부터 냉소의 기운이 다분한 이 책은 장강명이 발기한 월급 사실주의 동인들을 중심으로 한 14명의 작가들이 슬프고 괴롭고 기괴한”(7)한국의 교육 현실을 소재로 연재한 아주 짧은 분량의 소설들을 한자리에 엮어놓은 앤솔러지이다.

망국병으로까지 불리면서 지탄의 대상의 되고 있는 한국의 교육 문제는 무엇일까? 그로 인한 한국 사회의 병리적 증상들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오랫동안 한국 사회의 교육 문제에 대해 통렬한 문제의식과 묵직한 돌직구를 던져온 김누리는 문제는 킬러 교육이다라는 칼럼에서 교육의 목적을 네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첫째, 개인의 잠재력을 끌어내는’(educate)것이며, 둘째, 인간의 존엄성(dignity)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 것, 셋째,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개성적인 인간을 기르고 넷째, 사회적 차원에서는 성숙한 시민을 키우는 것.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리고 불행하게도 한국의 교육은 그러한 방향과는 정반대의 역주행을 질주하면서 승자는 미성숙하고 오만한 엘리트가 되고, 패자는 평생 굴욕감을 품고 사는 무기력한 대중이 되어버리는, 한마디로 승자와 패자 모두 패자로 전락하는 아이러니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 김누리의 진단이다. 그 진단의 연장선에서 그는 한국 교육의 문제와 과제로 킬러 문항이 아니라 킬러 교육이라고 하면서 아이들의 잠재력을 죽이고, 개성을 죽이고, 시민성을 죽이는 교육이 문제인 것이다. 우리 아이들을 킬러 교육의 늪에서 건져내는 것”(김누리. 문제는 킬러 교육이다. ????한겨레????, 2023. 7.5)을 들고 있다. 정곡을 꿰는 지적이 아닐 수 없다. 그도 그럴 만한 게 14편의 소설에서 한국 교육의 문제에 대한 작가의 문제의식을 대변하는 초점인물들은 김누리의 주장에 대한 강력한 원군으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너 바보냐?”

국어 시험 문제가 어려웠다고 호소하자 언니는 이렇게 말했다.

다정하고 따뜻한 느낌인지, 정확하고 비판적인 느낌인지, 그런 걸 왜 생각해?”......

언니의 요지는 이랬다......무조건 출제자의 의도를 생각하고, 가장 전형적이고 뻔한답을 골라라. 그래야 정답을 맞힐 수 있다. 언니의 표현에 따르면 개인 신조 금지, 개성 발현 금지만이 살길이었다.(정아은. 그날 아침 나는 왜 만 원짜리들 앞에 서 있었는가. 58)

두 자매의 대화 중 언니의 진술을 통해서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은 너무나도 선명하다. 대상 문학 텍스트에 대한 자신만의 고유한 정서나 해석을 묻기보다는 이미 정해진 상투적인 지식만을 요구하는, 그로 인해 아이들의 고유한 잠재력을 계발하기는커녕 머릿속에 죽은 지식을 쳐넣는 것을 교육”(김누리)이라고 불러온 한국 교육의 일그러진 초상을 심문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국의 유학생들이 외국의 지도교수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너의 생각이 무엇이냐?’는 것이라고 한다. 어려서부터 자신의 주체적인 생각이나 해석을 길러주는 교육보다는 경쟁 지옥’(53)인 한국 사회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복적인 문제풀이 중심의 학습을 통해 출제자가 요구하는 의도나 정답만을 맞추는 기계로 만드는 한국 교육의 문제가 누적된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한국 교육의 문제를 체화하면서 김누리의 지적을 전형적으로 대변하는 인물들은 언니 말고도 이 작품집에서 차고도 넘친다. 그 전형은 자녀 사랑이라는 명분과 방어기제를 동원한 맹목적인 과잉 교육열로 인해 자녀들을 불행과 고통의 수렁으로 몰아넣는 부모들이다.

서울 외곽의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시설과장으로 일하는 자신의 월급과 아르바이트를 하는 부인의 수입을 합해야 겨우 감당이 되는 나의 검정고시 및 재수 기숙학원 비용을 대기 위해 엄청난 무리를 하는 부모들(이기호. 학교를 사랑합니다: 자퇴 전날, 20), 수능 당일 아침에 먹는 용도로 한 알에 수백만 원에 거래된다는 차세대 집중력 강화제의 복용에 저항하는 아들을 설득하기 위해 그런 풍토를 이해하고 위선자가 되어야 하는 순간을 잘 파악하는 사람이 사회 지도층 인사가 된다. 규정을 다 지키며 사는 사람은 경쟁에서 점점 밀려나 나중에는 아예 게임에 끼질 못하게 돼”(장강명. 킬러 문항 킬러 킬러. 37)라는 승자 중심의 세계관과 논리로 접근하는 대학교수 아버지와 치과의사인 어머니,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을 앓게 하고서도 자신의 적성과 관심을 살려 실용음악과에 진학하고 싶다는 아들에게 서울대학만을 강요하는 어머니(정진영. 덜 싸우고 덜 상처받는 전략) 등이 그러한 인물들이다. 이들처럼 과도한 교육열로 자녀를 불행의 수렁으로 몰아넣는 인물은, “나약한 인간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더 강한 상대와 경쟁해서 이겨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잖아요. 가난하고 게으르고 약한 것들과는 어울리지 말라 하셨죠”,(164) “학원을 다섯 개나 다니면서 성적으로 줄 세우는 것에 완전히 지쳤어요. 정말 살 수가 없었다고요. 기계처럼 문제 푸는 게 죽기보다 싫었다고요. 명문 대학 나와서 뭐 해요?”(171)(염기원. 지옥의 온도) 라는 아들 민준의 항변과 읍소를 통해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 발언을 일삼으며 일류 대학을 나와 세속적인 성공과 출세를 인생의 유일한 목적으로 생각하는 왜곡된 세계관과 뒤틀린 엘리트 의식으로 무장한 아버지의 강압과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고등학교도 가기 전에 극단적인 선택으로 짧은 생을 마감하게 만든 아버지에게서 그 정점을 이룬다.

한국 교육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일까? 그 문제의 핵심은 당사자인 학부모나 자녀, 어느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는 점이다. 영어유치원을 비롯하여 아주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는 과도한 입시 경쟁으로 인한 사교육비를 감당하는 과정에서 학부모들이 짊어져야만 하는 부담은 엄청나다. 헌신과 희생을 담보로 한 부모들의 기대에 부응해야만 한다는 강박에 짓눌린 학생들의 부담 또한 마찬가지이다. 학교 폭력이나 집단 따돌림, 자해나 자살과 같은 불행한 일들은 상당 부분,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심한 교육 환경에서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아이들’(르몽드)로 성장하는 아동들이 받는 학업 스트레스가 그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 세상에 자식 잘 되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식 잘 되기를 바라는 부모들의 심정이나 마음이 무조건 그리고 절대적으로 올바르거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일에는 넘어서는 안 되는 금도와 금기가 있는 법. 부모들의 자식 사랑 또한 마찬가지이다. 문제는 과유불급!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한 법. 자녀 사랑과 관심에도 중용의 도가 필요한 법이다. 그 방법 또한 자녀들의 개성이나 인격을 존중하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할 것이다. 모든 부모들은 한번쯤 냉정하게 그리고 냉철하게 자문해 보았으면 한다. 자녀들의 재능이나 적성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고 그리고 자녀들의 의사나 관심 또한 전혀 상관없이 자신들의 욕망을 투사(project)하고자 했던 적은 없었는지? 자녀들을 자신들의 허영이나 자존감을 보상해주는 매개나 수단으로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는지? 이러한 것들은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폭력을 넘어 학대가 되어 자녀들을 불행과 고통의 수렁으로 몰아넣는 행위가 될 수도 있음을 환기하면서 이 글을 매조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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