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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종구의 독서칼럼: 책과 사람 그리고 세상 이야기 - 클레이튼 페이지 알던, 김재경 옮김. <내 안에 기후 괴물이 산다>. 청림출판, 2024.
글 : 공종구 / kong@kunsan.ac.kr
2025.03.31 11:33:58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기후 슬픔이라는 거대한 괴물! 또는 기후 변화의 꼭두각시

 

2024년 여름은 정말 더웠다. 더워도 너무 더웠다. 그도 그럴 만한 게 작년 여름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무더웠던 해로 기록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작년 여름 전국 평균 기온은 25.6, 열대야 일수 전국 평균 20.2일로 평년 대비 3.1배를 기록할 정도로 무더웠다. 그런데 더 걱정인 것은, 그리고 믿고 싶지 않지만, 많은 기후학자나 기상학자들의 관측에 의하면 그래도 작년 여름은 앞으로 닥칠 무더위에 비하면 가장 덥지 않았던 해로 기록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실제로 남극 기온은 정상을 한참 벗어나 섭씨 21도까지 치솟는”`(48) 등 남극을 비롯한 지구촌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 환경과 생태계의 변화들은 기후 위기의 단계를 지나 기후 재난이나 재앙의 단초나 전조를 징후적으로 보여주고 있을 정도로 기후변화의 문제는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나는 그 동안 그리고 지금도 기후 변화의 문제는 지구온난화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물에 잠겨 소멸할지도 모르는 태평양의 투발루를 비롯한 일부 섬나라와 그곳 주민들의 문제일 뿐이지 나와는 거리가 먼, 그것도 아주 먼 일로만 여겨왔다. 그런데 이번 독서칼럼 대상 텍스트로 소환한 ????내 안에 기후 괴물이 산다????는 그러한 나의 생각이 얼마나 안이하고도 잘못된 것인가를 충격적으로 깨닫게 해 주었다. 더불어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폭염 속에서도 오한을 느낄 것이다라는 파이낸셜 타임스의 카피가 어느 정도 수긍이 가기도 했다. ‘기후변화는 어떻게 몸, 마음, 그리고 뇌를 지배하는가라는 부제의 이 책은 다양한 신경과학적인 근거를 통해 기후가 나의 감정이나 생각, 인식이나 판단, 행동이나 결정 등의 문제에까지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동양의학의 유용한 처방 가운데 두한족열’(頭寒足熱)이란 지침이 있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머리는 차게 그리고 발은 따뜻하게 하라는 지침이다. 그런데 정말, 우리들이 좋지 않은 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화가 나기라도 하면 머리는 지끈지끈 뜨거워지면서 발은 차가워진다. ‘수족냉증이라는 말이 있듯이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들의 손발이 하나같이 차가운 것도 그 맥락의 연장선이다.

한편 매년 여름만 되면 언론을 비롯한 대중매체에서는 연례행사처럼 불쾌지수를 발표하곤 한다. 폭염이 절정을 향해 치닫게 될수록 그 지수는 올라가는데 그 지수가 높아지게 되면 상황에 대한 통제력이 흔들리게 되면서 외부의 사소한 자극에도 민감함 반응을 보이게 된다고 한다. 그로 인해 화나 짜증을 쉽게 내거나 공격성의 강도나 빈도 또한 높아진다고 한다. 또한 한낮의 폭염이 열대야로 이어져 밤잠을 설치게 되는 상황에서 많은 한국인들이 반사적으로 내뱉게 되는 속된 표현이 있다. ‘더워 미치겠다라는 표현이다. 다른 나라의 언어에도 그런 표현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한국인들이 무더운 날씨에 정말 많이 사용하는 표현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혹한의 엄동설한에는 추워서 미치겠다는 표현을 쓰지는 않는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러한 표현 관습에는 신경과학적인 근거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신경과학자이자 뇌과학자인 클레이튼이 환경 저널리스트로 8년 동안 활동하면서 조사한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장기간에 걸쳐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기후변화가 인간의 뇌에 미치는 정서적이고 신체적인 피해에 관해 정서적으로 풀어가면서도 과학적으로 엄밀하게 설명”(6)하고 있는 이 책을 통해 그는 그 동안 막연한 짐작이나 경험 차원의 추론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기후와 공격성 및 폭력 사이의 상관관계를 많은 신경과학적인 연구와 관찰 결과를 종합해서 밝히고 있다.

흔히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들 한다. 그 명제는 이 지구상에 더불어 사는 모든 생명체의 위계에서 인간을 최고로 고귀한 자리에 배치하는 종차별주의의 정당성을 담보하는 담론적 권위와 설득력을 누려왔다. 그 권위와 설득력은 또한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오랜 세월 난공불락의 요새나 천혜의 철옹성과도 같은 성채의 특권적인 지위를 누려왔다. 그런데 과연 그러할까? 이 책을 읽고선 오랜 세월 신성불가침의 선험적인 진리로 군림해온 그 명제가 과연 얼마나 견고하게 지탱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생각마저 들었다. 기후가 공격성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한 인간들이 하찮은 미물로 하대하거나 타자화하는 물고기를 비롯한 여타의 동물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다양한 실험 결과에 의하면 물고기를 비롯한 곤충이나 포유류 등 모든 동물들에게서 기온과 공격성 사이의 상관관계는 공통적으로 발견된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작고 노란 물고기인 레몬자리돔의 경우 수온이 높아질수록 공격성의 수준이 높아졌으며 자신을 가두고 있는 유리병을 공격하는 확률 또한 평균 4배나 상승했다고 한다. 검은과부거미의 경우 또한 주변이 더울수록 어린 개체가 동족포식을 자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알프스주름개미의 경우도 기온이 높아지면 다른 군락의 일개미를 찾아낸 다음 포로로 끌고 가는 경우 또한 많아지고 중국의 붉은털원숭이들도 섭씨 27도 이상일 때 서로 싸우는 빈도가 높아진다고 한다.’(113-116) 이러한 사례는 비슷한 사례를 열거했다가는 이 책이 배로 두꺼워질 것이다”(116)는 재치 있는 진술이 웅변하는 바와 같이 셀 수 없을 정도로 차고도 넘친다. 그런데 이러한 경우는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들 또한 예외는 아니다.

클레이튼이 조사한 내용에 의하면, ‘인간의 신체 중에서도 뇌 조직은 열에 민감한 부분 중 하나이다. 온도가 카타르의 7월 평균 기온 수준까지 오르면 뇌 세포의 일부는 영구적으로 기능을 잃을 정도로 기온은 우리의 두뇌, 행동, 인식, 결정에 은밀하고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기온이 급격히 치솟자 강력 범죄, 가정 폭력, 혐오 표현도 덩달아 늘어났다. 이산화탄소 농도와 폭염 빈도가 치솟자 문제 해결 능력, 인지 수행 능력, 학습 능력도 덩달아 떨어졌다. 기후변화로 우리가 신경 독성 물질에 노출되는 빈도나 뇌 질환에 걸리는 빈도 역시 높아지는 중이다. 출입국관리소 심사관은 더운 날일수록 망명 신청을 거절할 가능성이 높으며, 가석방 심사에서도 가석방을 불허할 확률 또한 높아진다. 그리고 직 장 내 차별과 갑질 또한 당연히 많아진다. 심지어 뇌에 작용하는 일부 약품은 기온이 높아질수록 효과가 줄어든다.’(26-98)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2011, 투수와 타자의 상호작용을 무려 4566,468건 포함하고 있는 메이저리그 경기 6만 건의 자료를 분석한 미국의 경제학자들의 분석에 의하면, 상대방 타자를 고의로 맞힐 보복성 4구의 경우에도 기온이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고 한다.

몰론 공격성이나 범죄에 대한 도덕적 책임마저 폭염 속에 증발시킬 필요는 없다”(134)는 재치 있는 표현처럼 인간의 공격적 충동이나 범죄의 모든 원인을 기후의 문제로만 환원시키는 것은 폭력적인 재단이나 결정론의 오류로부터 자유롭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사실 관계에도 맞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신경과학자들의 다양한 연구 결과가 밝히고 있는 불편한 진실처럼, 기온이 오르면 인간의 폭력적인 행동을 조절하거나 통제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분비량이 줄어들고 그로 인해 폭력과 공격성이 늘어난다는 것은 검증 가능한 이론이자 측정 가능한 현상(130)이라고 한다. 핀란드 경찰 사이에서 공공연한 사실로 회자되고 있는, “추운 날씨가 최고의 경찰이다”(128)라는 냉소가 현실적인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기후 슬픔이라는 거대한 괴물’(26)이라는 표현은 조금도 과장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기후변화는 공격성 및 폭력성의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지구촌 곳곳에서 빈발하고 있는 대형 산불이나 폭풍, 해일과 같은 자연재해로 인한 환경적 트라우마는 높은 온도가 폭력성을 유발할 때처럼 그것을 경험한 사람들의 주체성을 앗아가 기후변화의 꼭두각시로 만들어버린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2022년 요코 노무라 연구소의 연구 결과는 놀랍고도 충격적이다. 그 결과에 의하면 10년 전 뉴욕을 강타한 폭풍 샌디를 산모의 자궁 안에서 경험하고 태어난 아동들의 경우 불안 장애나 우울증을 앓을 가능성이 각각 20배와 30배 더 높게 나타났으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행동장애를 겪을 가능성 또한 각각 60배와 20배 더 높게 나타났다’(222-228)고 한다.

기후변화의 문제는 이제 강 건너 불을 보듯 대할 일이 아니라 묵시록적 징후로 받아들여야 할 일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 위기를 지나 기후 재난이나 재앙의 징후를 드러내고 있는 현재, 이 책의 일독을 권하는 추천사를 소개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매조지고자 한다. 뇌 과학자인 정재승 교수와 뉴스위크는 각각 기후변화는 더 이상 내 삶과 동떨어진 사회적 현상이 아니라, 지금 내 뇌 속에 똬리를 튼 괴물같은 현실이다”(11), “기후변화는 더 이상 미래의 위험이 아니다. 그것은 명백한 현재의 위협이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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