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이라는 말이 몇 년 전부터 우리 사회의 절대악의 대명사로 불리기 시작했다. 자신이 가진 권위로 상대적으로 가진 것이 없는 이들에게 해를 가하는 ‘갑질’은 우리 사회를 좀먹게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외식업종에도 직원들에게 갑질을 하는 사장을 더러 볼 수 있다. 직원과의 수평적 관계가 아닌 폭포 같은 수직적 관계를 고집하는 이들은 이 시대의 흐름에 분명 부합하지 못하는 이라고 할 수 있다.
사기의 자객열전에 방약무인(傍若無人)이라는 사자성어가 나온다. 곁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여긴다는 뜻으로,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사기 속 내용에 따르면 위나라 사람인 형가(荊軻)는 성격이 침착하고 생각이 깊으며, 문학과 무예에 능했고, 애주가였다. 그는 정치에 관심이 많아 위나라의 원군에게 국정에 대한 자신의 포부와 건의를 피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연나라 및 여러 나라를 떠돌아 다니며 현인과 호걸과 사귀기를 즐겼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연나라에서 사귄 비파(琵琶)의 명수인 고점리인데 이 두 사람은 호흡이 잘 맞아 금방 친한 사이가 되었다. 그래서 두 사람이 만나 술판을 일단 벌여 취기가 돌면, 고점리는 비파를 켜고, 형가는 이에 맞추어 춤을 추며 고성 방가했다. 그러다가 신세가 처량함을 서로 느껴 감정이 북받이면 둘이 얼싸안고 울기도 웃기도 했다. 이때 이 모습은 마치 곁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방약무인해 보였다. 원래 방약무인은 아무 거리낌없이 당당한 태도를 말했는데 나중에 뜻이 변해서 천방지축으로 날뛰고, 무례하거나 교만한 태도를 표현할 때 인용된다.
주위의 외식업을 운영하는 대표 중 직원과 겸상을 안 하는 이가 있다.
그는 직원을 그저 일 하는 기계로 여기며 그들과의 식사에 전혀 무심했다. 그 결과 그 식당은 채 몇 개월이 되지 않아 직원들이 속속 그만뒀고, 여전히 그는 직원을 없어지면 채워 넣는 부속으로 생각하고 있다. 직원들과 밥 한끼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그가 알았다면 그런 오만한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인들은 정을 쌓을 때 하는 특유의 행동들이 있다. 술을 마시거나 도움을 주거나 혹은 밥을 같이 먹거나 밥을 같이 먹는 정은 유독 돈독하다. 밥을 먹으며 일 하느라 못했던 대화를 하게 되고 그 사람이 무엇을 잘 먹는지 체크하며 다음 밥상에도 참고 할 수 있다. 그렇게 같이 밥을 먹는 행위는 서로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좋은 기회인 것이다.
직원을 수직적이 아닌 수평적으로 대하는 대표들은 암암리에 식당의 분위기까지 바꾼다. 직원을 가족같이 대하고 살갑게 대하면 그 모습은 고스란히 손님들에게 노출된다. 밥 한끼 같이 안 먹는 식당의 분위기는 경직돼 잇으며 그것 역시 손님들이 재빨리 눈치 챌 수밖에 없다. 애석하게도 대한민국에 맛집이라 평가받는 곳 중 홀의 경직된 분위기로 인해 초반의 명성을 이어가지 못하고 손님들의 불만을 받는 곳이 많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식당의 사장 역시 직원에게 고개를 숙일 줄 알아야 한다. 돈 버는 것이 중요하다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식당을 위해 일을 해주는 직원들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는 것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식당의 사장 역시 직원에게 고개를 숙일 줄 알아야 한다. 돈 버는 것이 중요하다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식당을 위해 일을 해주는 직원들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는 것이다. 속내를 내색하기 싫고 어색한 식당 주인이라면 일단, 밥 한끼 함께 먹는 것으로 시작해보라. 그 안에서 조그마한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