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천 꽃봉오리
어느날 물을 한 컵 마시려는데 동료가 물컵에 띄워 준 꽃봉오리가 있었어. 옛날에 우물가에서 물도 급하게 마시면 체한다고 상대방 바가지에 꽃을 띄워준 것처럼 말이야. 내가 받아든 물컵의 흰 꽃봉오리는 남천 꽃봉오리였어. 예쁘기도 하고 이런 여유를 보여줄 줄 아는 동료가 반갑기도 했어. 한바탕 웃다가 꽃봉오리를 만져보았지. 그 순간 내 눈은 휘둥그레졌단다. 대개의 꽃봉오리는 여리고 부드럽잖아. 그런데 남천 꽃봉오리는 마치 쌀알 같았어. 봉오리 크기도 쌀알만 하고 단단하기도 마찬가지였지. 아마 동료가 내게 남천 꽃봉오리를 물에 띄워주지 않았다면 오랫동안 모르고 지났겠구나 싶었어.
남천 붉은 열매
남천. 많이 본 나무지? 사계절이 모두 아름다워서 참 좋아하는 나무란다. 정원수로도 제격이야. 화분에 심어도 노지에 심어도 본연의 당당함을 잃지 않는 나무란다. 그건 남천이 가진 생명력 때문이지. 어디서든 두려움 없이 나는 잘 살아내야겠다 하고 내공을 지닌 나무 같아. 특히 겨울에 단풍 빛깔을 지닌 채 잎이 지지도 않고 혹한에도 의연히 버티고 있는 걸 볼 때마다 참 고마운 나무라는 생각이 든단다. 초겨울에 남천 잎 가장자리에 서리가 낀 모습도 남천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이야. 열매도 노란색, 흰색, 붉은색으로 다양하지. 대나무를 닮았다고는 하지만 대나무의 친척은 아니야. 일본에서는 남천을 어려움 끝에 복을 가져오는 식물이라고 생각한다고 해. 게다가 남천은 그리 크게 자라지 않으니 작은 나무부터 자라는 모습을 보며 가꿔볼만하단다. 올해는 꼭 남천 꽃봉오리를 만져보았으면 좋겠다. 복을 가져오는 식물이라니 반갑지 않을 리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