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것은 열여섯 살 어느 겨울, “너는 DJ를 하면 잘 할거야” 라는 첫사랑 소녀의 이별사 한마디였다. 그 이후 1982년 음악다방 DJ의 세계로 뛰어들어 지금까지 40년 세월 마이크를 벗삼고 있는 ‘음악이야기’ 이현웅 대표, 그는 지난 2016년도 12월 군산 지곡동에 LP 3천 장을 보유한 약 70평의 음악감상 카페를 개업, 군산의 명소로 자리매김 받기에 이른다.
가난한 시골에서의 유소년기 일찍이 소설 읽기에 심취, 소설가의 꿈을 꾸었던 이현웅은 중학생이 되면서 민주주의가 부정당하는 폭압적 권력에 대한 분노와 그 권력에 맞서 싸우다 스러져간 영혼들에 대한 아픔, 80년의 봄을 애타게 희망하며 들끓는 청소년기를 보냈다.
실연의 아픔, 모순과 부조리가 판치는 세상을 견디며 막연하게나마 나름대로 설정한 삶의 목표와 꿈도 뒤로한 채 미친 듯이 그는 팝 음악에 빠져들었다. 당시 국내 DJ계에서 명성을 떨치던 이종환, 김기덕, 박원웅, 김광한 등의 음악방송을 즐겨 들었던 그는 무엇보다 대학생 신분으로 심야 음악방송을 진행하던 성시완 씨를 보며 심장이 뜨거워졌다. 이를 계기로 다운타운에서 현역 DJ로 16년, 이후 인터넷에서 16년, 지금의 카페 ‘음악이야기’에서 8년까지 40년째 방송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수년 전 ‘그 카페이야기’라는 에세이를 출간했다. 카페를 준비하고 운영하면서 틈틈이 써 온 일기를 토대로 ‘음악이야기’에서 일어난 에피소드와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 다양한 손님들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통해 ‘음악이야기’의 존재 이유와 함께 그 누군가에게 일말의 삶의 위안과 의미를 느끼게 해 줄 수 있기를 바라는 심정에서였다.
이현웅 대표에게 시대별, 세대별 선호 음악 경향을 묻자 대중음악이 지닌 힘을 입증하듯 세대를 초월하는 다양한 시대와 장르의 음악을 신청한다고 들려준다. 20대의 젊은 손님이 7~80년대 음악을 신청하고 5~60대 장년층이 최근 발표된 음악을 신청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세대 불문 선호되는 가수와 음악이 있기 마련인데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김광석 노래를 가장 압도적으로 든다.
외국곡으로는 지난 8년 동안 적어도 수백 번 이상 선곡된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가 부동의 1위를 차지한다. 이 외에도 놀라울 만큼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신청되는데 팝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영, 미의 음악뿐만 아니라 샹송, 칸초네, 파두를 비롯하여 제3세계 음악이라 불리는 곡들, 그리고 심지어 인구 수십 만에 불과한 섬나라 음악들을 망라하고 있다.
한국대중음악연구회 회장으로서 솜앤봄 출판사 대표, 솜앤봄 스피치 아카데미 및 마음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 대표는 조선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 대중음악을 시대별, 장르별, 테마별로 집대성하고자 <한국의 대중음악사 K-Pop의 뿌리를 찾아서>를 집필 중이다. 이를 위해 한국 대중음악 소사, 한국대중음악인들의 이야기, 한국대중음악의 노랫말 자료를 열심히 수집 중이다. 한국 대중음악 불세출의 명곡 ‘목포의 눈물’을 부른 이난영 선생의 파란만장한 생애, 그리고 역시 불세출의 천재였던 그녀의 남편 김해송은 한국대중음악에 대한 정체되고 편협했던 생각을 뿌리 째 뽑아내기에 충분했는데 외국 음악계의 전유물로 여겼던 재즈와 블루스가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 우리나라에서도 만들어지고 불렸다는 것은 그 자체로 커다란 놀라움과 충격이었다.
어언 개업 9년 차를 맞으며 많은 에피소드가 뒤섞인 ‘음악이야기’는 음악이라는 매개를 통해 다양한 연령과 직업을 망라한 선남선녀들의 교류의 장이 되고 있다. 그 중에서 이 대표에게 특히 기억에 남는 손님은 같은 곡을 여러 번 신청하면서 커피값이 없다며 외상을 하고 간 이후 발길을 끊거나 업소에 대한 지나친 관심으로 호통치듯 제안을 하다가 폐암에 걸렸다는 말을 남기고 간 이후 다시 볼 수 없었던 노신사, 맥주를 마시며 옆 손님에게 시비를 걸더니 계산할 때 교도소 출감증명서를 대신 내밀었던 무전취식자에서부터 처음엔 직장 동료로 왔다가 연인으로 발전, 결혼 후 시댁 어른들과 다시 찾아온 손님도 있다.
또한 어느해 여름 무렵 카페 1층 출입구 벽에 걸린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때문에 귀가하던 발길을 돌린 이들이 있었는데 카페에는 들어오지 않고 건물 외부 스피커 아래에서 캔맥주를 마시며 두 시간 동안 모기에 물리면서까지 카페 방송을 듣던 손님 아닌 손님들이었다.
외적 풍요는 넘치지만 행복지수는 별로인 우리네 삶에서 ‘따뜻한 위로’가 되고 싶다는 ‘음악이야기’ 이현웅 대표, 지역민들과 함께하는 강연, 강좌, 방송 등의 퍼블릭 프로그램을 통해 어느 도시보다 한국대중음악을 사랑하는 군산으로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다는 의욕을 내비치는 그는 음악감상전문카페로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미래에 대한 아름다운 상상을 보듬고 100년을 이어갈 카페로 한 걸음 한 걸음 지침 없이 걸어갈 것으로 보인다.
테마카페 ‘음악이야기’
군산시 신지길66(지곡동549-2)2F
T.063)464-5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