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목사가 가는 길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남녀가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서 조율하며 산다는 것, 참 어려운 일이다. 자칫 잡음이 싫어 둘 중 하나가 일방적으로 인내하며 살아야 한다면 그야말로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주변을 살펴보면 신념이나 신앙이 같을 경우 어떤 어려움도 초월하여 행복하게 사는 걸 흔히 볼 수 있다. 여기 소개하고자 하는 배은경 목사와 이상환 목사 부부도 그러하다.
유복한 집안의 막내로 자라다
배은경, 그녀의 고향은 부산이다. 2남 4녀 중 막내로 태어난 그녀는 아버지가 목재소와 노를 만드는 공장을 운영하셨기에 어려움 없이 성장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강직하시고 성실하셨죠. 일본 유학을 다녀오신 분이라 일본어가 유창하셨고, 특히 남녀평등사상을 갖고 계셔서 아들이든 딸이든 다 공부를 시켜 자녀들의 능력치를 최대한 키우길 원하셨어요.”
“어머니는 인정이 많았어요. 저희 집 쪽문 쪽 부엌 앞에는 거지들이 매일 줄을 서서 배식을 받아갈 정도였습니다.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서 옷도 잘 입으셨죠. 제가 패션에 관심이 많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지나치지 못하는 점도 다 어머니의 성정을 닮은 게 아닌가 싶어요.”
행복한 시절, 균열이 생기다
초등학교 때에는 활달하여 친구도 많고 담임 선생님들의 사랑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중학교 때부터는 성격이 변하여 친구도 많지 않았으며 학교생활에 대한 흥미까지 잃었다.
“그 무렵 어머니가 아파서 병상에 누워 있거나 요양을 가는 일이 잦아지고, 중2 때 둘째 오빠가 군대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생겼어요. 그 때부터 성격이 예민해지고 염세주의자로 변한 것 같아요.”
급기야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성적이 급격히 떨어지고 지각도 자주 하는 게으른 학생이었다.
“어느 날 저의 IQ가 전교에서 두 번째라는 검사결과를 들었어요. 그래서 스스로 반성하며 공부에 집중하자, 단번에 상위권으로 진입하여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갈 수 있었습니다.”
혼란한 시기, 신앙을 만나다
그런데 그녀가 대학교 1학년 때 5.18 사건이 일어났다. 학교는 휴교령을 당하고, 삶에 대한 고뇌가 점점 깊어졌다. 고통 받는 중에 그녀는 예수님을 만나게 되어 신앙을 갖게 되었다.
“‘CCC’라는 신앙단체에 소속되어 오로지 전도하고, 기도하고 신앙생활에만 몰두했죠. 대학교 4학년이 되어 진로를 걱정하던 중 대학교수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고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그녀는 대학원을 졸업하고나서 박사과정을 바로 가지 않고 미국 유학을 준비했는데 이때 영국 유학생이라는 사람의 맞선이 들어왔다.
신앙 하나로 맺어진 인연
“전북 군산 출신이고 신학을 하며 목회자가 되는 것이 꿈인 청년이라고 했어요. 6개월간 편지 교환을 하다가 방학을 이용하여 네 번 만나고 결혼을 했어요. 우리는 결혼식을 올리고 한 달 만에 영국으로 신혼생활을 하러 떠났지요. 저도 석박사를 하고 학위를 취득할 예정이었으나 첫아이가 생겨서 학위는 포기하고 영어티칭과정인 ESOL과정을 하면서 자녀 양육을 병행하였습니다.”
그녀의 남편은 1995년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Ph.D) 미국 프린스턴대학(Prinsten University)에서 박사후과정(Postdoc course)을 할 기회가 있었지만 한국에 가서 목회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때 우리에겐 단 한 푼의 돈이 없었어요. 일단 저는 군산대에서 토익(TOEIC)을 가르치기 시작했어요. 영국에서 유학하고 왔다는 소문이 퍼져 과외신청도 많이 들어왔어요.”
열정 하나로 학원 사업에 뛰어들다
그녀의 남편은 대전 복음신학대학원대학교에 조직신학교수로 재직하게 되었고 15년간 주말부부를 하였다. 그 사이에 딸도 태어났고, 그녀는 2005년 배은경영어학원*을 설립하여 현재까지 명문 학원으로 키웠다. 자연히 돈도 많이 벌게 되었다. 직원들이 열여섯명에다 학생들은 400명 정도까지 되었다.
하늘의 뜻을 받들어 세운 은총교회**
돈을 벌자 부부의 꿈이자 사명인 교회설립에 대해 기도하게 되었다. 군산 시내에는 교회가 너무 많아 교회가 없는 곳을 물색했다. 오식도에 종교 부지를 분양한다는 소식을 듣고 250평 정도의 땅을 분양받아 허허벌판이었던 곳에 교회 건물을 세웠다. 이름을 은총교회라 짓고 남편은 교회와 목사를 병행했다. 그녀 역시 학원원장과 사모를 병행하며 새벽 2시까지 일하고 새벽 5시에 새벽기도를 드리는 생활을 했다.
“너무나 고달프고 힘들었지만 뿌듯했어요. 그런데 코로나가 찾아왔어요. 그곳 식당이나 원룸도 빈 곳이 늘면서 공장들도 문 닫고 교회도 텅 비게 되었지요. 그러나 남편과 저는 이 성전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단 한 명이라도 우리로 인해 구원받는다면 우리의 사명은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벽은 뛰어넘는 자의 능력에 달려 있다
목회를 하다보니 사모로서는 한계인 면이 많았다. 안수기도를 해도 사모보다는 목사님께 받기를 원하고, 목사님이 대학원 과정 학생들을 위한 강의로 출타 중이거나 해외 강연을 가기라도 하면 사모가 설교해야 하는데 영적권위가 서지 않아 동역의 효율성이 떨어졌다. “저는 단 한번도 신학을 하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제대로 된 목회를 하려면 목회학과정을 해야 할 것 같았어요. 2019년 건신대에 입학하여 2022년 2월에 학위를 받았습니다. 신학공부는 너무나 흥미로웠고 제가 알지 못했던 깊은 지식을 전달받았으며 목회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배우는 계기가 되었어요. 2022년은 남편이 은퇴하고 명예박사로 추대받기도 한 해이며 제가 환갑을 맞이한 해라 더욱 의미가 있었어요.”
단 하나 남은 목표를 향해
“저의 목표는 주께서 원하시면 어디든 달려가서 복음을 전하는 것이며 바라기는 은퇴 후 유럽이나 저를 필요로 하는 곳에 가서 한국말을 가르치며 사역을 하는 자비량 선교사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현재 음악공부도 (피아노) 하고 있으며 한국어강사 자격증도 취득할 예정입니다. 저의 모든 재능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쓰여지길 기도하며 나를 필요로 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고 나누고 베풀며 행복하고 단순하게 웃으며 살고 싶어요. 그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열정과 재능으로 점철된 배은경영어학원장, 은총교회 부부 목사가 가는 길에 신의 은총이 가득하길 빈다.
*배은경영어학원-군산시 상지곡안1길 20-2
**은총교회-군산시 분멀2길 49